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3차 주제 :빼빼로 *트위터 내용 백업만 했습니다. *에필로그 이후 시점 -힐데, 내일 빼빼로 데이인데 알고 있엉? -예? 빼빼로 데이요? 빼빼로란 거, 얼마전에 가게에서 팔고있던 과자 이름 아닌가? 힐데베르트는 생각했다. -발렌타인데이랑 비슷행. 좋아하는 사람한테 빼빼로를 주는 날! 주로 한국이나 동양권에서만 챙기던 날인데 여러
떠들썩한 입학 사건으로부터 한 달 후. 황제 탄신일을 맞아 라흐벤시아 전역이 떠들썩한 흥분에 겨워 있는 오전. 라히안은 그답지 않게 무거운 고민에 빠져 있었다. 황제의 대리인으로서 발데마인의 탄신제에 참석하게 된 참이었다. 그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여느 때와 같이 황가의 일원으로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뿐인 일이었다. 그의 마음을 심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았다. 이토록 모순적인 말이 있단 말인가. 하지만 사실이었다. 사랑했지만 그리워하지도, 애타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뿐이었다. 하나 단 한 가지. 내가 진실로 연모했던 것이 있다면… 그가 만든 세계였다. 권여루는 자신의 아버지가 만든 세계를 사랑했다. 친애하는 소설가가 빚어낸 세상을 눈에 담았다. 어렸을 때는 그것만이 세상
한창 바쁜 활동 시기 중 유일하게 쉴 수 있는 날이 하루 주어졌다. 활동 주에는 정말 드문 일이었는데, 매니저의 배려로 이루어진 일이었지만 주현은 생각했다. 그의 성과가 아닌 내 성과다. 어쨌든 내가 잡아낸 휴식의 기회니까. 아직 2월이라 날이 추웠다. 항상 차가운 음료만을 고집하는 소녀를 떠올리며 나는 근처 커피숍으로 향했다. 딸랑- “안녕하세요.
내 감정은 한 번도 질주를 멈춘 적이 없었다. 오히려 지칠 줄 모르고 속도를 올렸다. 그 끝이 설령 보답받지 못하는 길로 이어진다 해도 나는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건 패배할 결과를 알고도 사랑한 나의 선택이었다. 찰나의 감정이 아닌 걸 알았다. 색감이 옅던 그 갈색 눈동자를 본 순간 깨달았다. 계절이 피어나
“...우리 진짜 친구 맞지?” “......” 그 말 한마디에 채주현이 입에 걸고 있던 희미한 미소조차 거두고 그녀를 마주 바라보았다. 그건 거의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이었다. 주현은 아무 말 없이 여루를 응시했다. 그에 지지 않고 여루가 대답을 종용하듯 시선을 고정한 채 고개를 갸웃하자 주현의 입가에 다시 미소가 떠오른다. “...응. 친구야.”
소꿉친구는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를 뜻한다. 이은솔과 강성호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다니며 친구로 지낸다. 중학생이 되었을 때, 이은솔은 강성호를 남자로 보기 시작했다. 강성호는 여전히 이은솔을 친구로 본다. 둘은 여전히 소꿉친구일까? “손.” “어? 어엉.” 첫 번째 돌 위에 먼저 올라선 강성호가 이은솔에게 손바닥을
쨍그랑─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필시 그릇이나 잔이겠지. 학습된 기억으로 움찔 떨리는 몸과 두방망이질 치는 가슴을 진정시킬 새도 없었다. 여루는 저도 모르게 방문을 벌컥 열었다. 밖은 엉망이었다. 소파 근처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남성. 어디 맞았는지 긁혔는지 잘생긴 얼굴에 생채기가 나 있다. 그의 눈에는 희미한 경멸의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온 세상이 축복으로 가득했다. 신의 아들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가(聖歌)와 가요가 한밤중 거리 곳곳에 울려 퍼졌다. 오늘도 많은 이들의 행복과 들뜬 기분을 안고 고요히 흘러갈 것처럼 보였다. 색채를 입은 풍경은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흰 눈이 내렸다. 흰 빛깔이 연말의 화려한 색으로 장식한 길가를 조금씩 검게 물들였다. 그와 비슷하지만 다른
나의 세계는 흑백이었다. 자신은 어느 흑백 영화 속 주인공이었다. 브라운관에 비치는 채주현은 사람들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래, 그는 언제나 연기를 하는 중이었다. 주현은 그 일에 열심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모두의 주목을 받는 일은 나름 즐거웠다. 하지만 자신이 주연인 영화는 흑백 영화에 불과했다. 모든 색채를 빼앗긴 잿빛 일상의 연속. 삶은 때때
─수 백년 전, 신성 제국 비에르온의 수도 카라펠. 카라펠의 빈민가 중에서도 가장 낙후된 사창가의 어느 낡은 여관. 그곳의 남루한 마구간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터졌다. “으아앙, 으앙!” “으아아앙!” “헉, 헉… 아…” 태어난 아이는 총 두 명. 쌍둥이 여아였다. 방금 막 아이를 출산한 산모는 홍등가의 푸른 보석이라 불리는 솔렛사라는 여성이었다.
“코니엘, 부탁이 있어요.” “...네. 말씀하세요.” “성녀님의 입학을 황가의 권한으로 막을 수는 없는 건가요?” “...” 레니발렌의 눈빛은 진심이었다. 그리고 간절해 보였다. 코니엘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알았기에 그저 조용히 침묵했다. 어렸을 때부터 지켜봐 온 그였기에 그녀는 잘 알았다. 소년이 소녀의 애정을 갈구한다는 것을. 그러나. “미안
황립 발데마인 마법 학교. 아주 먼 엣날, 대마법사 투르지엔이 인간들을 위해 세운 마법 학교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국가 교육 기관이다. 초대 교장 투르지엔에 대한 소문은 굉장히 무성한데, 학교 이름에 황립이 붙었으니 투르지엔은 황가의 사람일 것이라는 주장. 또 하나는 그의 정체가 사실 드래곤인데 마법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는 인간을 가여히 여겨
“다들 모이셨군요. 그럼 정기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힐렌다 수녀의 말을 시작으로 착석한 모든 수녀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들은 모두 세라엘의 발데마인 입학을 앞두고 그에 대한 회의를 시작한 참이었다. 사실 힐렌다를 포함해 몇몇 수녀들은 성녀의 입학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회의를 한 끝에, 로나르힘의 이미지에 긍정적이고 친숙한 변
“...힐렌다 님.” “...” “……벌써 사흘째예요.” 소냐가 조심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그러나 힐렌다라 불린 여성은 탁자 앞에 앉아 성경을 펴고는 뚫어져라 그것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소냐는 애가 타는 마음으로 간절히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 듯 힐렌다는 묵묵부답이었다. 보다 못한 소냐가 결국 본론을 꺼냈다. “세라엘님께
“......” “...” 붉은 머리칼이 눈앞에서 눈부시게 흩어졌다. 아름다운 색이었다. 세라엘은 학교 복도를 앞서 걸어가고 있는 베레니체를 따라가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 사람은 누구지? 리엔시에의 친구인가? 하지만 리엔시에는 나 말고는 친구가 없을 텐데. 이상했다. 세라엘은 리엔시에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친구일 터였다. 그녀에게 친구는 자신 이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 점심시간을 맞아 학생들이 삼삼오오 식당으로 이어진 길목에 모여들었다. 곧이어 각자 주문할 메뉴를 고르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오늘 메뉴는 뭘까, 기대에 부푼 모습으로 옆 사람과 서로 잡담을 하고 있는 인파 가운데. 작은 머리가 퐁 하고 솟아났다. “잠깐... 잠깐만. 지나갈게.” “아, 뭐야?” “왠 꼬맹이야. 중등부인가?”
“코니엘. 리엔시에를 데리고 왔습니까?” “네, 교수님.” “얼른 자리에 앉도록.” 아이들의 시선이 저희에게로 몰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황손녀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 기색이었다. 리엔시에는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제 자리로 가 앉았다. 지금은 종교 역사 수업 시간이었다. 칠판에는 로나르힘 신전의 역사에 대한 것이 간략하게 하얀 분필로 적혀 있었다
덜컹. “...” 문이 열리지 않았다. 잠겨있다. 리엔시에는 멀뚱히 열리지 않는 문의 손잡이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뒤를 돌아 협소한 공간에 펼쳐진 풍경을 응시했다. 사람 손이 탄 청소 도구들과 온갖 잡동사니들이 너저분하게 쌓여있는 곳. 1층 구석진 곳에 있는 비품실이었다. 리엔시에는 10분 전 상황을 떠올렸다. ‘영애. 1층 비품실 좀 청
리엔시에의 비정상적인 집착과 사랑은 어찌나 대단한지, 이미 발데마인 교내에까지 허다하게 퍼졌을 정도였다. “저것 좀 봐. 또 여기서 성녀님 소식이 실린 호외 더미를 들춰 보고 있어.” “유레이토 영애, 지난번에는 대신전에 몰래 침입했다가 신관들한테 쫓겨났대.” “어머나, 유력가의 자제가 무슨 그런 망측한 짓을.” “공작님께서는 저런 걸 아시려나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