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무서워하는 식인 인외

연쇄살인범 무서워하는 식인 인외 8

예지몽 3

이불을 나란히 2채를 펼치고 손님을 한 쪽에 눞혔다. 잠시 나갔다 올테니 주무시라 이르고 불을 껐다. 원래 이 부분은 탐정 친구에게 맡겼지만 돈도 들고 번거러우니 밖의 거실에 누워서 흑백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살인마를 불렀다. 상대방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다루는 이 인간에게 내 몸뚱아리를 맡기는 것이 괜찮은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달걀을 낳아주는 닭의 배를 가르겠나 싶어 그냥 맡겼다.

“제가 잠시 손님의 몸 속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잠시 제 몸 좀 맡아주시겠어요?”

“내가? 어떻게?”

“제 몸에 있는 모든 영혼을 이 지푸라기 인형 안에 넣을거에요. 웬만하면 가만히 있을텐데 간혹 이 인형이 멋대로 움직여서 제 몸 쪽으로 가려 할텐데. 못 가게 막아주시면 돼요. 단순하게 물리적인 접촉만 피하면 되니 그쪽한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거에요.”

눈 앞의 남자가 지푸라기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꽤나 진지하게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물어왔다.

“음, 이 조그마한게 어느 정도의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지? 갑자기 전등이 깨지거나 칼이 날아오면 나도 좀 어느 정도는 방어 수단을 마련해 놔야 하는데.”

“어… 일반적인 인간이 행사할 수 있는 물리력 정도라 크게 주의해야 할 점은 없어요. 여차하면 칼로 찔러도 되는데 웬만하면 분리가 되거나 부스러기라도 나오게끔 만들지는 말아줘요. 안에 들어갈 영혼이 좀 많은지라 지푸라기 하나만으로도 움직일 수 있거든요.”

“그럼 시간은 어느 정도?”

“너무 천차만별이라… 말만 잘 통하면 30분 내로도 나오겠지만 오래 걸리면…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무슨 일 생기면 손님 깨워요. 어지간해서는 스스로 못 깰테니 좀 과격한 방법을 써야 할 거에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주방에 가서 나무 도마를 꺼내들었다. 도마의 손잡이 부분을 잡고 휙휙 휘둘러보고는 들고 와서 준비가 되었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든든하다가도 눈을 떴더니 내 손목이 묶여있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엄습했다. 그저 눈 뜨자마자 저 도마가 날 향해 내려쳐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손님께서는 벌써 잠에 드셨다. 보통 처음에는 이런 낯선 곳에서 잠 잘 못자시는데 참 여러모로 독특한 사람이다. 지푸라기에 머리카락 한 가닥을 넣어 숨을 후- 불어넣으니 지푸라기가 움찔하고는 움직여 순순히 살인마의 손에 잡혀들었다. 부디 별 일이 없기를 바라며 머리카락을 한 가닥 더 뽑아 손님의 옷자락에 올려놓고 숨을 불어넣었다.

몸에서 힘이 훅 빠지고는 눈을 뜨니 손님이 말한 계단 앞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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