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케틀바이] How to train your dog (2)

롤 초능력 특공대 스킨 - 사미라, 바이 (케이틀린)

바이는 피로에 잠긴 눈을 떴다. 멍하니 두 눈을 깜빡이다 침대에서 함께 잠들었던 신참을 찾았다. 그녀는 방에 없었다. 바이는 앓는 소리를 내고는 떨어진 옷가지를 주워 입었다. 샤워실을 들린 후, 신참과 다시 이야기를 해볼 생각이었다. 바이는 턱을 긁으며 방문을 열었다. 대열을 맞춰 서있는 부대원의 모습에 바이의 두 눈이 크게 커졌다. 

부대원들의 앞에는 밤을 함께 보낸 신참이 서 있었다. 어라, 신참에게 황금빛의 별 인장이 있었던가? 바이는 미묘하게 달라진 분위기에 눈가를 좁혔다. 삐빅- 생체 감지기가 울리더니, 라운지의 문이 열리고 서류더미를 든 보좌관이 들어왔다. 보좌관이 대열을 훑더니 따가운 눈초리로 멀뚱히 서있는 바이를 다그쳤다.

“바이올렛 대위. 뭐 하고 있습니까?”

바이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군의 오랜 생활로 습득한 눈치로 분위기를 따라 급히 대열에 합류했다. 보좌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딱딱한 자세로 신참에게 경례를 했다. 케이틀린에게 서류를 건넨 보좌관은 부대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 사령관으로 부임하신 키라먼 대령입니다. 전날 먼저 부대에 들리셔서 한번 뵈었을 텐데, 분위기가 궁금하다고 하셔서-”

이런 미친. 바이는 욕설을 삼켰다. 개운한 샤워가 아니라 욕조에 머리를 처박고 싶었다. 바이의 머릿속이 팽팽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니, 서로 하자고 한 건데 잘못된 것도 아니지. 뭘 겁먹은 거야. 케이틀린은 부대원과 돌아가며 악수를 나누었다. 차례가 점차 다가오자 바이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신참. 아니, 케이틀린 대령이 바이의 앞에 멈춰 섰다. 바이는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들어 경례를 건넸다.

“바이올렛입니다.”

바이는 케이틀린의 두 눈을 피해 시선을 내렸다. 대령이 한 발짝 더 다가오자 바이는 긴장한 숨을 들이켰다. 피하고 싶었던 상황이 닥쳐왔다.

“대위는 나와 이야기 좀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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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의 개인실에 도착할 때까지 바이의 머릿속은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난잡했다.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여러 시나리오를 돌리며 돌파구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바이는 주먹을 불끈 쥐고 대령을 따라 개인실로 들어섰다. 사령관은 푹신한 가죽 의자를 잡아끌더니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젯밤은 예상 밖이었어요.”

대령은 생각을 정리하는 듯 미간을 짚었다. 바이는 고개를 숙이고 이어지는 사령관의 말을 조용히 기다렸다.

“원래 동료들과 그런 생활을 해왔나요?”

“아닙니다.”

바이는 뒷짐 뒤에 가린 주먹을 꽉 쥐었다. 사형 선고가 시작되었다.

“내게 한 행동을 보니 한 두 번도 아니고 능숙하던데요.”

바이는 침묵했다. 사령관은 눈가를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낮은 계급의 병사한테 그러는 것이라면..”

“아닙니다. 위계를 이용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사령관은 바이를 노려보았다. 바이는 다가올 징계에 긴장하며 침을 삼켰다. 그녀는 다른 부대로 배치되거나 최악의 경우는 심판이 열릴 것이다.

“전날은 나도 어느 정도 동의했으니 넘어갈게요. 그러나 앞으로는 조심해서 행동하는 게 좋을 겁니다.”

바이는 놀라 고개를 들었다. 케이틀린이 문을 향해 손짓하고, 바이는 개인실을 나왔다. 조용히 마무리된 상황에 안도했다. 징계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바이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벙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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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는 새로운 임무에 배정되었다. 목표는 반란군의 끄나풀인 정보꾼을 찾아 생포하는 것. 

비행체를 타고 목표 지역에 가까워지는 동안 바이는 두툼한 건틀렛을 쥐었다 피며 몸을 풀었다. 홀로 임무를 나가다 오랜만의 아군에 기분이 들뜨면서도 불편했다. 바이의 건너편에 앉은 사령관은 지도를 보며 지형을 외우고 있었다. 대령이 쥔 제 몸집만 한 총에 호기심이 들었으나, 대령과 겪은 일 때문에라도 바이는 질문을 던지는 대신 조용한 침묵을 유지했다. 

비행선 내부에 붉은 신호등이 켜지고 파일럿의 하강 통신이 전파되었다. 발밑의 철판이 열리자 몸을 지탱하던 안전대가 풀렸다. 바이는 대령에게 시선을 던졌다. 대령이 도착하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것을 끝내놓을 생각이었다. 낙하 신호가 떨어지자 바이는 허공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녀는 유능했고, 증명하고 싶었다.

오합지졸은 여럿이 모여도 오합지졸이었다. 반란군이 길목을 폭탄으로 막았지만 길은 만들면 그만이었다. 건틀릿은 건물의 벽을 허물어 통로로 만들었다. 메인 블록이 뚫리자 요란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무장한 경비군이 쏟아져 나왔지만 사령관의 고요한 암살에 줄이 끊긴 인형처럼 하나씩 쓰러졌다. 적이 숨어든 저격수를 찾아 우왕자왕하는 사이 바이는 정보꾼을 찾아 건물에 진입했다.

방의 문을 이용하는 대신 바이는 벽을 부수며 앞으로 나섰다. 저 멀리, 문을 박차는 소리와 함께 부리나케 도망치는 남자가 있었다. 바이는 그를 향해 달렸고, 숨겨진 벙커를 발견했다. 원통 형으로 지어진 것이 목표물이 여기에 있을 것 같았다. 그를 놓칠 생각은 없었다.

내부로 돌진하자 거대한 방이 등장했다. 어둠 속에서 노려보는 여러 눈동자들을 마주했다. 

"다들 어디 갔나 했더니 사이좋게 모여있었네." 

바이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벙커의 입구는 하나였고, 바이는 입구에 있었다. 놈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고 정보꾼을 찾아내면 임무 종료였다. 

“여기가 무덤인 줄도 모르고 제 발로 들어오다니!”

바이는 전투 자세를 갖췄다. 거대한 함성이 통로를 울리자 바이는 이를 악물었다. 

어둠 속에서 고된 싸움이 이어졌다. 묵직한 둔기로 머리를 맞아 이마가 찢어졌다. 폭발 보호막 덕에 날라오는 칼을 피했다. 어깨와 허벅지가 베이고, 격돌하는 싸움 끝에 바이는 통로에 서있는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이마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얼굴을 적셨다. 정보꾼은 피를 뒤집어쓴 바이의 공포스러운 모습에 벌벌 떠며 두 손을 들고 항복했다. 

침투는 성공적이었다. 

케이틀린은 생포한 반란군에게 정보를 캐물었다. 군사 기밀이 유출되었다는 보고를 받았던 터라 어디서부터 정보가 새어나갔는지 알아야 했다. 달콤한 협조를 제시하던 케이틀린은 가까워지는 인기척에 말끝을 흐렸다. 피를 뒤집어쓴 바이가 사람 하나를 질질 끌고 오고 있었다. 바이는 케이틀린 앞에 짐덩이처럼 들고 온 목표물을 내려놓았다.

“바이, 그 피는 어떻게 된 거죠?”

“괜찮습니다. 끄나풀을 잡았습니다.’

포획 작전 완료. 구급 대원 이송 요청. 사령관의 무전을 끝으로 임무는 종료되었다. 조금 무리했나. 아까의 싸움에서 머리를 다친 게 큰 것 같았다.

“괜찮아요? 당신-”

찢어진 곳이 후끈거리고 귀가 먹먹한 것이 어지러웠다. 대령에 질문에 답하려던 바이는 정신을 잃고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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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물에 떠있는 느낌. 평화로운 고요 속에 느닷없는 찌릿한 통증이 잠을 깨웠다. 병실에서 눈을 뜬 바이는 살이 불타는 아픔에 인상을 찌푸렸다. 혼미한 정신에 눈을 꿈뻑거리니 눈앞에 굳은 표정의 사령관이 보인다.

“사령관님?”

“깨어났네요.”

케이틀린 대령은 화가 난듯했다. 잔뜩 구겨진 눈가와 매서운 눈빛으로 바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잠을 깨운 통증은 사령관의 손에 들린 붉은 솜이었다. 사령관은 바이의 찢어진 이마에 다시 솜을 가져다 대었고 바이는 상처에 닿는 소독약에 아픈 신음을 흘려야 했다.

“다시는 홀로 무리하지 마세요.”

바이는 사령관이 왜 화가 났는지 궁금했다. 비록 홀로 뛰어드는 행동은 위험했지만 결과적으로 목표물도 잡고 임무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용감하다, 천상 군인이다 등의 칭찬이 아닌 문책이라니. 질책하는 사령관에 바이는 당혹스러웠다. 케이틀린이 솜을 버리고 새로운 하얀 솜을 꺼내들었다. 소독약을 적시는 사령관에게 바이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렇게 해서 잘 된 게 아닌가요?”

케이틀린은 고개를 저었다. 대령은 짧은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임무가 어떻든 난 부대원의 목숨을 가지고 효율을 따지지 않아요. 그리고 소독이 덜 끝났으니 가만히 있어요.”

바이는 고개를 비틀지 않기 위해 입술을 깨물고 고통을 참았다. 상처 위로 솜뭉치를 두들긴 케이틀린이 얼룩진 솜을 들어 쓰레기통에 떨어뜨렸다.

“삶은 한 번뿐이니 우리가 가진 기회를 더 소중히 생각해야죠.”

바이는 조용히 사령관의 말을 곱씹었다. 무슨 이런 사람이 다 있지? 신선한 충격이 바이를 휩쓸었다. 바이는 한 번뿐인 인생을 즐거움으로 채우겠다는 신념으로 살았다. 언제든 죽을 수 있는 목숨. 사미라는 목숨을 건 스릴을 즐겼고 바이는 그녀를 보고 전투를 배웠다. 바이는 자연스럽게 상충되는 두 사람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사령관을 바라본 바이는 기억하겠다며 대답을 읊조렸다. 

"조금 더 자요." 

피부에 침투하는 수면제에 취해 바이는 감겨오는 눈을 조용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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