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잤던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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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짝녀가 애인이 생겼을 때 대처하는 법 (6)

가람이가 씻고 난 후 나도 화장실에 들어가서 샤워를 마쳤다. 한수원이 온 모양이었다. 한수원의 첫인상은 실물이 더 입체적이네-였다.

"소개가 늦었네. 가람이 룸메 변혜림이에요."

나는 머리를 말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손을 내밀었다, 바로 거절당했지만. 한수원은 잔뜩 공격성을 내비치고 있었다. 가소로웠다. 넌 나한테 잽도 안 돼. 내가 말을 시작했다.

"내 입으로 듣는 게 더 편하겠지? 나랑 가람이랑 잔 거 맞아. 방금도 한 번 했고."

사실이었고, 사실이 주는 타격감은 꽤 컸다. 직접 눈으로 보니까 더욱 충격이 컸나 보지? 흔들리는 눈빛이 보였다.

"가람이가 많이 고파하더라고, 섹스를."

쐐기를 박은 나는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가람이는 안절부절하면서도 우유부단한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친구 사이라고 변명을 하면 어떡하니 가람아.

지지부진한 대화를 이어가던 둘은 결국 한수원이 일어나는 걸로 결판이 나는 것 같았다.

"언니 진짜 이기적이다."

오호.

"이대로 가시게요?"

그냥 가면 안 되지. 이러다 또 재결합할 수도 있잖아.

"너무 도망가는 것 같아서 그림이 좀 그렇다~. 셋이 또 언제 해보나 했는데."

솔직히 셋이 해보는 거? 궁금하긴 했다.

"뭔 소리야."

타격감 좋네.

"그럼 가람이는 이제 나랑만 해야겠네, 아쉬워서 어떡해. 아, 또 그렇게 아쉽진 않나?"

".... 닥쳐."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안 꿀리거든, 너 같은 어린 애한텐."

신경질이 났다. 이딴 애한테 가람이를 뺏기다니. 나도 말이 곱게 나갈 리가 없었다.

"가람아, 네가 얘기 좀 해 줘. 진짜 누가 더 잘 맞았는지...?"

가람이가 날 말리는 대답을 했다. 얘 진짜 거짓말은 못 하겠네, 감정이 이렇게 다 나타나서야. 붉으락푸르락 표정을 숨기지 못한 한수원에게 내가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어깨를 툭툭 털었다.

"자존심. 지켜드려야지."

그 뒤는 어떻게 됐냐고? 내가 열심히 따먹은 덕분에 한수원은 가람이한테 제대로 깁도 못해보고 K.O.였지. 힘들었지만 생각보단 할 만했다. 내가 섹스할 때 쓰는 페니반이랑 전동자위기구 등등 한수원은 아마 경험해보지 못한 것 같았다. 완전 쑥맥이네. 재미 없게.

화장실에서도 우리 둘이서 가람이를 골렸는데 그날만 해도 세 번째인 가람이가 걱정됐지만 본인은 괜찮은 것 같았다. 나는 체력적으로 힘든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힘든 것만 빼면 해볼 만한 섹스였다.

"언니랑은 이제 연애할 수 없을 것 같아."

한수원의 말이었다. 나는 굳이 자는 척을 하지는 않았지만 대화를 엿들은 셈이었다. 둘은 상관 안 하고 그냥 하는 것 같았지만. 드디어 가람이에게서 너를 떼어내는구나.

한수원이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자정이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다. 둘에겐 완벽한 100일인가. 피식 나오는 웃음을 참았다.

그 다음 날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호텔을 체크아웃했고 가람이는 본가에 다녀오겠다고 하더니 개강 전까지 돌아오지 않겠다고 했다. 가람이를 보내기 며칠 전의 일이었다.

"가람아."

짐을 싸던 가람이를 내가 불렀다.

"응? 왜?"

"너 가면 나 섹스 못 해서 어떡해."

"응? 다른 사람이랑 자."

우리는 그냥 섹파이거나 fwb인건가. 씁쓸했다.

"가람이가 제일 좋단 말야."

내가 씁쓸한 마음을 숨기고 농담식으로 얘기했다.

"변태. 그럼 참던가."

"하, 네가 더 변태인데."

"내가 무슨 변태야-."

가람이가 말했다. 은근히 나보다도 섹스할 때 더 많은 걸 바랐으면서.

"키스 해줘."

투정부리는 아이 같이 내가 말했다.

"에휴."

쪽-. 뽀뽀를 하고 됐냐는 표정으로 마저 짐을 싸는 가람이였다.

"뽀뽀 말고 키스-."

내가 매달렸다. 본가 가면 개강까지 한 달 넘게 보지 못하는데, 그 동안 무슨 재미로 사나.

가람이가 옮기던 짐을 책상 위에 내려 놓고 키스를 해주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부드러운 키스, 좋아.

"너는 내가 막 아무나랑 자고 다녀도 괜찮아?"

"응. 사귀는 것도 아니잖아?"

"그러다 성병 걸려."

맥 빠진다는 듯 가람이가 이상하게 나를 쳐다봤다. 이건 좀 웃겼나.

"아니, 너는 아무나랑 자고 다닐 거냐고."

"본가에 있는데 어떻게 해. 제주도 좁아."

"그래?"

약간은 호기심을 해결한 나였다.

"너는 안 땡길 것 같아?"

"어휴, 무슨 처녀귀신이라도 붙었나."

할머니 같은 소리를 하는 가람이가 귀여워서 타박 받은 줄도 모르고 내가 히히 웃었다.

"히히. 그런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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