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현감 이예현이 그를 처음 만난 것은 부임을 하고 열흘이 채 되지 않은 어느 날의 저녁이었다. 저녁상을 물리고 곡식 비축량과 세액을 정리한 서책을 뒤적이는데 바깥에서 재차 인기척이 들렸다. 이전 현감이 술을 좋아한 모양인지 행랑어멈은 습관적으로 술상을 내오곤 했다. 몇 번이나 거절했기에 그 정도면 된 줄 알았건만. 예현은 서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 최고 등급의 보안이 작동 중입니다. 신원 확인을 진행하시겠습니까? "어." 홍채 인식부터 시작해 손바닥 전체를 스캔하고 몇 개의 보안코드를 입력하면 그제서야 확인증을 가져다 대는 화면이 떠오른다. 하얀 실험복 차림의 윤은 모든 절차를 막힘없이 인증했다. 조금의 어긋남도 용납하지 않겠다는듯 시종일관 딱딱하고 까다롭게 이루어지는 과정이 긴장스러울 법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