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말없이 표현하다 - 죽음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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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울리는 소리를 못 들었다.
눈 뜨고 귀 듣고 입 말하고 피부로 불어오는 이 엄청난 바람이.
그에 스쳐 가는, 간질거리는, 입때껏 없던 소중함이.
몸속에 향긋한 공기를 좀 채워본다. 향료나 향수 대신으로.
수백, 수천만 번 겪었을 나른과 가라앉는 이 느낌. 그때들처럼 이것도 피곤함인가, 아니면 나는 매일 자기 전 고비를 넘겼던가.
바닥으로, 남빛 수렁 바다로 가라앉고 있는 걸까.
뒷부분이 텅 빈 종잇장들은, 떠나고 그 후 혹은 얼마 뒤로. 바람에 실려 어딘가로 날아가, 날아가더니 희미해지고.
누군가 붙잡아서 사라지기 전 꼭 웅크릴 수 있기를,
낡은 책 사이에 책갈피처럼 꽂아놓기를 기다리다.

오늘과 그 1분 전, 1시간 전, 1년 전, 5년 전, 10년 전……. 1초 후, 2초 후, 3초 후와 연결된, 별일 없어 보였던 가는 빨간 줄끈. 미래는 과거고 과거는 미래라고, 내가 언젠가 신념으로 삼았던 문장이었지. 지금 말하고 있는 '현재'도 이미 과거이고, 중간에 고쳐 말한다면 '미래'도 될 수 있다. 1초 전은 지금의 1초 후와 같지 않을까. 어처구니없는 논리라고 웃음이 터지려 하지만 나는 조심스레 입꼬리만 올려본다. 마지막이니 그걸 믿어도 그게 그거. 나는 나의 1초 전을 떠올린다. 또 2초 전, 3초 전…….

하얀 꽃잎을 너풀거리던, 1초 전, 나의 1초 후와 같은 이렇게도 따스한 바람아. 나는 땅속에서 1초 전의 너로 네가 실어갈 꽃향기와 눈물을 기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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