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 바깥쪽의

07

아이

절간 스님 by 넵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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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들이 먼저 체계적인 계획을 짜서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나가 함정에 빠진 영물을 포획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미 사건이 벌이진 현장에 도착하는 경우도 많았다. 노네가 그런 경우였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난동을 부리던 영물을 잡을 수 있었다는 점이겠다. 그리고 추가적인 문제가 있다면, 그 난동의 범위가 매우 넓다는 부분. 버려진 교회는 좁았고 구조물들은 낡아서 저기 저렇게 맥없이 스러지는 건물 잔해들 아래에 사람이 없길 비는 수밖에. 일종에 딜레마였다. 그대로 내버려 두면 인간의 탈을 쓰고서 인간을 잡아먹을 테고, 그렇다고 사냥을 시도하면 이런 식으로 주변을 파괴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세간에는 끽해야 가스폭발 사고 정도로 알려질 것이다. 세상의 높으신 분들도 영물의 존재를 안다면 차라리 공식화하여 이들을 주의 경계하는 편이 낫지 않나? 그래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편이 더….

 

“노네, 조심해!”

 

오른쪽 눈이 화끈했다. 그리고는 우지끈, 소리와 함께 그대로 몸이 부웅 떠서는 바닥에 처박혔는데, 통증을 느낄 사이도 없이 기침이 튀어나왔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아, 잠시 딴 곳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도망치던 영물이 되려 자신을 공격하고는 그대로 바닥으로 팽개친 것이다. 나무로 된 천장을 뚫고 떨어졌다.

 

그제야 온몸이 비명을 지르고 얼굴의 오른 면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틀어막았다. 이래서 한눈을 팔면 안 되는 거였는데. 위쪽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전 괜찮아요!”따위로 소리를 치고서 몸을 겨우 일으키면, 오래 된 건물 속에서 저를 쳐다보던 ‘소년’ 하나와 마주칠 수 있었다. 위에서 떨어진 자신을 보고 놀란 것인지 입을 뻐끔대고 있는 소년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이곳에 아직 사람이 있지?’였다.

 

“괜찮아, 노네? 살아있는 거지?”

“나, 나타샤…! 여기 아직 민간인이 있어요!”

 

+ + +

 

노네의 외투를 덮어 쓴 꾀죄죄한 몰골의 ‘아이’는 자신을 ‘네리’라고 소개했다. 그마저도 성은 기억하지 못 했다. 그것 뿐 아니라 어디에 살았는지, 가족이 누구인지, 어쩌다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같은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장은, 소년이 영물의 먹이로 납치당해 교회에 방치된 탓이라 여겼다. ‘네리’라는 이름조차도 이름의 일부이지 않을까 하고, 대장은 추측했다. 무너진 교회에서 네리를 데리고 나온 것은 당연히 노네였고, 그 탓인지 몰라도 네리는 노네를 매우 잘 따랐다. 다친 상처를 보고 매우 놀라서 제 일처럼 발을 동동 구르며 걱정을 했으니. 정작 당사자는 별 신경도 안 쓴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네리가 사냥꾼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조사와 검진을 받는 동안 노네는 얼굴에 붕대를 풀었다. 꼬박 2주의 시간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시력에는 문제없었다고 하니 눈을 가로지르는 흉터가 뭐 대수겠냐만.

 

그 동안 네리의 거처를 정하고 있었는데 아이는 부득불 자신을 찾아준 형의 집에서 같이 살겠다고 주장했고, 집 주인 또한 흔쾌히 수락하여 대장의 눈에는 어린애 둘이 사는 꼴이 되었다.

 

“눈은 좀 괜찮은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흉만 남았지 보는 데 지장 없어요.”

“거, 참. 걱정을 해 줘도 딱딱하게 군다.”

“그럼 여기서 뭘 더 말해요.”

 

저 무뚝뚝한 이가 뭘 그리 좋은지 대장은 잘 모르겠다. 처음이야, 그래. 자길 가장 먼저 구해준 사람이니 따라가고 싶겠지만 함께 산다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였다.

 

“그래, 그럼. 같이 사는 식구가 늘어난 건?”

“아, 그 문제 말인데요.”

 

그제야 얼굴에 좀 표정이 드러났다. 걱정인지 고민인지 모를 한 편으론 곤란한 부분을 묻는다는 투라 대장은 그 점이 오히려 흥미로웠다. 워낙에 표정이 없어서 말이지. 그리고 항상 어딘가 초연한 이 어린 청년이 새로 온 식구로 문제가 있다니 절로 궁금해지지 않는가. 대장은 아닌 척 슬쩍 몸을 그쪽으로 기울이며 어디 이야기 해 보라는 듯 넌지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원래 그 나이 대 애들은 잘... 안기나요?”

 

대장은 무슨 소린가 싶어 노네를 쳐다봤다. 그러자 노네는 설명이 부족했다고 여긴 것인지 몇마디 더 입을 열었다. 16살 정도로 여겨졌던 네리는 키가 조금 작은 편이었다. 얼마나 작냐고 하면 177cm인 노네의 입 언저리에 머리가 올 테니 커 봐야 165 정도겠다. 그런 아이가 자신이 집에 오면 현관까지 달려와서 안기고, 아침에 깨우면 끌어안기도 하고, 음식이 맛있거나 그 외에도 좋은 일이 있다면 대체로. 그래서 그 나이 대 애들은 원래 그런가 싶어서. 자신이야 어릴 적에 아버지랑 살았고 먼저 안으려고 드는 아버지를 밀어내던 편이라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보통은, 어떤가 싶어서요.”

“….”

쉬이 '보통은 안 그러지.'나 '평범한 일이야.'같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대장 또한 자식을 키워본 적이 없었으니 그 나이대 애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 턱이 있는가! 기억을 잃은 거 같으니 무슨 각인 효과라도 된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일종의 분리불안 증세일지도 몰랐다. 멀쩡해 보이긴 했어도 정신적 문제는 나중에 증상이 드러날 수도 있는 문제였으니까. 그게 아니어도 그냥 네리의 성격이 저런 것일 수도 있었다. 바야흐로 대장도 함께 고뇌에 빠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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