폐렴이 끝물이라 한들 낡고 지친 체력이 뭐 대단히 회복하겠냐만, 말을 꺼냈으면 지켜야 하니 좀 가볍게 다뤄보겠다. 이전에도 얘기해줬지만 내가 질색팔색하는 것 중 하나가 집착/폭군남이다. 어떻게 이딴 종자를 사랑하냐는 게 가장 근본적인 의문이긴 하지만, 사실 이 의문은 감정권력으로 다 해석이 된다. 감정적으로 우위에 서서 권력자를 발 밑에 놓음으로써 권력을
80년대가 왜 그 꼬라지가 됐는지 얘기하기 전에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해가 가볍게는 있어야 이해가 갈 테니까 살짝 짚고 가자. 왜냐고? 신자유주의가 기존의 성별분업체계를 기반으로 한 가족의 유지를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다루면 참 좋은 학문이 경제학이긴 하지만 도무지 재미있게 배울 수가 없는 학문이기 때문에 상당히 타협해서 어렵지 않게 이해할
70년대 미국 사회를 돌아보면 페미니즘이 승리한 것처럼 느껴질 테다. 성혁명으로 제도도 많이 개선되었고 여성의 사회 참여, 즉 커리어우먼이 늘어났으며 섹스는 더이상 금기가 아닌 데다가 피임약도 나왔고 <로맨스판타지 속 로맨스 서사와 페미니즘> 5편에서 얘기해줬듯 로 대 웨이드(Roe vs Waid) 사건으로 낙태 금지 법률들이 폐지되었다. 지금은 좀 멀게
일단 히피부터 마저 다루고 넘어가자. 히피는 이미지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쳤다. 이전에도 얘기해줬듯 대충 풀어헤친 긴 머리를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것부터가 히피의 영향 중 하나며, 청바지가 '힙'한 옷으로 여겨지는 것도, 뼈만 남은 마른 몸에 대한 선망이 새로운 미의 기준이 된 것도, 타민족의 전통 의상이 일상 패션의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된 것도
60년대로 넘어가기 전에 설명한 줄 알고 넘어갔는데 40년에 말에 시작해 50년대를 휩쓴 매카시즘을 잠깐 얘기하겠다. 매카시즘이 뭐냐, '너 빨갱이지?!'다. 대충 설명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그거말곤 별 내용이 없다. 이게 40년대 말부터 시작해서 50년대에 절정을 찍었는데... 냉전 때문에 소련의 스파이와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가 팽배해있다 보니 위스
원래는 푸코의 이론에서 파생된 젠더 페미니즘 얘기부터 하려 했는데 줄창 철학 얘기만 했다간 도망칠 것 같아 일단 가볍게 시간선 따라 가며 20년대의 플래퍼부터 얘기하고 지면이 된다면 50, 60년대 문화적 특성까지 다루겠다. 누군가는 아마 미국의 대중문화가 왜 중요하냐 싶을 거다. 근데 현대 대중문화는 그 기원이 대체로 미국이고 가뭄에 콩나듯 미국발이 아니
어려운 얘기를 할 쿨타임이 찼다. 그러니 간만에 어려운 얘기를 해보자. 이번 시리즈에서는 여성 주인공을 사용하는 장르 소설이 늘어나고 있다는 아주 바람직한 방향을 보이고는 있지만, 초기다 보니 여성 주인공을 다루는 데에 있어 충분히 피해갈 수 있는 부분을 끌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서 피해가기 쉽도록 얘기해보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그리고 저번에 말하는 걸
요즘 로판 권태기가 와버려서 한참 밀린 리뷰 쪽에 집중하려고 했는데 왜 질렸는지에 대해서 얘기나 해둘까 싶어서 한다. 뭐 이미 여러번 지적했지만 그게 그렇게 곰방샤라락 고쳐질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 우경화까진 그렇다 쳐도 2찍 어쩌고 하는 이상한 소리가 나오는 게 기분 나쁘기도 해서 덤으로 쓴다. 로판이 유독 우경화 어쩌고~ 하면 싸늘한 비웃음이 솟을
Q. 현재 로판 정형화의 원인 중에 2018하반기즈음부터 동인여성오타쿠집단 내에 판무 장르가 재유행하면서 "여주판, 여주중심/사건중심 성향의 로판 마이너 발굴단 독자층"이 판무로 이동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 대한 유겸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무슨 헛소리임?이라는 반박까지 다 좋습니다ㅎㅎ (판무로 이동=거의 장르 이탈+판무와 병행하면서 예전만큼 로판
건강이 영 그래서 이번 달은 좀 쉬엄쉬엄 하려고 했는데 좋은 질문이 들어와서 여기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들어온 질문은 아래와 같다. Q. 장기적으로 로판 카테고리가 모든 종류의 여주판을 포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어떤 여주판들이 지금의 판타지/현판/무협 카테고리로 떠나서 자기 지분을 확보하는 게 낫다고 여기시나요 좋은 질문인데... 참
잡설 이전에, 일단 들어왔던 질문부터. Q. 제일 좋아하시는 작품... 궁금해요! A. 이 질문에는 정말... 가슴 아픈 얘기를 해야 합니다. 소싯적 제일 사랑했던 작품이 전민희 작가의 태양의 탑이었다는 거죠. 세월의 돌로 데뷔하고 바로 다음작이었던 게 태양의 탑인데 일러 표지가 표절이라 그렇게 기한 없는 연중에 들어갔고, 그래도 계속 기다렸는데 룬의 아이
드디어 본론인 로맨스판타지 속 여성의 이미지와 로맨스 서사의 특징을 분석해보자. 4~6편을 통해 대중문화 속에서 굳어져있는 여성 이미지에 대해 다뤘으니 어쩔 수 없이 미소지니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없는 점을 충분히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이번 시리즈의 주제는 어디까지나 '덜 미소지니한 여성 이미지와 로맨스 서사를 제시할 방법을 생각해보자'는 거지 '미소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할까 고민해봤는데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시작해볼까 한다. 성인이 된지 얼마 안 됐을 때 쯤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즈음에도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을 굳혔고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모습을 잘 알고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내킬 대로 하는 사람이었다. 또 연인 간의 사랑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지만 아무하고나 마구 시도하기는 또 귀찮았
핀업 걸로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보자. 핀업 걸은 현실의 인물이기도 하지만 가상의 인물이기도 하다. 지금이야 사진이 누구나 찍을 수 있는 물건이지만 옛날엔 그렇지 않은 물건이다 보니 핀업 걸은 두 분야에서 동시에 존재하고 있던 셈이다. 예를 들자면 마릴린 먼로 또한 핀업 모델로 먼저 유명세를 탔는데 핀업 모델을 그대로 찍어서 사진을 인쇄해 사용하는 게 아니
로맨스를 페미니즘적 시선으로 보면 이 질문으로 시작하는 게 합당하다. 여성은 남성을 기본적으로 사랑하는가? 오늘날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당연히 갈릴 것이다. 어떤 이들은 긍정할 것이고 어떤 이들은 부정할 것이다. 하지만 로맨스는 그 과거에서부터 존재한 맥락상 이 질문을 전적으로 긍정한다. 2, 3편을 통해 소설에서 여성 작가가 나타난 배경과 대중문화가 구
설명하다 피곤해져서 은근슬쩍 넘어가게 된 1950년대 문화 파트부터 다시 시작해보자. 정말 대충 사는 사람이구나 싶은가? 정답이다. 체력이 안 되면 사람이 이렇게 글러먹어진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작가의 체력이 안 좋아지면 집필 중 집중력 유지가 힘드니까 코어근육을 만들어 둬라. 뇌근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색하고 말하면 뇌란 장기의 효율은 극악을 달린다
이 얘기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로맨스 = 여성용이라고 취급받는 현실에 대해 먼저 다뤄야한다. 그리고 이게 생각보다 되게... 맥락이 깊어서... 역사 얘길 해야하니 분량을 각오하길 부탁한다. 그리고 본론부터 내던지며 시작하자면 로맨스는 그 탄생도 존재도 온전히 여성을 위하지 않는다. 영미권에서부터 얘기를 시작해보자. 그 동네는 기사도 문학의 영향이 강해서
많이들 알법한 얘기를 구태여 하려니 이대로도 괜찮은지 모르겠는데... 뭐 어쩌겠는가. 창작은 원래 비대한 자아가 없으면 못하는데. 앞으로 더 뻔뻔해지도록 힘내보겠다. 페미니즘과 사이가 안 좋은 게 있다는 거야 이젠 새로울 것도 없는 얘기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페미니즘과 로맨스의 사이는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사이가 안 좋음'을 그러니까 공격해
지난 글에서 인터넷 포르노 속 이미지가 현실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얘기했으니 구체적으로 왜 인터넷 포르노가 현실의 사람들에게 위험한지부터 얘기해보자. 10년 쯤 전에 본 TED 강연이라서 강연자의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페미니즘 강연이 있다. 강연자이던 활동가는 인도에서 납치 당해 성매매 시장으로 넘겨진 여성들을 구조하는 활
지난 글의 남성에 대한 성적대상화는 워낙 없다는 얘기서부터 다시 시작해보자. 이 부분이 요즘 장르소설에 있어 크게 달라졌다. 개인적으로 로맨스는 워낙에 불편한 게 많다보니 안 읽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선호도가 어떨지 멋대로 판단한 플랫폼이 푸쉬해주는 광고 덕분에 알아차린 건데... 로맨스 소설의 표지에 남자 그림이 근래 부쩍 많아졌다. 이게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