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엣 가문에 생긴 놀라운 이야기 4
날씨가 따뜻한 2월의 어느 날.
별난 손님들의 등장으로 마르엣 가문은 떠들썩하다.
“드디어 마법사를 부른 거야?”
“하~ 이제야 빨래 지옥에서 벗어나는구나~”
“야, 집이 하도 크니까 그냥 집 수리를 하는데 계약서까지 부른 거 있지?”
“야! 말좀...!”
“에휴... 우리 주인님, 도련님들이 마법에 관심 못 가지게 하려고 혈안이었는데... 결국 불렀구나~”
“녀석아, 옆 마을이나 가서 빈 수정구나 사와!”
“으에... 마법사 심부름을 왜 저한테 시키세요~”
“가라면 가 이놈!”
이 귀족 가문에 평생을 헌신한 집사장 겸 카이사르의 일등 비서는 신입의 속 편한 소리에 소리없는 탄식을 내뱉었다.
카이사르 주인님이 원치 않는것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마르엣 가문의 귀여운 세 아들들이 마법에 관심을 갖는 것 이다.
주인님은 아마, 마법과 함께 굳어버린 미신을 믿는거겠지..
‘이 마을에서 마법을 쓰는 자는 모두 끔찍한 결말을 맞이한다.’
그래선지 어째선지, 마법사나 마법도구와 관련된 상점은 하나도 없는 마을이고.. 영주라는 놈은 남작님 말에 꼼짝도 못하니.. 분명히 주인님이 못 들어오게 막고 있을 것이다.
...
...?
...이상하다...? 우리 마을에 그런 미신은 없었는데.. 차라리 ‘코볼트가 마법을 사용하면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라는... ...
...
...어라, 어... 이상하다.. 뭔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잊어버리니 원... 어휴 손님도 오셨는데 빨리 아침 식사나 드리고 와야지... 어제 계약서 마법인지 뭔지 때문에 이상한 생각이나 들고 말이야...
잉게르는 불편한 기색으로 눈을 떴다. 여전히 감옥 같은 성의 지하 밑바닥 이었고,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가면도 벗지 못해서 온몸이 찝찝함 투성이였다.
잠시 짜증나서 가만히 서 있을 때 쯤 가면과 연결된 통신 장치에서 상쾌해지는 목소리가 들렸다.
‘잉게르 지금 일어났구나.. 잘 잤어? 거기는 좀 살만 해? 낯선 곳이라 불편할텐데...’
‘푸흐흐... 괜찮아요...’
‘많이 피곤하구나...’
‘네..’
‘...부탁하면 너도 방 하나정도 줄텐데... 한번 말 해 볼까?’
‘그... 그치만...’
‘네가 식당 갈 때 쓰는 음소거 마법을 방에 걸고.. 가능하면 사용인들한테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하면 괜찮지 않겠어?’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음...’
‘그래도 불안해?’
‘네... 이 집 안에 걸려있는 마법들을 다 확인 해 봤는데요... 이 정도 크기의 저택이면 다들 쓰는 정도의 생활 마법이 대부분 이지만..’
‘뭐야, 우리가 지금 이걸로 소통 하는 것도 다 들리는 거 아니야?’
‘그 정도까진 아니에요 그런데... 그냥...’
‘괜찮을 거야. 한번 말 해봐.’
‘.... ....네...’
‘용기 내 봐’
‘알았어요...’
‘..아, 나 아침밥 가져왔네... 잉게르 밥은 먹고 해야 돼?’
‘알았어요..’
‘굶지 말고!’
‘알았다니까요...’
이후로도 사소한 대화는 이어졌지만 대부분은 맥스가 호통치고, 잉게르가 꾸물대는 내용이었다. 맥스는 자기 눈으로 직접 보고 챙길수가 없으니 답답했고, 잉게르는 꾸물거리는 자신을 직접 밀어줄 누군가가 없어 그이가 없는 예전 생활처럼 행동했다.
맥스는 이내 답답하고 지쳐 직접 일어났다.
“뭣 좀 여쭤도 되겠습니까”
“아, 계약서님! 네~ 뭔가 필요하신가요?”
“그... 지금 저랑 같이 온 마법사 녀석... 한테 잘 수 있는 방이랑 식사좀 부탁합니다... 혼자 지하실에 힘들게 있을것 같아서 입니다..”
“마법사님께 손님방.. 새로 하나 내어 드리면 될까요?”
“예... 잘 부탁 드립니다...”
“아뇨~ 전혀요~! 바로 준비해드릴게요! 걱정 마시고 또 부탁하실 것 있으시면 말 해 주세요~”
“예...”
맥스는 깨끗한 집에서 깨끗한 사용인에게 말을 거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는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마워요...’
‘너 또 아무한테도 말 못 걸고 불편하게 잤잖아... 너네 집 사용인이나 마찬가지인데 불편 한 거야?’
‘그게말이죠... 모르는 사람들도 너무 많고... 어릴때도 별로 친하게 지낸 적 없단 말이에요...’
‘불쌍한 녀석...’
‘아, 뭐가 불쌍해요~! 이게 엄마 집이니까 불편 한 거지, 밖에선 괜찮다고요~!’
‘아, 나 혼자서 중얼거린 줄 알았는데..’
‘흥... 아, 여기도 사람왔다. 자, 잠깐만요...!’
잉게르는 다가오는 사용인을 감지하고 허겁지겁 가면을 바르게 썼다.
“안녕하세요 마법사님~ 간밤엔 잘 주무셨나요?”
“무.. 무슨 일 이지?”
“늦었지만 마법사님께 방을 내어 드리겠습니다.”
“방.. 난 상관 없다고 했는데...”
“예... 하지만 역시.. 좀 마음에 걸리신 거겠죠... 계약서님의 제안과 마르엣 주인님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 마, 마르엣이?”
“예. 늦게 말씀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방 안에 마법사님의 식사와 갈아입을 옷을 준비 해 두었으니, 부디 편히 사용하시고 채비를 부탁 드립니다.”
“... 그래... ...그, 고..고맙게 사용하지..”
“저희야말로...”
잉게르는 이 자그마한 사용인을 찔끔거리며 따라갔다. 어릴땐 본 적 없는 난쟁이 종種 이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대 저택이니 의무적으로 다양한 종족을 채용 했을 테지.
그런데 다종족 채용규범을 지켜야 할 만큼 커졌으면서, 집이나 마을에 마법사 한 명도 없었다. 흔한 마법수정구 상점 하나도 없었다. 온 집안을 마법으로 돌아가게 만들어놨으면서, 사용인 중에 마법사 하나 없다고?
그래... 엄마가 그럴 리 없지. 그래야 카이사르 마르엣 이지..
영혼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실망감을 애써 숨긴 채 깨끗한 손님 방 앞으로 도착했다.
“그럼, 편히 쉬시길...”
“아, 저기..!”
“네. 필요하신 게 있나요?”
“그.. ..가.. 가능하면 이 방 주변이나... 방으로나... 아무도 안 오게 해줘... 방해안되게...”
“예, 모든 사용인 들에게 일러 놓겠습니다.”
난쟁이 사용인은 정중하게 인사하곤 빠르게 멀어졌다.
잉게르는 방 안으로 들어와 주변을 빠르게 탐색하곤 방 구석구석에 방어마법을 걸어놨다. 갖은 탐지마법은 물론이요, 환각마법과 기억조작 마법도 걸어서 작은 요새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안전지대가 완성됐다.
‘잉게르... 아까부터 손에 걸린 계약마법이 뭔가 간질간질한게... 너 마법을 한 두 개만 거는 게 아니구나?’
‘아. 제가 마법 거는것도 다 느껴져요?’
‘그래 아까부터 계속 쉬지않고 근질거려서 당황스러웠다고’
‘헤헤, 미안해요~ 그거 아마 이 통신마법때문에 조금 느껴진 걸 거예요. 지금 막 방에 들어와서 가면벗을 준비를 하느라요~’
‘드디어 방에 들어갔어? 다행이네~’
‘뭐... 밥도 있고, 침대도 크고... 저 잠깐 씻고나서 다시 얘기해도 될까요?’
‘그래 그래. 나도 말 실수 안 하게 조용히 있을게.’
맥스는 잉게르와 교신을 잠시 정리하고 친절한 사용인이 방 안까지 가져다 준 은 쟁반을 테이블로 가져왔다. 꽤 익숙한 냄새가 나는데 이건...
-아, 감자스튜.
잉게르가 간혹 집에서 만들어주던 그 감자스튜의 냄새다. 벌써 그립네..
목소리라도 듣고싶은데 지금은 목욕한다고 들어갔으니, 그녀석의 기억이 담긴 요리라도 먹으면서 위로 받아야 겠다.
은색의 푸드커버를 들어올리니 쟁반 속에 숨어있던 감자냄새가 더욱 따뜻하게 퍼졌다. 맛있는 감자스튜다.
‘..잉게르 씻어?’
‘푸흐읍~! 어어~ 네! 왜요?’
‘그냥... 목소리 듣고싶어서.’
‘에이, 왜그렇게 아련해요~’
‘...아니야, 그냥.. 밥 맛있게 먹어.’
‘헤, 싱겁긴... 알겠어요~’
잉게르는 우물쭈물거리는 맥스의 연락을 적당히 무시하고 마저 몸의 거품을 닦아냈다. 고작 하루만에 씻는 것 임에도 그렇게나 상쾌할 수 가 없었다.
실컷 뜨거운 물과 찬 공기를 즐기며 콧노래를 부르다가 샤워를 끝내고 온몸의 털을 말리며 샤워실을 나왔다. 사용인들이 눈 대중으로 준비한 옷이 조금 큼직했다.
낯설지만 쾌적한 환경에서 느껴보는 자유가 얼마만 이더라.. 아침밥은 뭘 가져온거지? 다 식었으려나..
잉게르는 작은 식탁에 준비된 감자스튜를 확인했다.
아, 이 냄새..
잠시 추억에 빠져 과거를 엿보던 잉게르는 정신을 차리고 식탁에 바르게 앉아 올바른 자세로 스튜를 먹기 시작했다.
식사순서에 맞춰, 식기소리가 나지않게 조용히 입에 넣는다.
한 입 한 입 먹을 때 마다 보이지 않는 회초리질에 움찔거리며 불안한 눈으로 허공의 눈치를 본다.
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한 어린시절의 기억이 끈질기게 따라붙어, 잉게르의 손을 멈추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제 배불러요. 그 한마디가 허공의 어머니에게 닿지 못하고 스튜와 함께 뒤섞여 목구멍으로 밀어넣는다.
어린시절 한그릇을 모조리 뱃속에 욱여넣자 스멀스멀 밀려 들어오는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했다. 급하게 화장실로 다시 들어가 굳이 씹어 삼킨 과거를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그제서야 소화 못 할 음식은 굳이 입에 넣는 것이 아니란 것을, 집을 떠나서야 겨우 배웠던 그 교훈을 떠올렸다.
아이는 서글펐다. 남들은 이 정도를 1인분이라고 나누며 무리 없이 먹어 치우는데, 왜 난 그게 안될까.
‘잉게르, 못 먹겠으면 남겨도 괜찮아. 내가 먹을게.’
그래,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옆에 있단 건 정말 큰 축복이구나.
‘축복이라고 할 것 까지야.. 어쨌든 고마워’
‘....미친 저 당신한테 다 통신으로 얘기하고 있었어요?’
‘아니 그냥... 다는 아니고 중간 중간 흘러 들어오네.. 통신마법 때문인가봐.’
‘너무... 급하게.. 만든 마법이라 그런가... 허술해서 다 새나보다...’
‘혹시 모르지.. 네가 또 대단한 마법을 발명한 걸지도 몰라.’
‘헤헤 그럼 참 좋겠네요...’
‘... 속은 좀 가라앉았어?’
‘조금은... 으으.. 가라앉았어요.’
‘약 같은거 좀 지어다 주라고 얘기 해 볼까?’
‘그럴 필요까진 없어요.. 그냥.. 간단하게 먹을 거 챙겨 달라고 할게요..’
‘...힘들면... 꼭 말해. 너 지하에 혼자 있으면 아파서 쓰러져도 아무도 못 찾아가니까..’
‘안 쓰러지거든요?’
잉게르는 다정하고 걱정스러운 말들에 괜히 퉁명스레 대답하고 게워낸 것을 씻어냈다.
말없이 옷을 고쳐입고 다시 일하기 위해 방을 나섰다.
맥스는 계속해서 시덥잖은 질문을 했다. 잉게르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계속 질문해달라고 부탁했다.
“저.. 조수님~”
“계세요오~?”
‘아, 잉게르.. 네 동생들이 방 앞에 왔어..’
‘걔네가 왜요.’
‘그... 오늘 만나서 듣고싶은 거 다... 말 해주기로 했거든..’
‘...’
‘미.. 미안.. 토, 통신 열어두고... 내가 하는 말 다 들리게 해둘게...’
‘...’
‘...그... 화.. 났어?’
‘화나요? 제가요? 왜요? 당신이 제 동생들이랑 놀고 있으면 저야 좋죠~? 전 여기서 일이나 하고 있고, 당신은 예쁘고 어린 남자애들에 둘러싸여서 자랑이나 늘어놓고 말이에요.. 아주 좋지 않아요?’
‘미..미안해.. 그, 그치만 계약서가 필요하다며..! 어쩔 수 없잖아..!’
‘그래요~! 어쩔 수 없으니까 그냥 가세요~!’
‘...잉게르, 이번 일만 끝나면... 내가 실망 시킨 것 까지 다 사과 할 테니까...’
‘아, 그냥 가요~! 헛소리 늘어놓지 말고!’
‘...잉게르, 너희 가문 사람들하고 친하게 지내면 좋을 거라고 먼저 말한 거, 너야.. 왜 이랬다 저랬다 하는데?’
‘... ... ...’
‘..일단 난 부르니까 갈게. 통신 계속 열어둘거니까 할 말 있으면 하고... 시다라도 붙여 달라고 부탁해 볼 테니까.. 너무 무리하지 마.’
‘....’
맥스는 통신을 열어두고는 손님방 문을 열었다. 문 밖엔 호기심이 많은 어린 남자코볼트 둘이 서있었다.
“...세 명 아니었냐?”
“형아는 오늘 어머니랑 유모님이랑 예절수업 이랍니다~”
“수업 끝나면 오신댔어요~”
“그래... 그럼... 어디 앉아서 이야기 할만한데 있냐? 있을 거 같은데..”
“정원에 다과를 준비 해 두었답니다~”
“어서 가요~”
“아, 마이니~ 손님을 그렇게 당기면 못 써~!”
“아니.. 얘들아 천천히 가..”
“조수님, 저쪽으로 가요~”
맥스는 마르엣 가문의 교육에 의문이 들었다.
지나치게 식사에 공포를 느끼는 잉게르, 모르는 사람을 의심하지 못하는 어린 남자아이들, 마법사와 일절 접촉이 없는 온 마을까지..
잉게르의 말을 들어본 바, 카이사르 마르엣은 말이 통하지 않을 테고, 사용인들 에게 지나치게 들이대면 언젠가 카이사르 본인에게 언질이 있을 것 이다. 적당히 사춘기가 가까워서 비밀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고, 가문의 일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게 보통인 남자애들이 물어보기에 적당했다.
정원은 햇빛이 따스하게 내리쬐고, 졸졸거리는 분수가 시원한 산들바람을 불러들였다.
미니는 티타임을 가지기 좋은 작은 정자로 향했고, 마이니는 맥스의 팔을 잡고 이끌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차와 다과가 준비돼있었다.
“손님과 대화할 땐 이곳을 이용한답니다~”
“어제부터 집사장님께 부탁해서 가장 좋은 차로 준비 해 놨어요~”
“그.. 그래.. 고맙게 마신다..”
미니와 마이니는 익숙한 손길로 차를 따르곤 맥스에게 궁금 한 것이 가득하다는 눈으로 입을 열었다.
“저.. 맥스 조수님! 마, 마법사 님이랑.. 어떤 사이신가요?!”
“코볼트 이신데 마법사랑 일하면, 구박 받지 않나요?!”
“저, 흉터는 어쩌다가 생기신 거에요? 마법사 님이랑 이런저런 모험을 떠나다가 생긴 건가요?”
“어떻게 코볼트 인데 마법사랑 일 하시는 거에요?”
맥스는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언제였지, 제 동생들이 온종일 세상 모든 것에 질문을 하던 때가? 그때랑 똑같네..
“그... 한 명씩 물어봐라 좀...”
“앗..” “앗..”
“...일단, 나야말로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에, 저희 한테요..?”
“그래... 별 건 아니고.. 너네 혹시, 마을 바깥으로 나가본 적 있어?”
“어.. 없어요오..”
“한 번도?”
“네.. 저흰 어른이 되기 전까진 성 안에서만 지내야 한답니다..”
“..뭐? 마을로도 못 나가 봤다고?”
“네! 어머님의 교육 철학이십니다! 어른이 되기 전부터 성 밖으로 나가면, 아직 성장하지 않은 저희에게 나쁜 영향을 주니까... 집 안에서 좋은 교육만 받아야 해요!”
“....그래 그렇구나~아...?”
말 끝을 늘리며 빈정거리는 듯한 소리를 냈지만, 이 아이들을 향한 것은 아니었다.
맥스는 잉게르가 너무나 가여웠다. 이런 곳이었으니 그렇게 도망치고 싶었겠지..
“그래서 저희 첫째 형님이 너무나 부럽답니다.. 올 해로 20살 성인이 되셨거든요~”
“아... 그 쬐끄만 애가?”
“조수님의 눈에는 작아 보이시겠지만, 저희들의 자랑스러운 형이셔요.”
“그래... 그 작은애가 어른이라니.. 세상이 너무 크다.”
“원래 세상은 크죠...?”
“그게.. 에휴... 맞아, 세상은 크지.. 너네들이 본 것을 다 합쳐도 훨씬 클테니까...”
“우와아.. 맥스 조수님, 저희한테 바깥 이야기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그... 해주려고 했는데 말이야.. 너네 바깥으로 나가는 거 금지라며. 그럼 바깥 이야기를 듣는 것도 안 되는 거 아니야?”
“어... 음... 하, 하지만, 이야기만 듣는 건 괜찮지 않을까요...?”
“바깥이 궁금한가 보네? 집안이 좋은 곳 이라고 말하던 녀석 치고는..”
“저.. ..어, 어머님껜 비밀로..해주세요..”
“그래라~ 나도 너네한테 척 지고 싶은 생각 없으니까.”
“저.. 그럼... 마법사 님이랑 어떻게 만나서.. 일하게 됐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 ... ..그, 그건.. 나중에... 다른 건 궁금한거 없어? 다른 나라는 어떻게 생겼는지 나.. 마법사 상점에서 파는 물건들 같은 거...”
“우와, 저 마법사 상점이 항상 궁금했어요..!”
“저, 저도요..! 조수님 저, 저희가 마법사 이야기 한 건 꼭 어머님이랑 메이드 분들께 꼭 비밀로 해 주셔야 해요..?”
“그래, 걱정 말고... 어디보자, 지금 내가 아마 갖고있을텐데..”
맥스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집에서 가져온 상비용 마법지를 꺼냈다.
“이게.. 마법을 못 쓰는 사람도 쓸 수 있는.. 마법종이야.”
“우와..! 처음봐요!”
“무슨 마법 이에요?”
“이건 치유마법이 든 거야. 어디서 어떻게 다쳐도, 한 두번 정도는 완벽하게 치료 할 수 있어.”
“대단해..! 넘어지거나 바늘에 찔린 것도 치유가 되나요?”
“당연하지.”
“우와아... 어머님은 이런 거 안 보여주시는데...”
“한 번도 본 적 없어?”
“네.. 마법은 우리를 타락시킨대요.”
‘풋’
열린 통신으로 모든 대화를 듣고있던 잉게르가 비웃음을 흘렸다. 맥스는 그 소리를 들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법을.. 싫어하시나?”
“마법을.. 싫어하시는 것도 같고... 마법은 나쁜 게 아닌거죠...?”
“쓰기 나름이지 뭐.. 너희 어머님 마법을 너무 싫어하시네.. 세상 나가면 널린 게 마법이랑 마법사인데..”
“그.. 정도..에요..?”
“그럼.”
미니와 마이니는 서로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벌렸다.
“..뭐 문제 있어?”
“아뇨.. 아니에요...”
둘은 말없이 홍차를 홀짝였다. 그때, 누군가 다가왔다.
“여기 계셨군요~! 우리 동생들과 마법사의 조수님~”
“아, 첫째... ...이니, 맞지?”
“어머나, 제 이름도 기억해주시고~ 영광이랍니다~”
“아, 조수님 제 이름은 요? 저 이름은 기억하세요?”
“어, 저도요~!”
“어, 어어.. 잠깐만... 너가 마이나, 너가 미니 였나?”
“아~ 다 틀렸잖아요~”
“너무해요! 첫째 형님은 기억해주셨으면서~”
“아, 미안..”
“후후, 어른들 끼리는 통하는 법 이랍니다~ 귀여운 동생님들~”
“흥! 저희도 금방 어른이 될 거 라구요~!”
“네에~네에~ 3년이면 다 자라실 거에요~”
“어이구, 넌 또 17살이냐”
“앗, 아기씨의 나이를 그렇게 막 유추하고 그러시는 거 안돼요~!”
“그래그래”
“아, 조수님, 잠시 개인적으로 드릴 말씀이 있는데 괜찮으실까요...?”
“뭐?.. ...어, 그래...”
“아, 둘이서만?”
“어른들끼리 할 이야기가 있답니다~”
“피잇...”
첫째 이니는 맥스를 이끌고 정원 한구석 아무도 없는 곳으로 향했다.
“..무슨 볼일인데?”
“... 잉게르 마법사님의 조수 맥스 계약서님.. 계약서님께만 긴히 드릴 말이 있어요.”
“...”
맥스는 문득 진지하게 말을 꺼내는 이니를 보니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 저는, 이 가문의 비밀을 알아요. 정확히는 우리 마을 전체의..”
“...무슨 말이야?”
“...잉게르.. 라고 하셨죠? 그 마법사님.”
“그래..”
“... ... ...마르엣... 이시죠? 그 분.”
“뭐?”
“잉게르... 라고 하신 마법사님, 저희 가문에 있던.. 숨겨진 첫째 누님 아니신가요?”
“...”
‘...’
가만히 통신을 듣던 잉게르는 손에 들고 있던 수정구를 떨어뜨렸다.
나를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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