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꽃차 향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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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안의 서늘 속에. 막 출구를 벗어났을 때, 갓 작은 세상의 따뜻함을 꽃 틔우는 소리처럼 새삼 감탄하는, 드문드문의 사람들 사이에서. 여럿이 몰려나와 커피나 주전부리를 시킨 요란벅적한 테이블 사이에서 막 감상에 젖어있을 때, 놓여있는 찻잔도 감성에 젖어 있었다. 조그마한 명화 조각이 그려진 찻잔의 조금 진한 차. 그냥 단순한 컵이 아닌 진짜 찻잔이었다. 곡선을 따라 금테가 둘려있고, 여기를 오는 도중에 거친 기념품 매점에서도 본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은 원기둥 모양의, 명화로 싸인 전등보다, '벽에 걸어놓는 명화 유리 시계'보다 더 우아해서 그랬던 듯하다. 하얀 상자로 포장되어 팔리던 작은 찻잔. 사람들은 유난히 그걸 많이 사갔다. 아마 한 손에 들어와서, 찻잎들을 잘 끌어안아 우려낼 것 같아서. 지금 여기 앉아있는 사람들의 손에도 몇몇이 들려있다.
이 미술관의 카페는, 설마 찻잔뿐이랴, 작은 쟁반에도 역시 흔히 알려진 그림과 그것을 그린 유명 화가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 위 예의 우아한 찻잔은 떠들썩한 인파 중에서도 곳곳이 꽃향기를 피워내고. 그것은 진하기 이를 데 없어서, 달아 녹아내릴 것만 같은 설탕 냄새나 여러 소음에도 흩어지지 않고 아리송해지지 않는다.

이게 꽃차였나?

반쯤 돌돌 말린 영수증의, 조금 번진 인쇄체. 그 글씨로 찍힌 국화차. 생색이라도 내듯, 냅킨에는 클로드 모네가 그린 <국화꽃>이 조잡한 모습을 하고 있다. 1787년, 그때 파리의 국화꽃도 이런 향기였을까.
 벽을 먹은 벽창 너머로 미술관 건물을 둘러싼 화단에 국화가 가득 피어있다. 저 멀리 그 아이의 어림만큼이나 흐드러진, 작은 소년의 모자에 꽂힌 국화 꽃잎이 소년과 뛰논다.

차는 아직도 뜨거웠다. 노르스름한 수면 아래로 사분사분 꽃잎이 가라앉아있다. 부드럽게 가만히 꽃내음을, 차 향기를 내고 있다. 사위에서 퀘틀레하게 수다를 떨고들 있지만, 그 와중에도 국화차는 생각보다 진진했다. 이런 관광지 따위에서 값을 비싸게 받고 파는 음식들이니 역시나, 라고 말하려 했었는데.

이 미술관에 딸린 카페에는 꽤 군것질할 것이 많다. 쿠키나 머핀 혹은 마카롱처럼, 수제 마들렌처럼. 유리 보관대 안의 화려한 간식들의 투명한 모습 뒤로 어느 향 좋은 차를 타는 종업원의 등이 보인다. 저 차도 국화차려나. 다시금 내 앞의, 찻잔 속 차를 입술 속에 머금는다. 어디서 따오는 건지 모를 꽃잎이 가득 담긴 소쿠리를 막 엎지른, 애티를 못 벗은 종업원의 작은 뒷모습. 달큼한 간식들이 수도 없이 많은, 테이블 앞 사람들의 입속으로 사라져 바스러지는 소리. 자연스럽게 꽃향기와 흘러간다. 나의 작은 찻잔에서 피어나오는 국화 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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