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에 따라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차량. 길고 지루한 이동길에 난천은 울리는 알림을 확인했다. 화면에 뜬 것은 카드 사용 내역. 상세 내용에는 장막시티 내 한 마트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 가격이면 뭘 산 걸까, 식재료? 난천의 의문을 읽기라도 한 듯 뒤이어 문자가 전해졌다. ‘나무 열매가 할인을 해서 포핀을 잔뜩 만들었어요.’ 그런 내용과 함께 전해진 것
여전히 꼭대기 층에 위치한 태홍은 웬일로 갤럭시단의 복장이 아닌 멀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제노가 빤히 바라보자 그가 말했다. “연구 시설 증축에 관한 회의를 하고 오는 길이다.” 아 맞다, 얘 대기업 회장이었지. 갤럭시단의 겉모습은 신오를 지탱하는 가장 큰 기업이었다. 도서관이며 연구소, 역사박물관 등 여러 시설이 태홍에 의해 세워진 것으로, 도시에
쿠르릉, 하늘에서 불길한 소리가 울렸다. 순식간에 구름이 모이고 사위가 어두워진다. 제노를 노리던 아그놈과 유크시가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하늘을 올려다본 순간, 어마어마한 크기의 광선이 호수를 향해 쏘아졌다. 꼭 신화 속에 나오는 얘기처럼 호수의 물이 갈라지고, 그대로 커다란 파도가 되어 호수 주변을 덮쳤다. 영향권에 있던 제노가 물살에 밀려나 다시
“—.”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간. 제노는 기묘한 울음소리에 눈을 떴다. 포켓몬들도 마찬가지로 달라진 기운을 느꼈는지 이미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아직 진화하지 않은 이브이만이 몬스터볼에 들어있었다. 나가자. 옷을 갖춰 입은 제노가 그렇게 말하며 나서자 포켓몬들이 그 뒤를 따랐다. 서늘한 새벽. 호수 주변은 물안개로 사위가 가려져 있었다. 허나 커
- 정말 혼자서도 괜찮나? “괜찮으니까 너희 조무래기들 보낼 생각은 꿈도 꾸지 마. 방해만 돼.” 정작 제노의 답을 들은 태홍은 아무렇지 않아 하는데 옆의 새턴이 길길이 화를 냈다. 제노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무시했다. 새턴에게 하도 욕을 듣다 보니 터득한 기술이었다. 태홍과의 통화를 마친 제노가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 진실호수를 조사하기 위한 간이건물.
태홍이 제노를 연구실로 이끌었다. 뒤로는 마스와 주피터가 따라왔다. 그곳에서 제노를 맞이한 것은 새턴과 플루토, 그리고 붙잡힌 전설의 포켓몬- 유크시, 엠라이트, 아그놈이었다. 제노가 초록색 액체가 담긴 실험관에 죽은 듯이 갇혀있는 세 마리의 포켓몬을 바라보았다. 부글부글, 간간이 올라오는 거품 사이로 자신의 얼굴이 유리에 비쳐 보였다. 문득 갤럭시단과
난천과의 첫 만남으로부터 1년. 제노는 연구는 물론 챔피언의 일로 바쁜 난천을 대신해 장막시티에 머물며 플레이트의 수집에 열중했다. 모은 플레이트는 모두 19개. 각각의 플레이트에 이름을 붙인 난천은 제노가 가져온 레전드플레이트를 조사하며 이것이 마지막 플레이트일 것이라 결론을 내렸다. 제노는 그것에 동의했다. 딱히 난천만큼의 지식을 가져서가 아니라, 그
거세게 쏘아지는 물줄기를 맞고 허공에 붕 뜬 한카리아스의 몸이 바닥에 떨어졌다. 쿵,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한카리아스가 난천의 발치까지 날아왔다. “… 수고했어, 한카리아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전투 불능 상태를 확인한 난천이 한카리아스를 볼로 돌려보냈다. 한카리아스가 들어간 몬스터볼을 쥔 난천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게 대체 얼마 만에 겪는 패
회상을 마친 대엽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전진은 끝까지 제노를 귀찮은 일에 휘말리지 않게 도우려 했으나, 끈질기게 달라붙는 대엽에 어쩔 수 없이 그의 마지막 행적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천관산이라니, 그런 데에 뭐 재밌는 게 있다고. “하아, 우리 아가씨, 어째서 안 오는 걸까.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당신이 싫어서입니다.” “내가 너무
“정말 강하구나, 너의 이상해꽃! 하지만 이걸로 교체야!” 제노가 다음 몬스터볼을 꺼냈다. 안에서 나온 루카리오가 발끝으로 가볍게 뛰며 몸을 풀었다. 그 모습을 본 제노가 웃으며 말했다. “설마 단지 빛의장막만을 위해 이상해꽃을 교체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순간 에레키블이 몸을 휘청였다. 전진이 놀란 눈을 하고 에레키블의 상태를 살폈다.
전진의 취향에 맞게 개조된 넓은 체육관 안. 관중석에는 단 한 명, 대엽이 앉아 있었다. “… 후우. 나는 체육관 관장 전진. 신오 제일의 체육관 관장이라고도 불리지만… 뭐, 딱히 상관없어.” “제노입니다.” 시합의 시작을 알리는 기계 음성이 울리고, 두 사람이 동시에 포켓몬을 꺼냈다. 전진은 쥬피썬더, 제노는 이상해꽃이었다. “전기 타입 공격이 반감
천관산의 꼭대기에 위치한 유적지, 창기둥. 신오지방의 챔피언, 난천은 창처럼 깎인 기둥들 사이로 서 있는 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난천을 등지고 창기둥에 오르는 계단의 반대편 끝에서 설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기를 품은 바람이 불 때마다 그가 쓴 후드에 달린 털이 흔들렸다. “당신이지? 배지 8개를 모두 모았다는 트레이너가.” 난천의 목소리에 그가 조금
· 심향 루트. 하지만 로맨스는 거의 없습니다…. 포켓몬 센터 앞.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던 심향에게 누군가 다가온다. 두 사람의 모습을 발견한 심향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진다. “누나!!” “나는 보이지도 않냐?” “실버도 안녕!” 히죽 웃은 심향이 곧장 제노의 앞으로 달려왔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부쩍 자란 키. 성도에 있을
거하게 뒤통수를 맞은 목호가 시원하게 웃었다. 가디안을 제외하더라도 결국 남은 것은 제노의 포켓몬이었으므로, 제노와 실버의 승리였다. “너희들의 콤비, 훌륭했다.” “거의 제노가 혼자 다 했지만 말이야.”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실버가 불퉁하게 답했다. 그러자 목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실버가 목호를 바라보았다. 그가 계
“가라, 이번엔 너다!” 리자몽의 울음소리가 동굴 전체를 울렸다. 그 진동에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다. “포푸니.” 실버의 몬스터볼에서 나온 포푸니가 높은 소리로 울었다. 리자몽에 비해 그 기세는 약했지만, 전혀 겁먹지 않은 모습이었다. 실버가 바닥을 축축하게 적신 바닥을 한번 보곤, 포푸니에게 작게 신호를 보냈다. 실버를 슬쩍 돌아본 포푸니가 고개를
다행히도 붐볼 실버가 터지기 전에 심판이 다가와 용의 굴에 대해 알려주었다. 이향은 자존심이 세니 지금은 그가 말하는 대로 따라주는 편이 좋을 거란 말도. 어찌저찌 실버를 달랜 제노는 센터에서 포켓몬들의 치료를 마친 뒤, 용의 굴 중앙에 있다는 사당으로 향했다. “장크로다일, 괜찮아?” 제노의 물음에 두 사람을 등에 태운 장크로다일이 울음소리로 답했다
순식간에 시합이 재개되었다. “장크로다일, 신뇽에게 붙어!” “그렇게 둘 순 없지! 신뇽, 전기자석파!” 물 타입인 장크로다일에겐 효과가 좋은 전기 공격. 허나 내리장크로다일이 내리꽂히는 전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뇽을 향해 달려들었다. “폭포오르기!” 훈련의 성과를 보여줄 때였다. 세찬 물살과 함께 장크로다일이 돌진했다. 거센 기세에 밀쳐 올려진
* 단금전력봇(@ 60Dnkb)님께서 올려주신 주제입니다.문제가 발생하면 게시물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드리스, 이건 뭐야?” 먼지가 수북이 쌓인 선반에서 눅눅한 종이상자들을 하나둘 빼내던 앨빈이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뭐가? 이상한 거라도 찾았니?” 잔뜩 일어난 먼지들을 손으로 쫓던 이드리스가 콜록거리며 의자에서 내려왔다. 괜찮으냐는 질문에 그렇
검은먹시티 외곽의 호수. 실버는 그날 하루를 이향과의 시합에 대비하여 포켓몬들을 훈련시키는 데에 썼다. “장크로다일, 폭포오르기!” 장크로다일이 굉장한 기세로 폭포를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다. 얼음샛길에서 획득한 비전머신으로 폭포오르기를 배운 뒤, 능숙하게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맹연습 중이었다. 폭포를 중간쯤 오르던 장크로다일이 아래로 떨어졌다
이런 미친, 대체 어떤 놈이 방안에 이따위로 옷을 널브려놓은 거야. 바로 나다. 제노는 어제의 자신을 원망하며 침대에서 기어 나와 옷가지들을 정리했다. 샤워를 마치고 평소와 같은 민소매에 조거팬츠 차림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포켓기어로 메시지를 보낸다. ‘저번에 주신 알이 부화했어요.’ 수신인은 난천이었다. 포켓기어를 침대에 던져놓고 거울 앞에서 완전히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