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우테르페의 소설

[BL]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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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BL 자캐 페어 - 『거래』

Keywords : 연구원 / 실험체 / AU

에우테르페의 소설 中 겨울 타입 글 커미션

i**님 연성 교환 ⓒ리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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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9


거래

거친 호흡이 터져 나왔다. 사토 유즈루는 울컥 올라오는 피 섞인 타액을 억지로 삼키며 끄응, 앓는 소리를 냈다. 흐린 시야를 붙잡으려 애쓰며 쓰러진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그마저도 움직임을 봉쇄당했다. 어깨를 밟고 있는 다리 힘이 너무 억센 탓이다. 고개를 비틀어 자신을 내려다보는 인영을 역으로 올려다봤다.

“...하하. 역시, 내가 틀리지 않았어.”

“...”

코이즈미 료. 이번에 새로 담당하게 된 실험체. 그가 자신을 짓누르며 무표정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당신도 다른 연구원 놈들이랑 똑같네요.”

“글쎄.”

“...자신은 다르다고 말할 겁니까?”

그 말에 사토가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다르지. 적어도 네가 본심을 숨기고 있다는 걸 제일 먼저 알아챘으니까.”

“...어리석긴.”

후두둑. 갑작스레 소낙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참지 못하고 입 밖으로 흘러내린 피가 빗방울을 맞아 넓게 실을 그리며 퍼져나갔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코이즈미는 어깨를 짓밟고 있던 다리를 치우고는 사토의 멱살을 잡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그가 거친 호흡을 터트리며 기침을 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본심을 숨기고 있는 건 그쪽이 아닌가 의심이 되는데요.”

코이즈미가 시선을 가깝게 마주했다. 살짝 긴장한 듯 사토가 목을 바짝 굳혔다. 그 미묘한 변화를 민감하게 눈치챈 그는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었다.

“씨발, 흥분 되게. 도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예요?”

“...”

숨기고 있는 것은 애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에게 진실을 말할 필요는 없었다. 그럴 의리도 없었고. 코이즈미 료가 제거 대상 실험체로 확정되어서 그가 도피시키려 일부러 악역을 자처했다는 것 정도는. 그는 전혀, 알 필요가 없었다.

***

악몽을 꿨다. 리칸이 꿈에 나와 경고했다. 누나는 그에게 어떤 일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해주고 있었다. 반갑지는 않은 일. 사토 유즈루는 연구소에서 새 실험체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통지를 들었다. 예지몽인가? 아니, 현몽인가. 리칸의 모습을 빌려서 신이 제게 무언가를 알려주기라도 한 것일 테지.

새로 맡게 된 실험체는 코이즈미 료라는 자였다. 동료 연구원들의 평가는 좋았다. 자신들에게 호의적이고 살갑게 구는 그는 연구원들 사이에서 나름 인기도 좋은 편이었다. 사토는 그 모습을 믿지 않았다. 실험체가 연구원에게 호의적이라고? 말이 되지 않는다. 본심을 숨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곧 사실로 드러났다.

그걸 목격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하지만 어떤 우연은 필연이다. 사토 유즈루는 그렇게 믿었다. 늦은 밤, 늦게까지 보고서를 작성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의 숙소는 제일 안쪽에 위치해 있어서 항상 새 실험체가 오면 배정받는 구석에 위치한 방을 지나쳐야 했는데─도망을 방지하기 위해 문 반대쪽 끝에 위치해 있었다─, 누군가 그의 구속복을 잠깐 풀어준 것 같았다. 화장실이라도 가려나. 그런데 감시자가 없었다.

그리고 목격했다. 그가 침대 시트 안쪽으로 무언가를 넣는 것을. 검은 총구가 빛에 반사되어 번들거렸다. 그 빛에 자기도 모르게 몸을 벽 뒤로 숨겼다. ...호의적인 태도는 거짓이었나.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난잡하게 날아다녔다. 역시, 위험한 녀석이었다.

멀리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연구원들이 다가오는 소리였다. 사토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자리를 피했다. 코이즈미는 다음 날에도 연구원들에게 웃으면서 가식을 팔았다. 멍청한 동료들은 그의 사교적인 태도에 넘어갔다. 구속복을 입은 남자가 뭐가 그리 좋은지 실실 웃으며 그들에게 맞장구를 쳐줬다.

상대가 무얼 좋아하고 꺼려하는지 본능적으로 알아채고 그걸 대화 소재로 반영하는 것 마냥. 실험체와 연구원의 대화라고는 볼 수 없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사토 씨.”

“...”

어느 날, 그에게 약을 주입하고 반응을 관찰하는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슬쩍 시선을 들자 약 기운에 몽롱한지 조금 흐릿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코이즈미가 보였다. 구속복을 입은 남자가 의자에 앉은 채로 자신 쪽을 희미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은...”

“쓸 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약 때문에 정신도 못 차릴 텐데.”

“...당신은, 다른 연구원들과는 다른 것 같아요.”

“...”

정곡을 찔렸다. 그의 앞에서 너무 경계하는 티를 냈나. 그래서 이상함을 눈치챈 것일까. 사토는 긴장으로 목울대가 움직이는 것도 모른 채 잠시 침묵하고는 대답했다.

“─실험체를 대하는 연구원이 다 똑같지 다를 게 뭐가 있겠어.”

“아니. 뭔가... 다릅니다.”

구속복이 불편한지 그가 몸을 조금 뒤틀더니 말을 이었다.

“당신은 나를 싫어하지.”

“...”

“그 눈빛. 마음에 안 들어요.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 같아.”

정신이 흐릿한 가운데서도 코이즈미는 숨겨왔던 광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내게서 뭘 봤길래 그렇게까지 경계하고 피하는 건지. 더 이상 내 앞에서 도망가지 못하게 해주고 싶은데요.”

“도망이라니. 내가 언제 도망을 갔어?”

“지난번에. 그거. 봤죠?”

“......”

뒷목이 긴장으로 바짝 굳었다. 코이즈미는 그런 사토의 기색을 예민하게 알아차리고 빙긋 웃었다. 사냥감의 약점을 잡은 듯한 태도였다.

“역시. 그냥 던져 봤는데. 그때 왜 도망갔어요?”

“그건.”

“봤잖아, 당신. 내가 숨기는 거. 그런데도 다른 녀석들한테 말하지도 않았잖아요?”

그가 던지는 말들이 자신을 점점 궁지에 몰고 있었다. 지금 이 연구실에는 저 녀석과 자신 둘 뿐이었다. 여기서 회피하면 또 도망치느냐는 말을 들을 것이 뻔했다. 사토는 나오려는 한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힘겹게 토하듯이 말을 뱉어냈다.

“...료. 나한테 궁금한 게 참 많나 보네.”

“그럼요. 내 담당 연구원이신데.”

사토는 보고서를 쓰기 위해 움직이던 손을 멈췄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저 녀석의 페이스에 말려들기만 하고 있었다. 지금은 후퇴할 때가 맞았다. 이건 도망이 아니었다. 의중을 알 수 없는 적 앞에서 보이는 전략이었다.

“잡담은 이쯤 하지. 보고서 작성도 얼추 끝났고. 감시자들을 불러와야겠어.”

“까칠하기는. 대답 안 해줄 거예요?”

그에 돌아오는 반응은 없었다. 사토는 코이즈미 쪽을 보지도 않고 연구실에서 나갔다. 뒤에서 그가 코웃음을 치는 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했다. 그 날은 그걸로 끝이었다.

*

악몽을 꿨다. 또 리칸인가. 아니었다. 꿈에 나온 것은... 코이즈미 료였다. 그가 그때 봤던 검은 총신을 쓰다듬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대는 밤이었다. 구속복을 모두 풀어낸 그가 총구를 제게로 천천히 겨누었다. 총구 안이 흑연으로 새까맣게 타들어가 있었다. 그 안은 암흑이었다.

곧 불꽃이 튀고, 저기서 튀어나온 총알이 자신의 몸을 꿰뚫으리라. 그런 느낌이 들었다. 벌써부터 심장이 조여오는 듯 아프기 시작했다. 꿈이었는데도 통증이 느껴졌다. 심지어 아직 총을 맞지도 않았는데.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이 아주 천천히 당겨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게 보일만한 거리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모든 장면이 보였다. 슬로우 모션이 걸린 것처럼, 자신은 코이즈미의 손가락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윽고 불꽃이 튀었다.

꿈에서 깨어났다. 사토 유즈루는 식은땀에 흠뻑 젖은 채 숙소의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허억...”

호흡이 흐트러졌다. 시트가 땀으로 젖어 축축했다. 내가 수면제를 먹고 잤었나. 그런데도 또 악몽을 꿨다. 옆에 놓인 협탁을 보니 쓰러진 수면제 통에서 굴러 나온 알약 몇 알이 쏟아져 나와 있었다. 자면서 팔로 치기라도 했나. 이마를 한 번 쓸어 넘기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몸 상태도 엉망인 것이, 오늘은 왠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

*

“──라서, 제거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뭐?”

갑자기 결정된 사안이었다. 실험체 AQ032-17 코이즈미 료의 폐기 처분. 그에게서 더 이상 얻어낼 것이 없다고 판단한 상층부의 지시였다.

사토는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살폈다. 연구원들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당연했다. 그는 지금 자신의 방에 갇혀 있을 터. 엿들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연구원들의 태도는 하나같이 평온했다. 여타 실험체들과 다를 것 없이 그저 아쉬운 표정 하나만을 지을 뿐, 거부 의사는 내비치지 않았다. 사토 유즈루는 불안감이 온몸을 잠식해가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 나만 불안한 거야?

코이즈미 료라는 실험체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졌다. 그리고 사토는 왠지 그가 이 사실을 예견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친 직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사실로 들어맞았다.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료가 사라졌다. 자신의 방에서 흔적도 없이. 그래, 탈출한 것이다.

침대 매트리스를 들어보니 그곳엔 먼지 외에 아무것도 숨겨져 있지 않았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사토 유즈루는 결정했다. 오늘 꾼 악몽이 과연 예지몽이었는지, 시험해보기로 했다. 단지 그 이유였다.

일부러 동료들에게 혼선을 줄 정보를 뿌렸다. 자신이 담당하던 실험체였기에 그들은 제 말을 의심하는 기색도 없이 철썩같이 믿고 움직였다. 시선을 분산시킨 사토는 코이즈미 료가 탈출에 이용했을 만한 루트를 생각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방에서 제일 가까운 자신의 숙소 뒷 편을 떠올렸다. 정문에서 제일 먼 곳이라 감시가 약했고, 시설도 제일 낡은 곳이었다. 서둘러서 그쪽으로 향했다.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건물 뒷편에 도착했다. 거친 숨을 고르며 주변을 살폈지만 인기척은 없었다. ...여기가 아닌가. 설마 진짜 정문으로 간 건가? 정면돌파하는 혈기 하나는 끝내주는군.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돌아가려고 할 때였다. 누군가 자신의 뒷목을 잡아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퍼억. 흙이라서 둔탁한 소리만 날 뿐 큰 소음은 나지 않았다. 서둘러 일어나려고 했으나 어깨를 짓밟는 다리가 철근같이 무거운 탓에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하하. 역시, 내가 틀리지 않았어.”

“...”

코이즈미가 무시무시한 눈길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갑작스레 입에서 기침이 터져 나왔다. 너무 강하게 머리를 부딪힌 탓인지 콧속에서 혈향이 났고, 목구멍이 바싹 마른 듯 아팠다.

“당신도 다른 연구원 놈들이랑 똑같네요.”

“...글쎄.”

“자신만은 다르다고 말할 겁니까?”

그 말에 사토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은 코이즈미 료를 도망치게 할 생각이었으나 그가 오해하고 있는 건 당연했다. 사토 유즈루는 그의 담당 연구원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는 부러 그 오해를 풀어주지 않았다.

“다르지. 적어도 네가 본심을 숨기고 있다는 걸 제일 먼저 알아챘으니까.”

“...어리석긴.”

후두둑. 갑작스레 소낙비가 쏟아졌다. 울컥, 하고 피가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장대비가 피부를 아프게 때렸다. 정신이 희미해질 법도 한데 이상하게도 또렷하기 그지없었다.

그때, 갑자기 멱살이 잡혔다. 억지로 몸이 공중으로 떴다. 말도 안 되는 힘이었다. 강한 악력 탓에 절로 기침이 터져 나오고 핏방울이 후드득 쏟아졌다. 그 모습을 묘한 시선으로 지켜보던 코이즈미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본심을 숨기고 있는 건 그쪽이 아닌가 의심이 되는데요.”

시선이 가까워졌다. 팔 힘만으로 자신을 들어 시선을 마주한 코이즈미가 탐색하는 맹수의 눈빛으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긴장으로 몸이 굳었다. 생리적인 반응이었다.

“씨발, 흥분 되게. 도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예요?”

“...”

“당신도 나한테 거짓말을 한 거였네요. 당신만은 다를 거라고 믿었는데.”

“...뭐, 내가 그때... 네가 총을 숨긴 것을 고하지 않아서, 네 멋대로 나는 다를 거라고 믿었던 건가?”

“제 착각이었죠. 그날 이후 우리는 동류라고 믿었기에, 설마 배신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오산은 기껍지 않네요.”

갑자기 코이즈미가 멱살을 놨다. 사토는 바닥에 구르면서 쓰러졌다. 쏟아 박히는 비로 인해 몸이 차가웠다. 한기가 돌았다. 장대비가 아무렇지도 않은지 코이즈미는 바닥에 널브러진 사토를 한 번 보더니 쭈그리고 앉아 그와 눈높이를 얼추 맞췄다.

“나랑 거래 하나 하죠.”

“뭐...?”

“나를 여기서 나가게 해주면. 당신을 죽이지 않겠습니다.”

“......”

코이즈미가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상쾌한 얼굴로 웃었다. 그러나 눈동자의 온도는 냉기로 점철된 것처럼 싸늘했다.

“살려둬서 가지고 노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거든.”

그는 지금 장난감으로서의 가치를 논하고 있었다. 까득, 이가 절로 갈렸다. 재수 없는 새끼.

“지금 나보고 네 장단에 어울려주라는 소리냐?”

“나쁠 것 없죠. 당신도 소중한 ‘가족’을 놔두고 죽고 싶지는 않을 거 아냐?”

“...”

그 말에 바로 리칸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는 증오받아 마땅한 자였기에. 꿈에서 자신에게 경고하던 누나의 모습이 머릿속에 잔상처럼 남아 있었다. 사토는 유즈루는 한숨을 터트렸다. 입김이 나올 것 같이 몸이 추웠다. 코이즈미 료는 그저 그런 그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자.”

“네?”

“거래, 하자고.”

그가 진실을 알 필요는 없었다. 사토는 그저, 악몽이 현실로 되지 않았다는 지점에서 꿈이 예지몽일 가능성을 버렸다. 꿈 따위, 현실을 살아가는 자에게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리칸의 모습을 하고 장난질을 한 신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도록 놔둘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자신은 살아남아야 했다.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점점 또렷해지는 정신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거래가 성립되었음을 알리는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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