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G(카디그)

Ghosts - (2)

카디그 앙헬라 영입 로그

115호 by 리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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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트로이는 대체 엔젤의 주의사항은 뭐였을까 하는 찝찝함을 가슴 한 구석에 품은 채 인원들을 소집했다. 트로이가 런던의 Zone 3 구역에서 총기난사가 벌어졌다고 하자 다이스와 솔트는 익숙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이스가 말했다.

“또 총기난사네요.”

그러자 엔젤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다이스를 바라보았다.

“당신 미국인이에요?”

사실 총기난사 같은 일에 대한 다이스의 심드렁한 반응과 제멋대로인 무국적 억양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한 반응은 아니었다. 다이스가 킥킥 웃고는 대답했다.

“그런 모욕적인 말을. 저는 언제나 아일랜드 사람이었다고요.”

미국인으로서 이 대화를 듣고 있는 트로이는 다이스에 대한 비호감을 더 적립했다. 이런! 다이스에 대한 비호감은 꽉 찼기 때문에 더 담을 곳이 없었다. 트로이는 비호감 데이터가 오버플로우되는 쓰잘데기없는 상상을 하다가 저 둘의 대화를 적당히 끊었다.

“엔젤이 오기 전에 우리 팀은 데이메어로 인한 연쇄적인 총기난사 사건을 처리한 바가 있다.”

총기난사는 맞지만 일반적인 총기난사와는 다르다. 오죽하면 CDG와 관련 없는 경찰의 프로파일러도 이상을 감지했을 정도다. 하필 총을 가진 사람이 끔찍한 악몽을 보여주는 데이메어에 감염되어 그 악몽에 총을 쏴갈긴 게 총기난사로 보도된 것이었다. 트로이는 임무 내용을 계속 브리핑했다.

“범인은 토머스 볼트.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붙잡혔고 지금 경찰이 억류 중이다. 우리가 할 일은 이자를 신문해서 데이메어의 다음 행방을 알아내는 거다. 질문 있나?”

다이스가 손을 들었다. 눈짓하니 다이스가 질문했다.

“런던의 Zone 3이면…… 저희가 갔던 그 경찰서 관할 아닙니까?”

런던은 9개의 구역으로 나뉘며, Zone 1에 가까워질수록 시 중심부가 된다. 트로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기억력이 좋군.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닐 프리드먼 경사가 우리를 맞이하기로 했다.”

닐 프리드먼 경사는 저번 데이메어 사건의 주요 숙주로, 다이스를 죽일 뻔하다가 겨우 제압되었다. 데이메어 때문에 벌인 짓이라 따로 전출되거나 하진 않았는데, 죽을 뻔했던 다이스로서는 아무래도 떨떠름한 표정이 될 수밖에 없겠지. 솔트는 그 소식을 듣고는 한 번 입가를 실룩거렸다. 솔트는 아무 생각 없이 입가를 움직인 것이었지만 트로이는 기분이 나빠졌다. 다행스럽게도, 트로이는 언제나 기분이 나빠 보였기 때문에 트로이의 기분은 솔트에게 특별한 신호를 보내진 않았다.

Zone 3의 경찰서로 가니 닐 프리드먼 경사가 나와서 그들을 맞이했다. 사람 좋아 보이는 그는 다이스를 보고 난처해하다가는 한 번 사과했고, 다이스는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순식간에 사소한 일을 해치운 그들은 토머스 볼트가 구류된 유치장으로 향했다. 그들을 안내하며 프리드먼 경사가 말했다.

“사실 이번 사건은 저희 프로파일러도 ‘평범한’ 총기난사라고 확인시켜주긴 했지만, 전에 그런 일도 있고 해서요. 혹시나 해서 불렀습니다.”

엔젤이 질렸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평범한’ 총기난사라.”

총기난사가 그렇게 흔해지다니, 말세다 말세. 트로이를 제외한 나머지의 얼굴에 그런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트로이만이 의문을 품었다. 데이메어로 인한 총기난사는 특징이 명확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고, 단순 총기난사와 더 비슷하다고? 그러니까, 미국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그런 ‘평범한’ 총기난사라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그러는 동안에도 그들은 착착 걸어가서 유치장에 도착했다. 볼트는 테러리스트로 분류되기 때문인지 주변에는 프리드먼 경사뿐만이 아니라 여러 경찰들이 있었다. 경비가 삼엄했다.

트로이가 볼트를 신문하고 엔젤이 이런저런 검사를 하는 동안, 솔트는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엔젤 바로 옆에 있던 경찰 한 명의 눈빛이 기분 나빴다. 게다가 그자는 뭔가를 대비하는 것처럼, 혹은 저지르려는 것처럼 온몸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었다. 솔트가 그 경찰을 말없이 주시하는 동안 다이스는 트로이의 어깨를 톡톡 쳐서 잠시 신문의 흐름을 끊었다.

“왜.”

트로이가 예의 그 짜증스러운 얼굴로 물어보자 다이스가 속닥거렸다.

“데이메어가 아닐지도 모르겠는데요?”

“뭐?”

“데이메어라기에는 너무…….”

다이스가 알맞은 단어를 고르려고 잠시 머뭇거리는 순간, 엔젤 옆에 있던 경찰이 갑자기 권총을 꺼내 순식간에 장전했다. 그러고는 엔젤의 다리를 쏴서 엔젤을 거꾸러뜨린 다음에 트로이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총소리가 들린 순간 경찰들은 이상을 알아차렸지만, 동료가 갑자기 돌발 행동을 한 것에 당황해 반응할 타이밍을 놓쳤다. 그 찰나의 시간 동안 방아쇠에는 손가락이 걸렸고, 이제 당기려고…….

탕! 소리와 함께 돌발 행동을 한 경찰이 총을 손에서 놓치며 괴로워했다. 경찰들은 이번에는 빠르게 행동했다. 그들은 동료의 총을 빼앗고 손에서 피를 철철 흘리는 동료를 바로 깔아뭉개 제압했다. 그러는 동안 순식간에 권총을 꺼내 장전해 이상한 경찰의 손을 명중시켰던 솔트는 정밀하게 조준하느라 잔뜩 찌푸린 미간을 폈다. 그러고는 권총의 장전을 해제하고 다시 품 속에 넣었다. 다들 멍하니 솔트를 바라보았다. 심지어 유치장에 갇혀 있는 범인조차도.

먼저 움직인 건 다이스였다. 의사였던 그는 정강이에 총을 맞아 괴로워하는 앙헬라에게 응급처치를 해주었다. 다이스가 상처를 살피는 동안 트로이가 멍하니 물었다.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미리 안 것처럼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지? 솔트가 아주 뛰어난 요원이었을 수도 있었지만, 그리고 대체로 그랬지만, 솔트는 미리 알고 있던 사람처럼 움직였다. 그러자 솔트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냥.”

솔트의 화법에 익숙해진 트로이는 짜증을 내는 대신 이어 말했다.

“그렇게 생각한 근거를 자세히 말하라고.”

“총기난사 할 것같이 생겨서.”

“총기난사 할 것같이 생겼다는 게 대체 무슨 말인데?”

그러자 솔트는 기분나쁘게 이죽일 뿐이었다.

저편에서 정말 정보값 없는 대화가 오가는 동안, 다이스는 엔젤의 다리를 봤다. 총알이 스쳐서 완전골절이나 복잡골절은 피했다. 하지만 금이 간 것에서 끝일지 아니면 미세골절이 있을지는 엑스레이를 찍어봐야 알 것 같았다. 다이스는 이런 정보들을 엔젤에게 계속 말해주면서 처치를 하고 있었다. 총을 맞은 환자들은 어쨌든 큰 고통에 시달리는 편이었고 그래서 고통에 집중 못하게 말을 많이 거는 편이 좋았다. 엔젤이 작게 중얼거렸다.

“……러.”

“네? 뭐라고 하셨나요, 엔젤?”

“시끄럽다고!”

그 소리는 아웅다웅하고 있는 트로이와 솔트, 면전에서 그 말을 들은 다이스, 그리고 유치장에서 그 난리를 지켜보던 범인 모두를 화들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분노에 찬 목소리는 목소리에서 그치지 않고 한쪽 무릎을 꿇고 엔젤을 살펴보던 다이스의 면상에 펀치를 날리기까지 했다.

다이스는 의사였지만 엄밀히 말해 그도 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당연히 솔트만큼 잘할 리는 없었고, 호신용 기술과 치명상을 입히고 도망가는 전술만을 익혔을 뿐이었다. 그래서 다리에 총을 맞았는데도 더 달려들어서 때리려는 엔젤에겐 속수무책이었다. 마치 아까의 경찰들이 동료의 돌발행동에 당황해서 삐걱댔듯이. 다이스에게는 공격적인 상대를 다치지 않게 제압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 그렇다고 엔젤의 급소를 갈겨서 죽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 결과 다이스는 피하기에 급급했다. 상대는 다리를 다친, 그보다 한참 키가 작은 여자였지만 기세는 마치 농장을 습격하는 분노한 치와와 떼와도 같았다. 이 소동은 솔트가 엔젤을 제압하고 트로이가 다이스를 구출해주면서 겨우 마무리가 되었다. 트로이가 솔트에게 단단히 붙들린 엔젤에게 말했다.

“코드네임이랑 ID넘버, 우리 팀에 합류한 시기를 말해라.”

“엔젤, 224-81-3877465, 저번주 금요일.”

아주 대충 본인확인을 완료한 트로이가 분노를 간신히 참는 목소리로 말했다.

“설명해라.”

트로이가 참고 있는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기타 주의사항에 [주의! 엔젤은,] 이라는 문구 뒤로 다 깨진 문장 속에 있는 무언가 때문에 엔젤이 이러고 있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엔젤은 조금 진정한 상태로 말했다. 하지만 솔트는 아직도 엔젤을 붙잡고 있었다.

“제가 앓고 있는 병이 특정 상황에서 트리거가 되면 분노 발작을 일으켜요. 평소에 약으로 조절해오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괴이와 너무 가까이 접촉해서 발작이 일어난 것 같아요.”

트로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얼굴에 멍이 들어가는 다이스를 향해 턱짓했다.

“병력이랑 복용하는 약을 의료진에게 미리 고지도 안 한 건가?”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 약이, 엄밀히 말하자면 고스트탄 같은 거라 일반 의료진은 구할 수 없을 거예요.”

“트리거는 뭐지?”

“간결한 브리핑 이외의 쓸데없는 잡담에 폭발적인 분노를 일으켜요……. 그런데 상부가 제 병력에 대해 얘기를 안 하던가요?”

트로이는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CDG본부에 폭탄이라도 하나 보내고 싶었다. 좋아, 씨발. 이번 달 안에 위치는 알아내주지. 이번에도 좆같이 일처리하면 하나 보낼 거다.

얼굴에 피멍이 든 다이스가 말했다.

“데이메어가 아닌 것 같아요. 제 동생의 환영이 보이지 않았어요.”

다이스는 데이메어에 전혀 홀리지 않는 사람으로, 대신 데이메어가 근처에 있으면 죽은 동생의 환영을 본다. 엔젤도 말했다.

“순식간에 다른 경찰에게 전이된 걸 보면, 그리고 저와 공명하는 양상을 보면 빙의체에 가까워요. 총기난사의 형태로 나타난 걸 보면 인간에게 큰 악의를 품는 악질적인 빙의체일 것이고 지금도 어딘가에 옮겨붙어서 뭔가 준비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꼭 총기난사가 아닌 다른 형태로도……. 그런데 우리 이런 얘기 여기서 해도 돼요?”

엔젤이 유치장에서 눈을 끔벅이고 있는 범인을 힐끗 눈짓하며 말했다. 트로이는 간결하게 대답했다.

“아니.”

그 말을 듣자마자 네 명은 동시에 고스트탄을 범인에게 겨누었다. 범인은 이제 빙의체가 빠져나갔을 것이고, 그럼 일반인이다. 일반인이 고스트탄을 맞으면 기억 상실을 일으킨다. 하지만 고스트탄이 든 총은 데저트 이글과 정말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범인의 얼굴은 백짓장처럼 창백해졌다. 트로이가 말했다.

“솔트는 빠져. 넌 고스트탄을 자주 쓸 수도 있어.”

솔트가 총을 내렸다. 비슷한 논리로 트로이도 빠졌다. 다이스와 엔젤이 남았고, 범인은 자신을 누가 쏠지 두 사람이서 가위바위보를 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다이스가 이겨서 다이스가 쏘게 되었다. 다이스는 범인의 머리를 정조준하며 말했다.

“조금 따끔할 거예요~.”

“제발 살, 살, 살려주,”

펑 소리와 함께 고스트탄이 발사되었고, 그들 넷은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본부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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