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은 있는 힘껏 달려서 솔트가 있는 층까지 올라갔다. 솔트 방이 어디었더라? 찾아갈 일이 있어야 알지! 엔젤은 복도에서 솔트의 이름을 외치며 잠긴 호실들이 가득한 문들 사이를 내달렸다. 다행히도 솔트의 방은 이름칸에 표시가 되어 있었다. 엔젤은 솔트의 방문을 쾅쾅쾅 두드렸다. “솔트? 솔트! 거기 있어요? 나와봐요! 지금 큰일났어요!!” 문이 부서져라 두
그들은 지부에 돌아왔고, 빙의체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엔젤이 본인 단말기를 조작해 데이터베이스를 불러오더니 결론을 내렸다. “이거, 빙의체 맞아요. 예상이 맞다면 이건 고스트66B라고 분류된 빙의체예요. 특징으로는 인간을 가능한 한 많이 죽이고 싶어하죠.” 트로이는 벌써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엔젤이 설명을 이었다. “희귀하게 생성되
그리하여 트로이는 대체 엔젤의 주의사항은 뭐였을까 하는 찝찝함을 가슴 한 구석에 품은 채 인원들을 소집했다. 트로이가 런던의 Zone 3 구역에서 총기난사가 벌어졌다고 하자 다이스와 솔트는 익숙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이스가 말했다. “또 총기난사네요.” 그러자 엔젤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다이스를 바라보았다. “당신 미국인이에요?” 사실 총기난사 같
! 이전 시리즈 Welcome Home 에서 이어집니다 ! 일리야 그레이야드, 그러나 언제나 코드네임 ‘트로이’로 불러야 하는 한 뒷세계 특수요원이지만 결국은 한낱 직장인에 불과한 그는 씨발, 돌아버릴 것 같았다. 팀 인원을 증원해달라 요청했는데도 상부에서 기각했기 때문이다. 기각 사유도 터무니없었다. ‘현재 인원으로 충분함.’ 장난하나? 뭐가 충분해?
다이스는 위험에 처한 사람치고는 상당히 침착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몰랐다. 다이스를 살아 있게 하는 건 매일의 소소한 행복이 아니라 극도의 희열이나 절망, 혹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들이었다. 그것들 아니면 죽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삶이었다. 그래서 다이스는 패닉이 오기는커녕, 오히려 약간 기분나쁜 미소를 실실 흘리고 있었다. 그것이 상대를 자극할
데이메어는 상실과 그리움을 매개로 환상을 보여주는 괴물이다. 숙주가 상실에 대해 생각할 때 그 순간 접촉한 사람들이 ‘곁가지’가 되고, 곁가지들은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본체보다 더 열화되고 끔찍한 환상을 보게 된다. 어쩌면 총을 난사해서라도 방어하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무언가를 보게 되는 건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그리움에 대해 생각하는
깜짝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트로이는 당황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죽기보다 싫은 사람이었으므로, 화들짝 놀라는 대신 화를 냈다. “하, 왜 거기 있었지?” 캐비닛이 있는 곳부터는 나름대로 보안구역 중 하나였다. 날카로운 질문에 솔트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우연히.” “우연히 보안문을 뚫고 기밀서류함 근처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고?” “우기는군.”
그들은 난사범을 만날 수 있는 예상 경로로 뛰기 시작했다. 최단 경로이자 가장 사람과 마주치지 않을 경로였다. 그러나 아무도 안 만날 수는 없었고 그럴 때마다 솔트가 고스트탄을 쏴서 그들의 기억을 지우고 갔다. 그때마다 프리드먼의 탄식 소리가 들렸지만, 어쩌겠는가. 달리는 동안 브리핑은 다이스의 몫이었다. “데이메어에게 영향받은 사람은 자신을 쫓아오는 끔찍
CDG에서 지급해준 특수 총기는 구조상 거의 일반 총기와 똑같았고, 쓰는 탄만 달랐다. 이 총알은 가끔 표면이 흐릿하게 사라질 듯이 일렁이는 것 말고는 특정 회사의 탄환들과 비슷했는데, 권총용으로는 매그넘탄과 유사한 구경으로 나왔고 총도 데저트 이글과 흡사한 구조였다. 이 유령처럼 일렁이는 모습 때문에 다들 고스트 탄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었고, 심지어 정식
이게 게임이라면 망겜이다. 일리야 그레이야드, 그러나 반드시 ‘트로이’라고만 불려야 하는 한 특수요원은 이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세상 일에는 대개 포지션이 있기 마련이었다. 게임을 해 본다면, 어떤 임무를 수행할 때 탱, 딜, 힐, 서폿의 조합이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실 세상의 임무를 위한 ‘포지션’은 그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세
셰퍼드 “솔트” 포스터는 처음으로 손안에 쥔 이 망할 약을 먹을지 말지 심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건 흰색이었고 모양은 양옆으로 긴 장방형의 조그만 알약이었다. 알약들은 처방 약들이 늘 그렇듯이 속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오렌지색의 원통에 우르르 들어있었으며 흰 안전 뚜껑으로 닫혀 있었다. 원통의 옆면에 붙은 스티커에는 약의 이름인 ‘스틸녹트(Stil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