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관계자캐

공주님, 경각심을 좀 가져주세요

관계캐 썰

https://youtu.be/vNZA0RQ54p4

라스피 공주는 여느 때와 같이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다 큰일에 휘말릴 뻔했다. 다행히 호위이자 집사인 윌리엄 덕분에 큰 사고가 나지는 않았지만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윌리엄은 공주가 정말 곱게 자랐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언젠가 자신이 지켜주지 못할 상황이 다가올 수도 있기에 조금 거친 방법을 써보고자 했다. 어린 아이와 다름없는 공주님을 기척도 없이 침대에 눕히고 위에 올라타더니 말없이 바라보았다. 라스피는 어딘가 분위기가 가라앉아 보이는 윌리엄을 똘망똘망하게 바라보기만 하다가 결국 윌리엄 쪽에서 먼저 입을 열었다. 



"공주님, 저항해 보실래요?"


"응? 알겠어!"



끄응, 공주는 힘을 주어 빠져나오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당연했다, 윌리엄은 공주보다 힘이 세니까. 애초에 자기보다 무거운 무게로 짓누르면 빠져나올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라스피 공주는 잠시 저항하다가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깨닫고 힘을 풀었다.



"안 움직이네..."


"그렇죠?"



윌리엄은 그렇게 대답한 후 아무 말도 꺼내지 않고 가라앉은 분위기로 눈을 내리깔며 라스피 공주를 쳐다보았다. 어딘가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공주는 윌리엄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피하기도 했다가 반복하곤 윌리엄의 귤색 동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이... 윌?"


"네."


"놔줄래..?"


"그건 안 돼요."


"...왜?"


"공주님이 사람을 너무 믿어서요."



라스피 공주는 다시 한번 힘을 주어 저항해보았다. 윌리엄이 장난을 치는 건 꽤 있는 일이니까. 이번에도 그런 장난인가 싶었다. 그러나 윌리엄은 장난이 아니었다. 이 순진무구한 공주님이 경계심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세상엔 위험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어야만 했다. 윌리엄은 공주가 저항하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라스피의 양 손목을 한 손에 잡아 위로 올려 마치 만세를 하는 듯한 자세로 만들고 아주 적은 힘을 주어 눌렀다. 완벽하게 움직일 수 없게 된 공주를 보곤 윌리엄은 웃음을 지으며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 



"이제 어떡하실 건가요?"


"..장난치지 마."



순간 라스피 공주의 보라색 눈동자가 놀란 듯 동그랗게 커졌다. 윌리엄의 웃음은 자주 봐왔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이번엔 장난이 조금 지나치다고 생각한 라스피가 그리 말했으나 윌리엄은 자신의 의도를 이 공주가 눈치채지 못했구나 생각하며 인상을 살짝 찌푸린 상태로 웃어 보이곤 공주에게 물었다.



"장난으로 여기시면 안되는데요.. 지금 이 상황이 제가 아니면 어떡하실 건가요?"


"그건..."



공주는 대답을 망설였다. 정말 이 상황이 윌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우물쭈물 고민하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윌리엄은 한숨을 내쉬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휴, 정말 이 공주님을 어떡하면 좋담. 그러나 전달할 건 해야 한다 생각해 가라앉은 분위기를 유지한 채 말했다.



"공주님, 저는 지금 별로 힘을 주고 있는 상태가 아니에요. 아마 일반적인 남성 정도가 이 정도겠죠. 그런데도 공주님은 저항하지 못하고 계세요."


"..."


"제가 위험한 사람이었다면 공주님이 어떻게 되셨을까요? 적어도 지금처럼 대화하고 있지는 않겠죠?"


"..."


"공주님께서는 타인에게 경계심을 가지실 필요가 있으세요. 특히 남성이라면, 이 상황에서 매너 있게 대할 부류는 없을 테니까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공주를 보고 이쯤이면 전달 됐을 것 같아 윌리엄은 라스피 공주의 손목에 주고 있던 힘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나 라스피를 놔주었다. 공주는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아까까지 잡혀있던 손목이 뻐근한지 한 번 돌려 보았다. 윌리엄은 그런 라스피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프시나요?"


"아냐, 괜찮아."


"그럼 다행이네요. 힘 조절이 어려웠거든요..."


"..."


"공주님께서 너무 타인에게 경계가 없으셔서 부득이하게 실례를 저질렀어요. 반성하겠습니다."



공주는 그렇게 대답하고 고개를 숙이는 윌리엄을 보랏빛 눈동자로 잠시 바라보더니 피식, 웃음 짓곤 그의 분홍빛 머리에 손을 얹어 쓰다듬어 주기 시작했다. 이것도 전부 나를 걱정하는 마음에 한 거구나. 그리 생각한 라스피 공주는 아까까지 윌리엄이 했던 행동이 이해가 가 용서한다는 마음으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걱정돼서 그런 거지?"


"..네..."



윌리엄의 귤색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 어휴, 이 공주님아.. 방금 전까지 위험한 상황을 만들던 사람한테도 이러시면 어쩌자는 건가요. 교육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생각이 들어 착잡한 마음에 다시 윌리엄은 한숨을 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을 했음에도 자신을 절대 위험인물로 여기지 않고 신뢰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어 뿌듯한 감정도 들었다. 그냥 내가 붙어서 지키자, 그래... 호위가 이런 상황 없으라고 있는 거지.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숙인 상태로 쓰다듬어 지면서 윌리엄은 타협했다. 그러다 윌리엄은 고개를 들며 허탈한 듯한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공주님, 그냥 제가 열심히 해볼게요..~"


"응? 응! 언제나 고마워!"


"..네~"



그리 웃으며 윌리엄은 식사 준비를 하러 방을 나갔다. 라스피 공주는 다시 침대에 풀썩 누워 방금 전 윌이 누른 손목을 만지작 거리며 생각했다. 공주는 언제나 사람을 내려다보기만 했지, 상대방이 자신을 만만하다는 존재로 내려다본다는 것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물론 가출한 지금, 공주의 신분을 모르는 자들 중에 그런 사람이 있었을 지 몰라도 자신이 아는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다. 공주는 윌이 잡았던 손목을 여전히 만지작 거리며 중얼거렸다.

"누가 날 내려다 보는 건... 꽤 위압감이 있구나."

어쩌면 교육의 효과가 있던 하루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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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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