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생일도 나이도 박사님께서 정하신 건데 말이야. 그치?” “피?”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던 제노가 자신에게 묻자 피츄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동그란 머리를 제노가 쓰다듬었다. “야, 고아.” “….” “야.” “….” “야!” 코앞에서 들리는 외침에 멍을 때리고 있던 제노가 퍼뜩 놀라 고개를 들었다. 익숙한 남자아이들 무리가
“다녀왔습니다.” “어서 와, 춥지? 빨리 씻고 나오렴. 따뜻한 물 받아놨어.” 탁, 현관문이 닫히자 집안의 따스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해가 저무는 시간까지 눈놀이를 마친 아이들을 남나리가 반겼다. 그린이 서둘러 들어가느라 마구잡이로 집어 던진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한 제노가 천천히 그 뒤를 따랐다. 제노가 이 집에 온 지 몇 달이 지나 완전한 겨울.
“레드, 이쪽은 내 동생.” 마치 자기 자랑을 하듯이 으쓱이며 그린이 말했다. 그에 레드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린이 어린 나이에도 잘생긴 티가 나는 이목구비로 어른들에게 예쁨을 받는다면, 레드는 뭔가, 뭔가… 감자 같았다. 그것도 막 흙을 털어낸 동글동글 알감자. 제노가 레드를 관찰하듯이, 레드 또한 제노를 바라보았다. 빤한 그 시선이 부담스러
오 박사의 집에 지내게 되면서도 제노의 일상에 큰 변화는 없었다. 아침이 되면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난다. 이불을 정리하고, 곧장 부엌으로 향한다. “좋은 아침.” “안녕히 주무셨어요.” 커피를 끓이고 있으면 뒤이어 일어난 남나리가 부엌에 나온다. 아침을 준비하는 그를 도와 식기를 나르고 커피를 잔에 따르고 있으면 곧 오 박사와 그린이 식탁에 모였다
연구실에서의 생활은 편안했다. 다치고 기억을 잃은 불쌍한 아이. 동정을 사기 쉬운 포지션이었기에 연구원들은 모두 제노를 상냥하게 대했다. 제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언제나 밝은 얼굴로 틈틈이 연구원들을 보조하며 좋은 인상을 남기려 노력했다. 보조라고 해도,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커피를 타오는 등의 잔심부름뿐이었지만 말이다. 며칠 뒤, 경찰
▶ [ 처음부터 시작한다. ] [ 설정을 바꾼다. ] ???: … 그렇구나, 당신… 이제 모험을 시작한 거군. ???: 이름. 지어줄게. ???: 제노. 내가 아는 트레이너 중에 가장 강한 사람의 이름이야. ???: 이거, 다시 돌려주길 기다릴 테니까. * 파삭, 파사삭, 풀숲을 해치는 소리가 났다. 작은 아이 한 명이 허겁지겁 산길을 달리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회장을 채우고 있다. 특징적인 스타일을 가진 관장들을 제외하면 전부 모르는 얼굴들이다. 아마도 협회의 높으신 분들이나 그 관계자들이겠지. 협회의 의사를 전달하며 성호가 알려주길, 감사의 의미로 표창장 전달이 있을 거라고 했다. 제노는 사색이 되어 말했다. 제발 저는 빼주세요 제발 제발 제발.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빈 덕일까, 표창장의 주인
사이코키네시스는 막힌다, 근접 공격도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성호가 큰 소리로 외쳤다. “메타그로스, 파괴광선!!” “솔라빔!!” 양쪽 모두 전력을 다한 공격. 동시에 쏘아진 굵은 빛줄기가 중앙에서 부딪치며 강한 폭발이 일었다.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올렸으나 눈은 완전히 감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 바람이 일고, 침묵과 함께 먼지가 가라앉는다. 그리고
“가디안, 너도 돌아와.” 크게 다친 건 아니었으나 연이은 사이코키네시스의 사용으로 체력 소모가 컸기에 잠시라도 쉬게 하고 싶었다. 제노가 다른 몬스터볼을 집어 들고, 세 사람이 동시에 볼을 던졌다. “부탁한다!” 윤진의 몬스터볼에서 튀어나온 것은 로파파. 덩실덩실, 로파파가 리듬에 맞춰 흥겹게 발을 굴렸다. 물/풀 타입 포켓몬, 거기에 특성까지 더해
시간이 흐르고 일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더 이상 제노가 레쿠쟈와 관련해 걱정할 일은 없었다. 여러 도시를 바쁘게 오가던 성호의 일정에도 공백이 생기고, 루네시티도 완전히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그 말인즉슨 루네체육관이 다시 도전자를 받는다는 뜻. 필드의 양 끝에 선 윤진과 성호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호연지방 전체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을 때, 성
“하늘이…!” “원래대로 돌아왔어…!” 비가 그친 뒤의 하늘은 더욱 깨끗하고 파랬다. 때 한점 끼지 않은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루네시티의 모두가 걸어 잠갔던 창문을 활짝 열고 햇살을 맞이했다. “자, 이제 괜찮을 거야.” 곳곳에서 들려오는 환호 소리를 뒤로 한 채, 제노가 품에 안긴 야생 지그제구리를 놓아주었다. 비바람에
푸하! 참았던 숨을 몰아 내쉬는 소리와 함께 제노와 실버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뭍에 올라와 있던 성호와 윤진이 두 사람을 위로 끌어올렸다. 해저 동굴에서 탈출한 뒤, 수중을 통해 도착한 루네시티. 상공에는 가이오가의 힘으로 인해 발생한 폭우가 도시를 물에 가라앉힐 듯이 쏟아지고 있었다. “괜찮니?” “… 네.” 어두운 하늘 아래서도 반짝이
“이연은?” “그게, 아직….” “… 쯧, 출발한다!” 리더, 아강의 외침에 따라 아쿠아단 단원들이 크게 대답했다. 몇몇은 그를 따라 잠수정의 안으로, 또 다른 몇몇은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 입구를 경계하며 자리에 대기했다. 그때 굉음과 함께 문이 열린다. 아니, 박살 났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연기가 걷히고 드러난 것은 끈질기게 아쿠아단을
“님피아!” 밝은 빛줄기가 고래왕자에게로 쏟아진다. 충격에 날아오른 고래왕자의 몸이 뒤집힌 채로 물 위에 둥실, 떠올랐다. “치잇… 이렇게 된 이상, 도망이다!” 꼬맹이들만 상대하면 될 줄 알았더니, 저 트레이너, 강하잖아! 마지막 포켓몬을 들여보낸 아쿠아단 조무래기가 타고 있던 고래왕자에게 서둘러 헤엄칠 것을 명령했다. “놓칠 세냐!” “잠깐, 휘
수면이 규칙적으로 흔들린다. 다 같은 파도 같아 보여도 사실은 전부 달라서, 제각기 다른 소리를 조용히 집중해서 듣는다. “설마 자?” …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만 없었어도 더 나았을지도 모르는데. 대답하지 않자 머리 위로 그늘이 졌다. 하여간 집요한 녀석 같으니. 제노가 느리게 눈을 뜨며 고개를 들었다. 실버가 뚱한 표정을 하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
“하아, 하… … 완전히 지쳤어.” 쓰러진 두 포켓몬을 바라보던 이연이 중얼거렸다. 시선은 자신 앞의 두 사람에게로 향한다. 챔피언, 그리고 누군지 모를 건방진 꼬맹이. 하루 이틀 쌓아서 나오는 실력이 아니었다. 호흡을 맞춰 빈틈없이 서로를 보완하던 두 포켓몬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들이라면 어쩌면 아강을…. 거기까지 생각한 이연이 말했다. “… 이걸로
노부부가 준 정보를 토대로 아쿠아단을 쫓아 잿빛도시로 향하려던 계획은 성호에게 도착한 연락에 의해 막히게 되었다. 아쿠아단이 날씨연구소를 점령했다는 소식. 곤란해하고 있는 성호에게 두 팀으로 나뉘자는 제안을 한 건 윤진이었다. 그 말에 당연하다는 듯 제노의 옆에 붙은 실버를 윤진이 떼어냈다. 호연의 지리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팀에 한 명씩 들어가야 하지
두 사람이 한참 실랑이를 하고 있을 때 성호와 윤진이 나란히 돌아왔다. 실버와 제노는 그제야 자세를 바로 했다. 어쩐지 싸우기라도 한 것 같은 묘한 분위기에 제노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무슨 일 있으셨나요?” “아니, 별거 아니란다.” 그렇군요…. 왠지 지금 윤진의 말에 토를 달면 안 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어 제노는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빙긋 웃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돌아온다는 계획은 방문 앞에 서 있던 성호와 윤진으로 인해 물거품이 되었다. 네 사람은 복도에서 서로를 확인하곤 어정쩡하게 멈춰 섰다. 모래범벅인 둘의 모습에 성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요?” “설마 습격당한 거니?!” “아, 아뇨, 그게….” 요 앞에서 배틀했어요, 배틀. 제노가 그렇게 말하며 머쓱한 듯
제노가 몬스터볼을 던졌다. 안에서 튀어나온 것은 루카리오였다. 비행 타입에 유리한 피카츄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격투 타입을 가진 포켓몬이 나왔다. 예상이 빗나간 실버의 미간이 좁혀졌다. “뭐야, 피카츄는 안 꺼내는 거야?” “가끔 다른 애들도 나와줘야 하지 않겠어?” 설마 상성 하나만 믿고 이길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 제노가 태연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