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G(카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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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그 첫임무 로그

115호 by 리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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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G에서 지급해준 특수 총기는 구조상 거의 일반 총기와 똑같았고, 쓰는 탄만 달랐다. 이 총알은 가끔 표면이 흐릿하게 사라질 듯이 일렁이는 것 말고는 특정 회사의 탄환들과 비슷했는데, 권총용으로는 매그넘탄과 유사한 구경으로 나왔고 총도 데저트 이글과 흡사한 구조였다. 이 유령처럼 일렁이는 모습 때문에 다들 고스트 탄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었고, 심지어 정식 명칭에도 ‘G.H.O.S.T.(Gravitational Harmonization Ordinance Stabilization Technology, 중력 조화탄 안정술)’라는 약자가 포함되어 있었다.

어떤 원리가 있길래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관심이 없었고, 효과가 중요했다. 고스트 탄은 바른 것을 왜곡시키고 왜곡된 것을 바르게 만들었다. 왜곡되지 않은 평범한 인간에게 쏘면 부상 대신 기억상실을 일으키고, 왜곡된 존재에게 쏘면 바르게 만들면서 피해를 입혔다. 따라서 저 경찰에게 쏘면 죽는 대신 그들을 만났다는 기억 자체를 잊어버릴 것이다.

대치하고 있던 경찰이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도 되느냐’는 요청에 미처 대답하기 전, 일행의 뒤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다들 오셨군요! 연락을 먼저 주셨더라면 사람을 보내서 맞이했을 텐데.”

그러자 왜소한 체격의 경찰이 미심쩍은 얼굴로 일행의 뒷편에 시선을 두면서 말을 건넸다.

“너랑 관련 있는 일이야, 프리드먼?”

트로이는 뒤를 돌아보았다. 건장한 체격의 아랍계 백인 남성이 그들의 뒤에 서 있었다. 수염을 멋지게 기르고 있는 그는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사람의 경계를 풀고 안심하게 하는 선량한 인상이었다. 보기만 해도 열받는 다이스의 여유로운 미소와는 정말 다른 결이었다.

외형, 그리고 동료 경찰이 부른 이름. 이 사람이 이번 작전의 일반인 협력자 닐 프리드먼이다. 트로이는 프리드먼에게 다가가며 반가움을 가장하며 말했다.

“프리드먼 경사님! 반갑습니다. 립토 코퍼레이션의 제임스입니다.”

프리드먼이 선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쪽으로 오시죠. 카마이클, 이분들은 우리 쪽 손님이니까 잠시 실례할게. 가도 돼.”

카마이클이라 불린 왜소한 체격의 경찰은 무언가 납득한 듯이 떠났다. 프리드먼은 우리를 사무실로 안내했고, 사무실 문을 닫자마자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좋아요, 제임스 1 씨. 이쪽은 제임스 2 씨겠고, 저쪽은 제임스 3 씨겠죠. 이번 팀은 ‘제인’이 없나 보네요?”

각각 트로이, 솔트, 다이스를 눈짓하며 한 말이었다. 본부에서 가짜 이름으로 제임스라는 이름을 많이 주긴 했지만, 트로이는 순간적으로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이 된 기분에 사로잡혔다. 프리드먼이 빔프로젝터를 세팅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희 경찰에게는 그런 짓 되도록 안 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무슨 말씀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경찰이 기억을 잃으면 사건사고에 대한 훌륭한 통찰도 함께 증발한단 말입니다.”

고스트 탄의 역할까지 알고 있는 정보원이라. 제법 오래 CDG에 협력해온 모양이다. 하지만 트로이는 시치미를 뗐다.

“염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프리드먼은 아까의 유들유들한 친절한 얼굴로 대꾸했다.

“물론 그러시겠죠.”

트로이는 미간이 팍 구겨지려는 것을 참았다.

‘씨발, 영국인들이랑 대화하다 보면 가끔 기분이 이상하단 말이지.’

게다가 어느 포인트에서 기분나빠야하는지 애매해진다는 점이 트로이를 더 기분나쁘게 만들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빔프로젝터는 켜졌고 눈앞에 쓰리디 모델링으로 만든 건물 구조가 나왔다. 붉은 직선들과 발자국, 쓰러진 사람들도 표시되어 있었다.

“이게 5월의 총기난사 경로입니다.”

간략한 쓰리디 시뮬레이션으로 범인이 총을 쏜 방향, 도주 경로, 도주하면서 총격이 벌어진 부분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 다음엔 9월 시뮬레이션, 그 다음엔 11월 시뮬레이션을 차례대로 볼 수 있었다.

브리핑이 끝나자마자 솔트가 말했다.

“이상한데.”

프리드먼 경사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이스는 곰곰이 생각에 잠긴 채로 아무 말도 없었다. 트로이도 시뮬레이션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지만, 말없는 솔트가 바로 의견을 표시할 정도면 그의 경험에 의한 귀중한 통찰이 나타난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솔트가 말을 더 잇지는 않아서 결국 트로이는 솔트에게 물어봤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이상하다고 느꼈지?”

“총기난사범 같지가 않아.”

하, 솔트는 시킨 말 이상을 안 하는 타입인 것 같았다. 이런 타입은 물어보기 전까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편이라서, 사고뭉치와는 다른 의미로 성가셨다.

“왜 그렇게 생각했지?”

재차 묻자 솔트가 길게 대답했다.

“한 놈이라도 더 죽이려는 의지가 안 보여. 총기난사 같은 거 하는 새끼들은 뻔해. 일단 그렇게 터졌으면 하나라도 더 죽여야 돼. 일단 눈에 보이는 거 다 죽여야지. 그 다음에 숨은 거 추적해서 더 죽이고. 그런데 쟤네들은 그렇지 않아.”

그렇게 말하는 솔트는 진짜로 이죽인 건지, 아니면 변장이 낯설어서 얼굴 근육을 움직인 건지 모를 옅은 비웃음을 지었다. 보는 사람을 순식간에 기분 나쁘게 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보지 못한 프리드먼 경사는 솔트가 말하는 동안 시뮬레이션을 빨리감기로 다시 틀어주었다.

솔트의 말을 듣고보니 이상한 점이 보였다. 총기난사범들은 첫 총격의 대부분을 특정 방향을 향해 쏘면서 보냈다. 그리고 숨은 사람들을 추적하는 게 아니라 도주하다가 총을 쏘고 도주하다가 총을 쏘는 일의 반복이었다. 심지어 경찰특공대가 나타나서 작전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들은 도주했다. 그 외에도 솔트의 말처럼,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게 있었다. 그들에게는 하나라도 더 많이 죽이겠다는 악의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시뮬레이션이 끝나자 프리드먼 경사가 말했다.

“목격자 증언도 비슷합니다. 비명을 지르며 총을 난사하더니 갑자기 도망치고, 또 총을 쐈다고 해요. 무언가 두려워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래서 CDG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일 년에 세 번이라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사람을 총기난사하게 만드는 마법이 진짜로 있었다. 큰 문제다. 왜냐하면, 그게 진짜로 있다면 그걸 트로이와 나머지 둘이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대충 본부에 떠넘기기도 뭣했다. 이것은 트로이의 능력을 시험하는 첫 장이었으니까.

트로이가 생각에 잠긴 동안, 말이 없던 다이스가 불쑥 입을 열었다.

“경사님, 혹시 비밀 취급 인가가 있나요?”

“엇, 네. 있습니다.”

“어디까지 가능한가요?”

“제임스 3 씨가 묻는다는 건, CDG 관련해서겠지요? 저는 2급이 있지만 제한적이고, 평소에는 3급 정도의 정보만을 필요할 때만 열람했습니다.”

“좋아요. 그렇다면 알리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겠군요. 제임스? 경사님에게도 정보를 같이 공유해도 될까요?”

다이스가 트로이를 보면서 물었다. 다이스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싶다가 트로이는 깨달았다. 저번에 몰래 다이스의 신상을 털었을 때, 다이스는 괴현상과 괴물들에 대한 열람권한이 지부장인 트로이보다 높았다. 하지만 다이스는 트로이만큼 사람들의 신상을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은 없었다. 즉, 인사 관련해서는 트로이의 권한이 우선했으나 괴물들에 대해서는 다이스의 열람 권한이 더 높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미 그렇게 세팅되어 있었다. 트로이도 일부 괴물들은 열람할 수 있기에 그가 괴물들에 대한 정보를 전혀 얻지 못하는 상태인 건 아니었지만, 지식과 경험적으로는 다이스가 더 풍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다이스가 뭔가 감을 잡은 것일지도 몰랐다. 트로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허가한다.”

다이스가 고개를 약간 끄덕인 뒤 말했다.

“이 사건들의 원흉은 아마도 ‘데이메어(Daymare)’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

탕!!

다이스가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허공에 총성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또 한 번 더, 한번 더, 계속해서.

눈빛이 시퍼렇게 형형해진 솔트가 말했다.

“새로운 ‘총기난사’군.”

프리드먼 경사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빨리 갑시다!! 당장!!”

트로이는 순간적으로 다이스의 눈을 바라보았고, 다이스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셋다 출발하기 직전, 다이스가 외쳤다.

“전부 야간투시경 써요!”

이 대낮에? 형광등도 환한 이곳에서? 그러나 다이스는 품속에서 간이 야간투시경을 꺼내며 외쳤다.

“반드시 쓰세요! 만약 데이메어가 상대라면, 우리처럼 무장한 사람이 현혹되면 끝장이에요!”

“전원, 야간투시경 장비. 프리드먼 경사, 총격의 위치는? 아니, 됐어. 비켜.”

트로이는 프리드먼 경사를 의자에서 쫓아내고 그가 빔 프로젝터용으로 가져온 묵직한 노트북 앞에 앉았다. 런던 경찰 인트라넷과 감시 카메라들을 파내기에는 이보다 좋은 조건은 없었다. 트로이의 눈이 바삐 움직이고 타자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위치 알아내기까지 1분 30초 걸릴 거다. 그 사이에 필요한 무장이랑 브리핑 다 준비해!”

트로이는 솔트와 다이스를 바라보며 외친 뒤 작업에 착수했다. 1분 28초 뒤, 트로이는 총기난사범의 위치와 신원을 파악했다. 프리드먼 경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카마이클? 왜?”

CCTV에 비친 난사범은 아까 만난 왜소하고 주근깨가 많은 경찰이었다. 프리드먼은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러는 사이 다이스와 솔트는 무장을 마쳤다. 트로이가 일어서자마자 다이스가 외쳤다.

“권총만 고스트탄 장비하고 나머지 총은 실탄 장비 완료했습니다.”

고스트탄이 만능은 아니다. 총기난사를 할 정도로 흥분했거나, 혹은 ‘겁에 질렸’다면 이미 왜곡된 상태로 간주되어서 고스트탄을 맞고 죽을 수도 있었다. 트로이는 무장을 마치고 야간투시경을 썼다. 시야가 엉망진창이지만 그래도 외쳤다.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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