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스는 널따란 초원 위에 선 차였다. 꽃과 나비가 환상적인 색채를 그리며 떠올랐다. 그에게는 영원히 심장 속에 남아있을 곳. 순간, 날카로운 고통이 그의 가슴을 꿰뚫었다. 아니야, 내가 알던 곳은 이런 곳이 아니야. 꽃잎이 뒤틀리고 나비는 몸이 꺾인 채 날아갔다. 이것까지 앗아가게 두지 않아. 제이스는 망치를 들었다. “모습을 드러내!” 이를 악문 채 괴
아침부터 연구실이 소란했다. 빅토르는 하나둘씩 들어오는 물건을 흘긋 보다가 다시 자료를 훑었다. “여기다 두면 될까요?” “그건,” 오늘 들여오는 건 모두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빅토르는 주인이 부재중인 이상 조금의 도움을 주기 위해 말을 꺼냈다.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힘찬 목소리가 들렸다. “네, 그쪽으로 부탁합니다.” 듬직한 청년이 열린 연구
이건 뭐지? 빅토르는 눈을 떴다. 작고 반짝이는 결정들이 그의 몸 근처를 맴돌았다. 아이들의 발랄한 웃음소리도 귓가를 스치듯 퍼졌다. 행복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만약 낙원이란 게 있다면 이곳이겠구나 싶었다. 마치 따스한 욕조에 처음으로 몸을 담갔던 때처럼 그 감정은 크기를 키워서 곧 그를 뒤덮었다. 그는 이의 없이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연구
느릿한 곡조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그 노래를 아는지 흥얼거리기 시작하던 제이스는 곧 팔을 쭉 뻗었다. 오래 앉아있던 탓에 온몸이 뻐근할 시간이었다. “딱 춤추기 좋은 노래네. 안 그…아,” 빅토르는 파트너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다가 갑자기 말을 거둔 제이스에게 몸을 돌렸다. 지팡이를 꽉 짚고 움직이던 그는 왜 제이스가 입을 꾹 다물어버렸는지 알아차렸다.
바이는 거울을 어색하게 바라보았다. 백발을 가로지르는 검은 밴드가 영 익숙하지 않다. 군의관은 완전한 회복을 위해 며칠간 두르기를 권유했다. 바이는 군의관에게 고개를 돌렸다. “마음에 드는데 가져도 됩니까?” 바이는 가벼운 걸음으로 부대로 향했다. 고생한 만큼 휴식을 즐길 생각에 들떠있었다. 퇴원을 축하하는 파티를 열고... 그 순간, 긴급 호출이 기지를
바이는 피로에 잠긴 눈을 떴다. 멍하니 두 눈을 깜빡이다 침대에서 함께 잠들었던 신참을 찾았다. 그녀는 방에 없었다. 바이는 앓는 소리를 내고는 떨어진 옷가지를 주워 입었다. 샤워실을 들린 후, 신참과 다시 이야기를 해볼 생각이었다. 바이는 턱을 긁으며 방문을 열었다. 대열을 맞춰 서있는 부대원의 모습에 바이의 두 눈이 크게 커졌다. 부대원들의 앞에는
빗발치는 총알 아래로 바이는 구조물에 몸을 피하며 반정부 세력을 한 놈씩 줄여나갔다. 목숨의 줄다리기는 늘 긴장이 가득했다. 쉴 새 없이 달리고 주먹을 날리다 보면 임무가 종결되는 식이다. 하지만 구석으로 몰린 이때, 시선을 끌어줄 동료가 있었다면. 바이는 짧게 혀를 찼다. 한 번에 처리하자. 건틀릿의 출력이 거세지자 팔을 감싸는 압력이 강해진다. 바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