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s 레스토랑

[GL]별빛 산책

로드 오브 히어로즈 - 2차 GL 프람로드 : ㅇㅅㅅ님 무료 리퀘스트 샘플

잿빛 구름이 흘러 비가 되어 내렸다. 아프지 않게 피부에 박혀 드는 빗방울은 어딘가 상냥한 구석이 있었다. 우산을 쓰는 게 좋지 않을까 물었지만 곧 그칠 비라 했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물었다. 기사의 직감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말을 믿고 기다렸다. 거짓말처럼, 잠시 후 비가 그쳤다. 나른한 풀 벌레 소리가 깊어지고 물기 어린 땅 냄새가 훅 끼쳤다.

사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하루 왕성에서 이루어졌던 기사 훈련, 점심으로 나온 감자가 들어간 비프스튜, 메이링이 신령님과 주방 일을 돕다가 불을 낼 뻔했던 사건, 그리고 일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발견한 길가의 이름 모를 꽃.

노래하듯이 펼쳐진 사담은 끝 날듯 끝나지 않았다. 로드는 그 모든 이야기를 조용히 감상했다. 밤이 어려 색이 더 짙어진 시선의 눈동자를 제 기사에게서 물릴 줄 모르고 하염없이.

...그리고, 오늘 간 식당에서 말이야. 용병직 제의받았는데, 내가 생각해도 좀 무례하지 싶었어. 난 아발론의 기사잖아? 감자 수프를 한턱 쏜다길래 좋은 녀석인 줄 알았는데. 옆에서 샬롯이 대신 화내려고 하는 걸 말리느라 진땀을 뺐지 뭐야. 로드, 어때? 나 어른스럽게 잘 대응했지?...

보랏빛 하늘에서 빛이 흘러내렸다. 반짝이는 별이 발하는 것은 오전에 남은 햇살의 흔적이었다. 어두웠지만 동시에 찬란하게 밝았다. 밤 산책을 하는 두 인영의 머리 위로 은하수가 쏟아졌다. 밤하늘을 적시는 별빛 폭포의 물방울이 점점이 튀어 어깨에 내려앉았다.

로드. 갑작스럽지만 언제나 그렇듯 자연스러운 부름이었다. 늘 불리는 호칭이었다. 반갑고 친숙한, 이제는 휘장이 되어버린 이름. 푸른 기사가 동행자의 보폭에 맞춰 걷던 발걸음을 멈췄다. 로드. 나는 로드가 우리에게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게 무슨 소리야. 평온을 가장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너스레를 떨었지만 프람의 시선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비는 그쳤을 텐데 희미하게 빗소리가 청각을 자극하는 것 같았다.

공기가 수런이고 있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거야. 난 바보라서 유식하게 말할 줄도 모르고, 어떻게 말해야 로드에게 마음이 잘 전달될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충성은 세상을 향하고, 우리의 마음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고. 그러므로 기사는 존재하는 거라고. 기사란 무릇 그런 존재라고.

로드가 바라는 세상을 위해 사람을 지키고 적을 베어나가는 것은 두렵지 않아. 그러니 우리를 이용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줘.

이용이라니. 그런 단어 선택은 옳지 않아. ...알아, 나도. 내가 무식해서 그래. ─그런 뜻이 아니라…

짙은 풀 비린내가 코끝을 자극했다. 밤하늘에 녹아든 푸른 기사는 평소보다 더 거대해 보였다. 프람 베르그는 로드에게 다가가 한 쪽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미안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건, 지칠 땐 무너져도 괜찮다는 뜻이야.


‘...사실은, 내 앞에서만 무너졌으면 좋겠지만.’


그런 마음을 밖으로 꺼내 보이지는 않았다. 참된 기사란 사심을 잠재울 수 있어야 하는 법이었다. 프람은 제 눈동자만큼이나 청연한 심정을 잠시 접어두었다.

그리고 눈앞의 여성을 마주 보았다. 그녀는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하하, 뭐야. 그 표정. 로드도 그런 표정을 지을 줄 아는구나.

─아니, 이건... 그냥, 프람에게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라서.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누군가의 의지와 마음은 지키려고 노력할게. 나는 언제까지나 로드의 검으로서 힘이 될 거야. 그러니까, 좀 더 나를. 아니, 우리를 의지해 줘.

별똥별이 하늘을 갈라놓았다. 빛 꼬리가 잔흔을 남기며 검은 하늘에 흩어졌다. 기사의 푸른 눈동자 위로 별빛이 쏟아졌다. 가장 어두운 밤하늘 가운데 가장 밝게 빛나는 한 쌍의 푸른 별이 올곧이 로드를 향했다. 그 시선에 서린 감정의 의미를 모를 정도로, 그녀는 어리석지 않았다...

[일반 글 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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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워드 : 밤 / 대화 /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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