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위한 포르노는 없다 (3) 完

지난 글에서 인터넷 포르노 속 이미지가 현실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얘기했으니 구체적으로 왜 인터넷 포르노가 현실의 사람들에게 위험한지부터 얘기해보자. 

10년 쯤 전에 본 TED 강연이라서 강연자의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페미니즘 강연이 있다. 강연자이던 활동가는 인도에서 납치 당해 성매매 시장으로 넘겨진 여성들을 구조하는 활동을 하는 이였다. 인적이 드문 곳을 걷고 있는 여자아이를 그대로 납치해 외지로 팔아넘기는 이 범죄는 전세계 어디에서든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당장 대한민국도 80년대 내내 있던 일이니 말이다. 

활동가는 그렇게 납치되어 성매매 시장에 넘겨진 아이들을 구출해내서 직업훈련을 시킨 뒤에 다른 곳에 정착해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를 했는데 자신의 활동을 지지해주던 친한 이가 그에게 어느날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직원을 고용하고 싶은데 소개해줄 수 있을까? 네가 구한 애들 말고.'

이 일화에서 알 수 있듯 한 번 여성이 성매매 시장에 넘어가게 되면 그 일이 자의든 타의든 간에 다른 모든 사람들과 분리해 이들을 '걸레 취급받아도 되는 사람'으로 만드는 현실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대한민국도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에서는 보호대상아동이나 보호종료아동, 보호대상아동이 되어야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학교와 집 밖에서 머무는 아이들이 보통 성매매 시장으로 넘겨진다. 하루 머물 숙소나 한 끼 식사를 준다는 말에 속아 감금당해 성매매를 하게 되기도 하고, 누군가를 믿었다가 강간 당한 뒤 자신을 버린 몸이라 생각해 성매매를 하게 되기도 하고, 너무 살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허덕일 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포주들의 꾐에 넘어가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대한민국에서 성매매를 하게 된 여성은 온전히 자신을 위해 사고할 수 있는 상태에서 내린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이야기를 친한 이들과 나누었을 때의 경험도 그렇다. 여성들의 반응은 당연히 미묘하다. 그런 범죄에 자신이 엮이지 않았다는 게 운이 좋아서였을 수도 있다는 희미한 공포, 이런 범죄를 단절시키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환멸과 자신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되기 때문에 때로는 공감이나 청취하기를 아예 거부하기도 한다. 성범죄 생존자에 대한 거부반응과 같은 맥락으로 말이다.

반면 남성들의 반응은 심플했다. '그래도 자발해서 성매매하는 애들이 있어'였다. 그땐 지금보다 말랑했던 시절이기 때문에 '아 그래?'하고 대충 넘어가줬지만 속으로는 '씨발 세상이 이런데 페미나치 소리를 내가 듣고 있었단 말이야? 개틀링건으로 다 쏴갈겨버리고 싶네'라 생각했더라. 요즘이라면 '와 범죄피해자가 섞여있는데도 그렇게 성매매가 하고 싶어? 이새끼 이거 이수 과였네. 도와달라고 하는 애 강간할 희대의 쓰레기네?'하고 바로 면박 주겠지만... 이 심리의 기저는 아주 심플하다. '걔네 인생이 내 알 바야? 떡 치려는데 방해하지 마'다.

이 '남성들의 성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여성에게 어떤 폭력과 착취가 있어도 문제제기말고 닥치고 있으라는 태도'가 오늘날의 성매매 시장과 포르노 산업을 만들었다. 

성매매 시장으로 내몰리게 된 여성과 인터넷 포르노 속의 여성 배우들은 기본적으로 같은 상황이다. 도움을 요청해도 주변인 중 누구도 그들을 돕지 않으며, 그들의 성을 착취해 만든 부는 그들의 손에 남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그들의 존재는 완벽하게 비하당하고 그들의 불행마저도 포르노 삼는 이들이 있지만 정작 그들을 그런 상황으로 내몰고 돈을 버는 업자에겐 사회적인 비난도 법적인 처벌도 없다시피 하다. 성매매가 불법인 대한민국에서 실형을 산 포주가 여태 있던 판결 중 꼴랑 두 건이라니 더 말할 게 뭐가 있을까. 대한민국의 법원에서는 이 성매매 업자들에게 집행유예 아니면 벌금형이라는 관대한 선처를 하사하고 이들이 여성의 성을 사고 팔면서 얻은 범죄수익 또한 추징과 몰수는 뒷전이다. 

엄연히 성별과 무관해야할 법이 여성에게는 작동하지 않는다. 사회의 구성원을 성별 하나로 이리도 차별해 보이지 않는 최하위 계급으로 만들고 착취한다. 누군가는 지금도 착취당하다 죽고 있다. 페미니즘은 모든 이를 위해야 하는 이유가 이런 거다.

얘기를 돌려서, 인터넷 포르노에 다시 집중해보자. 인터넷 포르노는 여성에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학적이고 여성이 강간 당하길 바라는 것처럼 표현하는 묘사들로 범벅이며 여성이 관계에 주도적이거나 거부의사를 표하지 못하는 등 남성의 지배를 받길 바라는 존재로 여성을 묘사한다. 대사다운 대사도 없다. 뭘 하든 좋다고 밖엔 대답 못 하게 되어있으니. 

우리는 그 누구도 화면 속 여성들은 이 강간촬영이 끝나고 어떤 모습으로 일상을 지내는지, 애초에 그 여성이 일상을 보낼 수 있기는한지조차 알 수 없다. 당연하다. 딸 치는데 방해되니까 닥치라고 하는 분위기 안에서는 크게 알리기도 힘들다. 하지만 일명 포르노 스타들은 대부분 자살, 약물중독, 감염으로 인한 사망이나 수면 중 사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운 좋게 안 죽고 살아남아도 그들은 일상적으로 정신적, 신체적 폭력에 시달린다.

이러한 인터넷 포르노가 가장 유해한 지점은 연기랍시고 그 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죽어나가는데도 이런 폭력을 미화시켜 보여주면서도 화면 밖에서 보는 이들에게 아무런 주의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 어떤 포르노 영상에서도 사전에 '이 영상 속 모든 행위는 현실에서 하기엔 위험합니다. 따라하지 마시오.' 같은 소리를 진지하게 하지 않는다. 끽해야 경고랍시고 우스갯소리처럼 이건 사랑 얘기입니다~ 같은 헛소리 하는 걸 본 기억이 있다. 이게 경고긴 한가?

그리고 이런 인터넷 포르노에 처음 노출되는 아이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지금의 아이들에게 있어 디지털은 이미 하나의 환경이다. 초등학교에서, 하다못해 유치원에서 여자아이에게 이상한 짓을 하는 남자아이가 어디서 그 행위와 태도를 익힌 거라고 생각하는가? 

디지털이 숨 쉬는 공기나 다름 없는 세대를 어떻게 학습으로 배운 부모 세대가 그들의 디지털 환경을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차단을 만들기 위해 발버둥치느니 이 인터넷 포르노가 현실의 섹스와 다른 점을 확실히 알려주고 어떤 범죄와 연루되어있는지 알려 산업 자체를 줄여나가는 게 더 빠르지 않겠는가.

인터넷 포르노 속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포르노 코드로 낭만화되는 행위들은 전부 여성에게 위험하다. 최소한의 리스크라도 알고 거절하든 수락하든 하란 의미에서 구체적으로 말해볼까 하는데...  여성이 남성에게 해주는 구강성교 장면, 브레스컨트롤, BDSM으로 구분되는 때리거나 묶는 모든 행위들과 항문삽입, 이중삽입, 집단성교 등등 당장 생각나는 게 이 정도다. 

포르노 배우들이 수면 중 사망이나 감염으로 인한 사망이 많다는 걸 위에서 얘기했으니 삽입과 관련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거라 생각한다. 내장파열로도 사람은 죽는다. 내장파열이 아니더라도 삽입하고 움직이다 안에 상처가 나면 감염되는데 감염된지도 모른 채 지내다가도 죽을 수 있다. 콘돔을 쓰라고 질릴 정도로 말하는 이유는 피임말고도 감염예방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잔말 말고 쓰자. 생리나 섹스 후에 질염이 생겼다면 방치하지 말고 산부인과 가자. 약 한번 먹으면 끝날 거 병을 키워서 가면 치료하는데 돈도 시간도 더 든다.

특히나 BDSM은 더 위험한데 신체에 영구적인 손상이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리는 건 더 말할 것도 없고 결박도 마찬가지다. 사전에 준비와 공부를 잘 안 해두고 대충 묶었다간 인대 끊기는 수가 있다... 인대 끊긴지 알아차리기가 힘들기 때문에 너무 뒤늦게 병원에 가면 낫지도 않는다. 

구강성교와 브레스컨트롤도 죽음과 직결된다. 구강성교를 하는데 남성이 포르노 흉내낸다고 머리채 잡고 지 내킬대로 하다가 여성은 산소부족으로 가사상태에 빠졌는데 남성은 구급차조차 안 부르고 멍청하게 있는 바람에 천운으로 살아나기도 하고 재수 없게 죽기도 하고 그러니 말이다... 거짓말 같은가? 나도 거짓말이면 좋겠다. 구강성교 하다 산소부족으로 기절했는데 멍청하게 당황해 아무런 후속조치를 취하지도 않는 남친에게 정 떨어져서 헤어졌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침착하게 빡쳐서 그렇게 가볍게 받아들이면 안 되는 일이라고 이로 성기를 끊어내는 한이 있더라도 호흡을 확보하라고 개인적으론 조언해주는 편이긴 하다. 그럼 보통은 남성에게 영구적으로 손상이 남을 수 있는데 어떻게 그러냐고 반응하는데... 산소결핍도 조용하지만 치명적이고 영구적 손상으로 남을 수 있다. 브레스 컨트롤도 어지간하면 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서 기인한다. 

산소가 부족하면 처음엔 어지러움 정도를 느껴서 괜찮겠지 하고 좀 더 참으려고 하는데... 이미 어지러운 정도에서 인지능력은 급속도로 떨어져있다. 때문에 얼마나 더 산소가 차단되면 진짜로 죽는지 스스로 감지해낼 수 없단 소리다. 정 할 거면 어디에 손을 올리면 바로 중지하도록 정해두는 게 좋지만... 흥분해서 못 알아차리고 숨이 막히면 물어뜯어서라도 호흡을 확보를 하겠다고 공언해두고 실제로 그런 상황에선 물어뜯어서라도 자신을 지키는 게 낫다고 본다. 산소부족 와서 기절했다가 어떻게 살아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러다 죽으면 유족들 충격이 어마어마하니까 좀 과격하다 싶어도 일단 자신을 지켜라. 

이런 것 때문에 현실에서 너무 위험하다고 얘기를 해도 이미 성적 취향이 인터넷 포르노로 길들여진 이들에게는 위험한만큼 기분 좋은 게 아닌가 싶을 수도 있을 거다. 인터넷 포르노가 일상적으로 사기를 치기 때문이다. 여성의 쾌락이 고통과 연관되어있는 것처럼 다루는 게 이 모든 문제의 근본이다. 절대 아닌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포르노 코드는 이미 여성향 안에도 깊이 침투해있다. 창작물 속에서 쾌락이 삽입과 무조건 연관되어있는 것처럼 다루는 것도 사실 포르노 코드다. 피임기구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채 불 같이 눈이 맞아서 바로 하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이 부분을 자세히 파고 들어가면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에 잘 모르겠으면 19금 씬이 나오면 기본적으로 19금 똑바로 달고 '여러분 이런 건 현실에서 하면 안 되니까 픽션으로만 즐겨야하시는 거 아시죠? 찡긋찡긋' 정도라도 하자는 쪽이다. 

특히 BDSM을 써먹는 창작물 중에서 세이프워드 설정을 안 하는 편이 유난히 많은 걸 불안하게 생각하는데... BDSM을 좋아하는 입장에서야 '아 현실에서 위험해서 가상으로 즐기겠다는데 뭘 더 요구해?'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딱히 그 어떤 창작물에서도 인터넷 포르노에서도 'BDSM은 사전에 공부하고 준비를 잘 해서 신뢰하는 파트너와 사전에 합의된 플레이만 해야합니다. 멋모르고 지 꼴리는 대로 했다간 신체에 영구적인 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같은 말을 하지 않는다. BDSM 관련 상식이 그걸 보는 모든 사람에게 기본적으로 탑재된 게 아니니까 오히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작자의 입장에서도 씬을 끝내주게 써서 사랑받는 건 기쁜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걸 따라하다가 다치는 사람이 나왔을 때 기분이 좋을 수는 없을 일 아닌가.

포르노 코드를 다룰 때 주의해야하는 점은 쾌락의 중점이 여성에게 집중되지 않으면 폭력적이 되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포르노 코드는 기본적으로 여성을 '지배해야할 대상'이라고 보기 때문에 모든 구도와 설정과 묘사가 남성에게 권력을 주는 쪽으로 쏠려있다. 그 권력을 분산시켜버리면 피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손에 대한 묘사다. 인터넷 포르노 속에서 비춰지는 남성의 모습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게 여성의 몸을 도구처럼 잡고 휘두르는 모습이다. 여성의 몸에 손을 댈 때 그 동작은 핸들이나 레버 당기는 모습에 가깝고 여성이 기분 좋아지도록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 부분에 집중해서 반대로 여성의 신체에 접촉할 때 남성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느냐를 묘사하고 자세나 상황을 조율하면 포르노 코드가 꽤 줄어든다. 

그리고 이 부분은 이미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삽입에 자꾸 권력을 부여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인데... 남자 주인공의 성기가 큰 걸 선호하는 기조 자체는 솔직히 이게 왜 이렇게 됐는지는 잘 이해하는 바이다. 하도 제 몸의 부속 기관이 작은데 작다고 말하면 디비지다 못해 폭력적으로 구는 놈들에게 시달리니 큰 쪽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고 조용히 선호하는 것도 있고, 워낙 현실에 널려있는 게 작은 놈들이다 보니 성적 판타지인데 여기까지 작은 놈한테 시달리기 싫다는 반발감도 있을 법 하다. 그런 맥락에서 선호하는 걸 이해는 하는데... 묘사할 때 주의해야 한다. 큰 걸 삽입하는 게 무조건적으로 여성의 쾌락과 직결된다고 할 수는 없다. 

놀리기 위해 큰 게 무조건 좋다~ 고 큰소리로 얘기하는 거야 남성이 여성의 몸을 감히 평가하지 않는 날이 올 때까지 해도 되긴 하는데... 삽입만으로 쾌락을 느끼지 않는다는 걸 자꾸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아주 약간의 성교육 삼아 여성의 쾌락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알아보자.

(이미지 출처 :

)

클리토리스, 바로 음핵의 구조도를 소개하겠다. 

혹시라도 TTS 프로그램으로 이 글을 읽는 사람을 위해 글로 설명하겠다. 오른손을 들어 엄지를 벽에 대라. 지금 벽에 닿아있는 엄지 끝을 12시로 생각하고 검지와 중지를 5시 방향, 약지와 소지를 7시 방향으로 둬라. 벽에 닿아있는 엄지 끝을 음핵 귀두, 엄지에서 손아귀로 내려오는 부분을 음핵 몸통이라 부르고 검지와 소지를 음핵 다리, 중지와 약지 부분을 질어귀 망울이라고 부른다. 질어귀 망울은 이름처럼 고환과 비슷하게 약간 주머니처럼 생겼다.

클리토리스는 오직 여성에게 쾌감을 주기 위해서만 존재한다. 생식을 위한 기관이 절대 아니다. 여성이 오르가즘을 느끼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클리토리스 자극이 필요하다. 구조도를 보여준 이유도 바로 여기서 기인한다. 대부분의 여성은 삽입만으로는 오르가즘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질 구멍은 6시 방향에 있는데 삽입만으로 클리토리스가 쉽게 자극될 리 없지 않은가. 아무리 큰 걸 삽입한다고 해서 그 압박감이 바로 클리토리스 자극으로 이어져서 기분이 좋아지긴 힘들다. 왜냐면 성적으로 흥분해야 클리토리스도 발기하기 때문이다.

클리토리스가 발기한다는 말이 이상하다고 단정 짓기 전에, 학교에서 과학이나 성교육을 받을 때의 기억을 되살려보라.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고 8주까지의 수정체를 배아라 부르고 9주째부터 태어나기 전까지를 태아라고 한다. 그리고 12주 전까지의 태아는 성기 조직이 모두 똑같다. 12주 정도가 되어야 태아의 성기가 음순 혹은 음경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즉 여성과 남성의 성기는 같은 재료로 다르게 만든 조직이란 소리다. 남성의 성적 쾌락이 발기성 조직인 페니스, 개중에서도 특히 귀두에 몰려있는 민감한 신경 말단에서 기인한다는 걸 곱씹으며 생각해보라. 이런 발기성 조직이나 신경 말단이 바로 음핵, 클리토리스다. 

그리고 많은 여성들이 클리토리스가 정확히 어디를 두고 하는 말인지, 어떻게 생겼는지를 잘 모른다. 이것도 아주 당연하다. 성교육에서도 음핵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 여성의 성기 구조를 머릿속에서 떠올려보라면 자궁, 나팔관, 질, 난소가 어쩌고 하면서 몸 속의 생식 기관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린 해부도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도 이유가 있다. 클리토리스의 완전한 입체 형태 구조도는 2009년에야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인간의 게놈 지도가 만들어진 게 2003년인데 말도 안 되는 지연이 여기 이렇게 엄연히 있다. 기술이 발전해서 사람을 복제는 할 수 있는데 여성의 성기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겨먹고 기능하는지 모르고 살고 있던 거다.

그래, 클리토리스도 발기한다. 평소에는 한 10cm 정도지만 발기하면 20cm까지 커진다. 속되게 말해서 없는 게 서는 게 아니라 몸 속에 묻힌 게 서는 거다. 몸 안에서 커지니까 안 보여서 여성들이 더 모르는 것도 있다지만 이 클리토리스에는 민감한 신경 말단이 8,000 여 개나 있다. 페니스 귀두의 두 배에 달하는 수지만 이게 다 클리토리스의 귀두 부분에만 모조리 몰려있는 건 또 아니다. 그러니까 이런 사실을 어떻게 써먹을지, 또 여성의 쾌락을 어떤 방식으로 다채롭게 묘사할 수 있을지는 한번 생각해보자. 처음부터 너무 완벽하게 만들려 하지 말고 자신에게도 어색할 수 있는 관념이니 사소하게 하나씩 하나씩 써먹는 걸로도 충분히 나아질 수 있다.

내게 늘 아쉬운 점이라면 여성향 소설의 섹스 씬에서 화자가 여성이거나 관점이 여성에게 집중되어 있는데 삽입 장면에서만 갑자기 시점이 튀어 큰 게 들어온다거나 몸 안이 꽉 차는 기분 등의 표현으로 어쨌든 여성의 몸이 아닌 남성의 몸에 좀 더 묘사를 집중하는 편향성이 보이는데 여성의 몸과 기분에 집중해보는 것도 좋은 포르노 코드의 회피라고 생각한다.

현실에 포르노 코드로 인한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으니 창작할 때 포르노 코드를 남용하는 걸 주의해야 한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르노 코드가 앞으로도 최소 10년 정도는 계속 먹히긴 할 거다. 지난 글에서 콜라와 당뇨로 비유했듯, 성적 기호 또한 마찬가지인 면이 있기 때문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워낙 노출된 상태로 자랐기 때문에 이성으로는 싫어지게 되어도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느낄 수 있고 사회적 압력과는 무관하게 그런 취향이더라도 현실에서는 미친놈들이 한다발이니 안전하기 위해서 픽션으로만 즐길 수도 있는 일이고... 어쨌든 길티플래져의 영역이다 보니 단번에 나아질 리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대교체가 천천히 이뤄지고 있는 장르소설 안에서 언제나 더 좋은 대안을 찾아내는 작가와 독자가 이미 존재하기에 하는 낙관 위에서 여성을 위한 포르노가 당당히 자리 잡길 바라며 이만 줄이겠다.

사족 1. 시리즈로 쓰면서 완결 표시를 한다는 걸 까먹어서 이번부터 붙이기로 했다. 워낙 좀 대충 사는 사람이니까 양해 부탁드린다.

사족 2. 피곤해서... 당분간 좀 쉬겠다... 대체로 포스트에 기재된 이야기들은 크로스체크한다고 체력과 기력이 쭉쭉 빨린다... 

사족 3. 클리토리스 관련해서 조금 공부해보고 싶다면 클리터러시(Cliteracy)로 시작해보는 걸 추천한다. 클리토리스 + 리터러시의 합성어인데 소피아 월러스라는 예술가가 시작했던 프로젝트가 운동으로 발전한 경우다. 국내에도 몇 번 신문 기사를 통해 소개되긴 했다. 잘 안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영어로 서칭하는 게 낫긴 하지만 말이다. 이것도 알고 보면 빡치는 지점이 많은데... 아직까지도 의학대학에서 쓰는 해부도에는 클리토리스의 구조도가 빠진 채로 배운단다. 의학계 가부장주의라고 비꼬는, 여성이 자신의 몸을 자신의 뜻대로 다루지 못하는 상황이 아직도 현존하고 약물의 투약 기준이 남성이라거나 하는 디테일한 얘기로 들어가면 이런데서도 차별인가하고 빡치는 지점이 많아서 알아보는 재미가 있... 나? 여튼 알아두면 좋다.

사족 4. 이 포스트가 성인물이 아니란 이유로 발행이 취소되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웃지 이 뭔... 일단 도움 센터에 문의는 해뒀는데 이 글이 또 썰리게 된다면 또 당한 줄 알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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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칭찬하는 판다

    너무나 공감되고 유익한 포스트 잘 읽고 갑니다. 멋진 포스팅 감사드립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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