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5 - Swing swing (2/3)
Devil may cry - Nero/Kyrie
오빠인 크레도도 그랬고, 그녀도 그랬고, 다른 사람들도 그랬듯이 아이들은 금방 부쩍 자라곤 한다. 저녁 무렵이 되어도 활달이 뛰어노는 아이며, 슬슬 졸리다며 투정을 부리는 아이며 모두가 그랬다. 처음 부모님 손을 붙잡고 이곳에 오기 시작한 날이 그 전 나날보다 길어진 지금, 그들과 어울리며 함께 자란 그녀가 또 다른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은 이미 당연한 생활 일부가 되어있었다.
키리에가 투정 부리는 다른 아이를 챙기는 사이 무슨 불이 붙었는지 또 두 아이가 우다다 그녀 앞을 지나쳐 달려나갔다. “넘어지거나 부딪치면 안 돼, 조심해!” 키리에의 외침에 “네~!”, “응!” 하고 각기 대답이 돌아왔지만 그다지 들을 것 같진 않다. 그나마 전력으로 뛰어다니진 않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까. 마구 달리다 울타리에라도 부딪치면 안 될 텐데.
일이 년 전―그녀 자신도 아직 머리가 하나쯤 더 작던 무렵에는 더 조그마했던 아이들이 벌써 저렇게 자라 있었다. 키리에가 자란 것보다 저 아이들이 자라난 키가 더 크다. 키뿐만 아니라, 손도, 발도. 아이는 정말 빨리 자라기도 하지. 그녀가 너무나 잘 아는 얼굴이 떠오르는 바람에 키리에는 저도 모르게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키리에 언니?”
“아, 응. 왜 그러니?”
“나 졸려.”
“그래, 얼른 들어가자.”
키리에 나이의 반도 채 되지 않은 아이가 그녀 다리에 매달려왔다. 곧 저녁 시간이라곤 하나 벌써부터 유독 칭얼거리며 잠투정을 부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늘 자던 낮잠을 못 잔 것이다.
“언니는 안 졸려?”
“나도 졸려.”
걱정하듯 치맛자락을 당기는 고사리 같은 손에 키리에가 웃음 지었다. 사실 키리에 본인에게도 매우 고생스러운 하루였으나 그래도 미소는 빛이 바래는 법이 없었다. 그 미소는 스며든 햇볕 내음 같은, 너무나 당연하게 몸에 밴 성품 그 자체였다.
멀리서나마 다른 아이들이 놀이터를 가로질러 다 먼저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키리에는 다리에 달라붙은 아이를 토닥였다. 너무 꼭 달라붙은 탓에 어르고 달래어 겨우 몇 발짝을 옮길 수 있게 되었을 때는 이미 하늘도 어둑어둑하니 물들어가고 있는 참이었다.
“셰스타 선생님이 기다리시겠다.”
단순한 혼잣말이었으나 그녀 손을 꼭 쥔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 혼나?” 하고 졸음 가득한 눈으로 묻는 얼굴이 귀엽기 그지없다. 키리에는 아이 손을 토닥이며 웃어주었다.
“아니? 안나가 왜 혼나. 그런 일 없어.”
애초에 아이들을 데리고 멀리 나갔던 것도 아니다. 미티스의 숲 안까지 들어갔다면 훨씬 늦게 돌아왔겠으나, 해봐야 숲 언저리까지 갔을 뿐이라 보육원에 돌아오는 것도 금방이었다. 그나마도 모두 건물 안으로 들어갔으니 남은 것은 키리에와 안나 뿐이었다.
안나도 조금 더 크면 잘 걷고 잘 뛰어다닐 수 있겠지만, 아직은 너무 어렸다. 작은 아이가 급히 걷다 행여 돌부리에 걸리지나 않을까, 제 발에 제가 넘어지진 않을까, 앞보다는 아이 발 주변을 보며 걷기를 수 분. 겨우 열 몇 걸음이면 지붕 아래에 들어갈 수 있을 즈음이었다. 작은 손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안나?” 입을 염과 동시에 근처의 인기척을 눈치챈 키리에가 고개를 들었다. 그네에 기대고 있는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아까 문득 그녀 머릿속을 스쳐 갔던 소년이었다. 분명 그녀보다 손가락 한두 마디쯤 작았던, 지금은 머리 하나쯤 훌쩍 커져 버린 너무나 예쁜―지금은 멋진 청년이 되어버린 아이. 소중한 소꿉친구.
“네로.”
키리에의 입가에 화사한 미소가 맺혔다. 네로가 손을 들어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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