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스는 위험에 처한 사람치고는 상당히 침착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몰랐다. 다이스를 살아 있게 하는 건 매일의 소소한 행복이 아니라 극도의 희열이나 절망, 혹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들이었다. 그것들 아니면 죽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삶이었다. 그래서 다이스는 패닉이 오기는커녕, 오히려 약간 기분나쁜 미소를 실실 흘리고 있었다. 그것이 상대를 자극할
데이메어는 상실과 그리움을 매개로 환상을 보여주는 괴물이다. 숙주가 상실에 대해 생각할 때 그 순간 접촉한 사람들이 ‘곁가지’가 되고, 곁가지들은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본체보다 더 열화되고 끔찍한 환상을 보게 된다. 어쩌면 총을 난사해서라도 방어하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무언가를 보게 되는 건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그리움에 대해 생각하는
깜짝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트로이는 당황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죽기보다 싫은 사람이었으므로, 화들짝 놀라는 대신 화를 냈다. “하, 왜 거기 있었지?” 캐비닛이 있는 곳부터는 나름대로 보안구역 중 하나였다. 날카로운 질문에 솔트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우연히.” “우연히 보안문을 뚫고 기밀서류함 근처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고?” “우기는군.”
그들은 난사범을 만날 수 있는 예상 경로로 뛰기 시작했다. 최단 경로이자 가장 사람과 마주치지 않을 경로였다. 그러나 아무도 안 만날 수는 없었고 그럴 때마다 솔트가 고스트탄을 쏴서 그들의 기억을 지우고 갔다. 그때마다 프리드먼의 탄식 소리가 들렸지만, 어쩌겠는가. 달리는 동안 브리핑은 다이스의 몫이었다. “데이메어에게 영향받은 사람은 자신을 쫓아오는 끔찍
CDG에서 지급해준 특수 총기는 구조상 거의 일반 총기와 똑같았고, 쓰는 탄만 달랐다. 이 총알은 가끔 표면이 흐릿하게 사라질 듯이 일렁이는 것 말고는 특정 회사의 탄환들과 비슷했는데, 권총용으로는 매그넘탄과 유사한 구경으로 나왔고 총도 데저트 이글과 흡사한 구조였다. 이 유령처럼 일렁이는 모습 때문에 다들 고스트 탄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었고, 심지어 정식
이게 게임이라면 망겜이다. 일리야 그레이야드, 그러나 반드시 ‘트로이’라고만 불려야 하는 한 특수요원은 이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세상 일에는 대개 포지션이 있기 마련이었다. 게임을 해 본다면, 어떤 임무를 수행할 때 탱, 딜, 힐, 서폿의 조합이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실 세상의 임무를 위한 ‘포지션’은 그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세
셰퍼드 “솔트” 포스터는 처음으로 손안에 쥔 이 망할 약을 먹을지 말지 심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건 흰색이었고 모양은 양옆으로 긴 장방형의 조그만 알약이었다. 알약들은 처방 약들이 늘 그렇듯이 속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오렌지색의 원통에 우르르 들어있었으며 흰 안전 뚜껑으로 닫혀 있었다. 원통의 옆면에 붙은 스티커에는 약의 이름인 ‘스틸녹트(Stil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