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넵렛
해당 회차는 1부의 마지막 입니다. 기실 도핀이 가족도 아닌 누군가의 결혼식에 방문하는 것은 실로 어색한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 있어 친구란 사람들은 어느새인가 훌쩍 나이를 먹어버리는 형통에 어찌나 어색한지. 지금도, 도핀은 이곳에 있는 사람 대다수를 알지 못한다. 그저 신부의 아버지 되는 이에게 이렇게 젊은 친구가 있었느냐며 모두가 웃
물결치는 붉은 머리카락을 한데 말아 올렸다. 끝으로 갈수록 물이 쉽게 빠지는 편인지 아래로 갈수록 금색에 가까운 색상임이 쉬이 짐작 가능했다. 순해 빠진 생김새부터 시작해서 머리카락이나 눈 색 따위의 외형적 요소는 제 아비를 닮았더니, 굽이치는 머리카락이나 끝이 쉽사리 손상되어 색이 달라지는 것은 어미 쪽을 닮았나 보군. 샤뮤에드가 앤서니를 마주하며 한 생
홀트 가의 저택에서 근무 중인 사용인들은 갑작스러운 다섯째 도련님의 귀환 소식에 분주했다. 손님까지 함께 온다고 하니 그 손님이 얼마나 오래 이 저택에 머물지 알 수 없었으나, 그들이 준비해야 할 것은 아주 많았다. 자신들의 고용주의 아름다운 모습과는 달리 그들이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용인들은 이곳에 없었다. 평소 그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고용주
관광지 한복판에서 벌어진 학살에 대해 인간들은 얼마만큼 소란스러워질 것인가. 애석하게도 도핀의 궁금증을 해소해주지는 못했다. 그 주변에는 인간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으니까. 도핀은 자신을 안아서 들고 있는 샤뮤에드의 품에서 그의 옷자락을 살짝 제 쪽으로 당겼다. 그러고는 비밀이야기를 하듯 속살거린다. 이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는 샤뮤에드의 태도에 자신이 영
연인들끼리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관광명소를 거니는 일은 세간에서 데이트라고 부를 것이다. 그렇다면 연인도 하물며 친구라고 부르기도 미묘한 이 두 영물이 함께 거닐고 있는 상황을 두고는 어떤 단어로 정의내리는 것이 맞을까? 고산지대여서 서늘한 공기에도 불구하고 따글따글한 햇살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도핀은 야외 카페에 설치된 파라솔 아래에 앉아 차가운
사냥꾼 두 사람이 답지 않게 육아에 대해 고뇌에 빠졌을 때 쯔음, 비슷하게도 답지 않은 고민에 빠진 이가 하나 있었다. 긴 털이 북실북실한 검은색 고양이 한 마리는 책상 위에 앉아 아래로 늘어뜨린 꼬리를 살랑거리고 있다. 도핀이 고양이를 피해 책상 한켠으로 물건을 치워 공간을 만들어두면 빈자리로 몸을 쭉 뻗어 가로막기 일쑤다.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옮겨서
사냥꾼들이 먼저 체계적인 계획을 짜서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나가 함정에 빠진 영물을 포획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미 사건이 벌이진 현장에 도착하는 경우도 많았다. 노네가 그런 경우였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난동을 부리던 영물을 잡을 수 있었다는 점이겠다. 그리고 추가적인 문제가 있다면, 그 난동의 범위가 매우 넓다는 부분. 버려진 교회는 좁았고 구조물들은
흑갈색 머리카락이 어깨에 닿지 못할 정도의 단발은 아래 머리를 남겨두고 귀 윗머리와 위쪽 머리 약간을 묶어서 단정해 보였다. 선이 가는 탓인지 아니며 자신이 어릴 적, 집을 나가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어머니를 닮은 탓인지 종종 성별에 대한 오해를 받는 소년은 시가지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언제나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안아 올리던
그러니까. 자신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을 때에는 이미 존재해 있었다. 그 자체로 온전했던 것이다. 그것은 벌써 완연한 성체였고 세상의 지식은 차곡차곡 머리에 들어 차 있었다. 이를 신기하다고 여기기에는 그가 속한 이들에게 있어서 모름지기 당연한 일이었기에 그 또한 대수롭지 않게 이 사실을 넘겼다. 그것을 ‘태어났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