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코토] 경품은 미사카 미코토
이것은 8월 2일 성하제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1.
"미사카―."
"어, 무슨 일이야?"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가려던 미코토를 붙잡은 것은 시중을 들고 있던 메이드 견습생 츠치미카도 마이카였다. 마이카는 품에 들고 있는 종이 뭉치를 미코토가 식사했던 탁자에 올려두며 이것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뭔데 뭔데? 궁금증이 배어 있는 듯한 억양으로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의자를 바짝 당겨 다시 자리에 앉은 미코토는 종이 뭉치의 표지에 적혀있는 글귀를 읽었다.
"미사카 미코토의 장래에 대한 설문조사?"
이게 뭐야? 손가락으로 종이 뭉치를 톡톡 두드리며 미심쩍어하는 기분에서 몸을 비스듬히 한 미코토는 눈을 가늘게 뜨고 콧등을 찡그린다. 받은 종이 뭉치를 수상히 여기며 의심스러운 듯이 쏘아보는 미코토에 마이카는 자신도 부탁받은 거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3학년이고 7명 밖에 없는 레벨5니까 미사카의 의견을 참고해서 장래 설계를 도와주고 싶다는 지시로 만들어진 설문조사라는 거밖에 모른다고 설명했다.
곧 성하제 준비로 바쁘잖아? 그러니 오늘 해두는 게 좋지 않겠냐고 설득하는 마이카에 미코토는 흠, 손바닥으로 뺨을 강하게 누르며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딱히 할 일도 없고 마이카가 옆에 있어 준다면 심심하지는 않겠지, 마이카의 제안에 응해 설문조사의 종이 뭉치의 첫 면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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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제 당일, 평소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는 토키와다이 중학교 여자 기숙사가 문호를 열었다. 작년처럼 메이드복을 입고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토키와다이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작년보다 크게 지어져 있는 무대에 고정된 시선을 보내며 손을 가만히 놔두지 못해 주머니를 자꾸만 뒤적거리는 학생도 있다. 그 학생을 향해 언니―!! 하고 어디선가 나타나 만면에 그득한 미소를 띠며 안겨드는 학생도 있고 말이다.
"쿠로코! 갑자기 나타나지 좀 마!"
"어디 갔나 했더니 곧 올라갈 무대를 구경하고 계셨나요?"
몸을 꼿꼿이 세워서 제게 달라붙은 쿠로코를 밀어내려 꾹꾹 눌러대지만, 쿠로코는 껌딱지처럼 달라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기력이 없었던 지라 힘들어하는 표정을 짓던 미코토는 그만 포기한 듯 풀어진 자세로 양팔을 길게 늘어뜨린다. 생각보다 빠른 포기에 깊고 흐뭇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쿠로코는 준비되어 있는 무대를 바라본다.
작년보다 크게 지어진 무대에는 작년보다 열심히 준비를 이어가는 학생들이 보였다. 물론 이 무대는 어느 한 이벤트만을 위해 지어진 무대이기 때문에 다른 이벤트는 다른 무대에서 진행 중이었다. 그것을 보고 곧 올라갈 무대라 칭한 쿠로코의 말을 생각하면 저 무대는 즉, 미사카 미코토가 올라가게 될 무대가 된다는 뜻이 된다. 미코토가 있는 동안에 토키와다이 중학교의 마지막 축제라며 새로 기획한 이벤트인 모양인데, 그저 준비한 옷을 입고 올라와 달라는 말 외에는 들은 것이 없던 미코토는 호흡을 여러 번에 걸쳐 짧게 내쉬는 것으로 팔다리가 쑤시는 느낌을 씻어내려 애쓰며 불안한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쿠로코, 이번엔 기록 담당이 아닌가 보네?"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자신과 다르게 쿠로코는 교복에 풍기 위원의 완장 대신 이벤트 담당자의 완장을 차고 있었다. 이벤트 담당자의 역할이 의외라는 듯 무의식적인 곁눈질을 주는 미코토에 쿠로코는 보이는 대로 오늘 중요한 이벤트에 참석해야 해서 성하제 기록 담당은 다른 아이에게 맡겼다고 한다. 쿠로코가 담당하는 이벤트라고? 그런 게 있던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미코토는 오늘의 행사 팸플릿을 곰곰이 되짚어보았지만, 잘 모르겠다는 결론이 나올 뿐이었다.
"미사카 님! 리허설 좀 부탁드려요!"
멀리서 미코토를 부르는 학생의 외침에 이 주제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잘 됐다는 듯 쿠로코는 어서 가보라며 미코토의 등을 떠밀었고, 미코토는 알아서 잘 갈 테니까 밀지 말라며 투덜거렸다.
2.
"으, 걷기 불편해…."
어쩐지 작년과 달라진 게 없는 감상이다. 미코토는 작년에도 입어봤던 원피스를 입고서 무대에 나서게 됐는데, 이번엔 자신이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데도 이렇게 꾸미고 나오라는 것에 의문을 품으며 무대로 향했다.
무대로 다 와 갈수록 인파가 많아지는 것에 도대체 무슨 이벤트라고 설명이 나갔길래 이러는 건가 싶으며 앞으로 나아가던 미코토는 멀리서 보이는 무대 위의 현수막에 머리가 흠칫하면서 뒤로 젖혀지고 크게 벌어진 눈으로 응시한 채 움직임을 멈추고 얼어붙는다. 현수막의 문구가 머리에 인식되자 입은 딱 벌어지고 입술은 위로 말려 올라간다.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인데 그럴 것이 현수막에 적혀있는 문구는,
【미사카 미코토의 사랑을 쟁취하라!】
"저게 뭐야―!!!"
이러했으니까.
미코토의 외침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미코토에게 꽂혔고, 미코토는 사람들의 시선에 급히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꽉 누른다. 여기서 괜히 시간을 끄는 것은 제게 좋지 않았기에 미코토는 저 현수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알아내려 서둘러 무대 쪽을 살폈다. 인파를 파헤쳐 무대가 보이는 자리로 왔을 때, 미코토는 무대에서 열심히 지시하고 있는 쿠로코의 모습을 발견한다. 동시에 상황이 정리된 미코토는 휘청거리며 한두 발자국 정도 뒤로 물러섰다. 이 이벤트를 담당한 것도, 열어낸 것도 쿠로코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저런 이벤트의 이름이면 분명 제게 좋은 일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됐기에, 속으로 이것저것 정리하며 검토하던 미코토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느리게 내저으며 곧바로 사람들이 없을 만한 곳으로 도망쳤다.
“여, 여기라면 괜찮겠지?”
대부분의 사람은 마지막 이벤트 무대를 구경하러 밖에 나가 지금까지 식사하고 있을 사람은 없을 거로 생각한 미코토는 뒷문을 통해 식당의 부엌으로 들어왔다. 다행히 비어있는 부엌에 미코토는 떨리는 손으로 문을 조심스레 닫은 후, 근처에 있던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어떡하면 좋지….”
무작정 피하기만 해선 안 되는 노릇이었다. 쿠로코가 의도한 대로 만들어진 계획의 이벤트라 해도 그것을 위해 준비한 애들의 노력을 생각하면 이렇게 도망 나오는 건 안 되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또, 이렇게 준비해 두었는데 메인의 주인공이 빠지면 사감이 어떻게 나올지 감당도 되지 않았고 말이다. 몹시 지친 듯 머리를 뒤로 젖혀 위를 올려다보던 미코토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관자놀이를 주무른다.
“다들 찾고 있던데 여기서 뭐 하는 거야?”
“―! ..아, 마이카….”
얼마나 골을 앓았던 것인지, 부엌으로 들어온 상대를 눈치채지 못한 것에 놀라 얼굴 근처에서 어수선하게 손을 놀리던 미코토는 성대한 양의 그릇을 쌓아서 가져온 마이카를 보고 의아해한다. 식당에 이렇게까지 먹을 사람이 아직 남아있나? 그런 눈빛을 알아챈 모양인지 마이카는 대식가님이 아직 남아있어서 상대 중이라고 답하며 너는 왜 여기 있냐고 다시 한번 물었다. 미코토는 음, 하고 말을 고르더니 사실은…, 하고 마지막 이벤트 무대의 진실을 알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마이카는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모처럼 성하제니까 즐겨봐.”
“하지만..”
“정말 즐길 수 없는 순간이 오면 내가 도와줄 사람을 구해올 테니까~.”
뭐가 있는 걸까? 생각 없이 말하는 거 같진 않고, 다른 후배들도 열심히 준비해서 온 건데 자기 한 사람 때문에 망칠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가기로 하며 몸을 일으킨다. 걸음을 옮기면서도 마이카의 말에 의문을 품는 모양인지 불안한 마음을 놓지 못한 미코토가 정말이다? 떨리는 목소리로 마이카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나서지 않자 마이카는 정말이라고 약속했고, 거기에 미코토는 찜찜하면서도 약속이니까! 하고 외치며 자리를 떴다. 그렇게 미코토가 떠나고 나서야 조용해진 공간에 마이카는 히죽히죽 올라오는 웃음을 참아내지 못했다.
“이거 참, 일이 재밌게 돌아가네~.”
한층 신바람이 난 발걸음으로 부엌을 나서는 마이카였다. 콧노래를 부르며 식당으로 가면, 거기엔 턱을 괴고서 지겹다는 듯 탁상 위로 쌓여있는 그릇을 올려다보고 있는 남고생과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먹는 것을 그만두지 않는 수녀가 있었다.
대식가 인덱스가 아직 먹을 것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마이카는 카미조의 옆으로 다가가 팔을 톡톡 두들겼다. 그제야 제 곁에 온 마이카를 눈치채고 고개를 튼 카미조는 혹시 식당을 나가야 하는 거냐며 흔들리는 눈동자로 불안한 시선을 내보였다. 아무래도 텅 빈 식당에 두 사람만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전세를 낸 거처럼 앉아 있었으니까. 나갈 시간이 되어서 이만 가봐야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다. 마이카는 그건 아니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자 카미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게 아니면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런 거냐고 물었다.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말이야~.”
“엥, 부탁?”
뭐, 인덱스가 남 부럽지 않게 먹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줬으니 어떤 거라도 들어줘야 마음이 편해질 거 같았던 카미조는 어떤 것이냐고 물었다. 덥석 물어준 카미조에 마이카는 됐다는 듯 씨익, 입꼬리를 올리더니 그건 가면서 설명해 주겠다고 카미조의 손을 가로채더니 인덱스를 향해 카미조를 빌려 가겠다고 외쳤다. 인덱스는 상관없다며 올 때 먹을 것을 더 가져와 주면 좋겠다고 입을 우물거리며 말했고, 마이카에게 끌려가다시피 하는 카미조는 뒤뚱뒤뚱 몸을 움직이며 어디로 가는 건데?! 행방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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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성하제 마지막 이벤트를 구경하러 와주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지금부터 【미사카 미코토의 사랑을 쟁취하라!】 이벤트에 대해 설명해 드릴 건데요….”
지금 미코토는 무대 중앙에 설치된 계단의 끝에 준비되어 있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마치 여왕 같은 존재감에 사람들의 시선이 다 쏠릴 수밖에 없었는데, 이러한 시선들이 너무나 부담스러운 미코토는 가슴 위로 양팔을 엇걸고 비스듬한 자세를 취하며 다리를 꼬고 앉는다. 이런 기분을 전혀 모르는 미사카 찬양자들은 당당한 모습처럼 보여서 멋지다고 감탄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 자리에 오르기 전, 미코토는 중앙에 설치된 물건을 보고 저기에 앉아야 하는 건가 싶어 대체 뭐냐고 물었지만, 사회자는 미사카님은 저 자리에서 편히 앉아 있는 채로 즐겨주시면 됩니다! 이렇게 말하며 웃어 보일 뿐이라 뭐라 따지지도 못하고 그들의 손에 떠밀려 자리로 올라가게 되었다. 이 자리에서 어떻게 즐겨!! 물론 거기에 미코토는 속으로 울었지만 말이다.
사회자가 설명하는 이벤트는 이랬다. 사전에 받아둔 멤버들이 시련을 받고, 거기서 살아남은 두 사람이 대결하게 될 거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에겐 이 이벤트의 경품, 미사카 미코토님을 쟁취할 수 있다는 얼토당토않는 소리를 꺼내는 것에 미코토가 하아?! 얼굴을 찡그리며 혼란스러워 하는 반면, 관객들은 재밌겠다는 듯 환호했다. 관객들의 귀가 깨질 듯한 환성에 정신을 차린 미코토는 사회자를 향해 반발하려 외쳤다.
“그런 걸 대체 누가 정한 거야!”
“접니다, 언니.”
“쿠로코…?”
무대에 올라선 참가 멤버들 사이로 쿠로코가 제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면서 앞으로 나왔다. 의기양양하게 턱을 치켜들고는 다리를 넓게 짚고 서서 곧은 자세를 유지하며 자신이 정했다고 자랑스레 떠벌리며 이죽거리는 쿠로코에 미코토는 할 말을 잃는다. 거들먹거리며 미코토 앞에 선 쿠로코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군침을 흘렸다.
“후후, 이때만을 기다렸습니다. 제가 기획한 이 이벤트, 여기서 이기기만 한다면 언니와 이런 것도, 저런 것도! 크흐흐―.”
무엇을 상상하는 것인지, 두 손을 가만히 있지 못하며 속이 시커먼 모습을 드러내는 쿠로코에 미코토는 다리에서부터 등골로 올라오는 소름을 느낀다. 이에 대한 자극을 떨쳐내려 머리를 세차게 흔들던 미코토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이럴 수 있냐며 경직된 표정으로 외치자 거기서 뚝, 하고 쿠로코의 행동이 멈추더니 조용히 치마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든다. 그리고 물건의 버튼을 누르자 삑, 하는 소리를 시작으로 녹음된 대화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언니~ 이번 성하제에서 언니를 갖고 이벤트를 연다고 하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응? 그런 걸 왜 해.』
『아니~ 언니가 마지막으로 보내는 토키와다이잖아요. 후배들도 언니랑 시간을 갖고 싶어 할 텐데, 전부 들어줄 수는 없을 테고. 딱 한 명한테만 기회를 주는 걸 이벤트로 열어주는 거죠!』
『음, 그런 거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네.』
“자, 언니는 분명 허락했습니다!”
”쿠로코, 네 놈…!!”
저 때의 대화는 기억하고 있다. 할 일이 없어 침대에 누워서 만화책을 보고 있을 때 쿠로코가 질문해 대는 것에 얼른 끝내고 만화책을 보는 것에 집중하고 싶어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대충 답했으니까.
쿠로코의 농락에 놀아난 것을 뒤늦게 알아챈 미코토의 살갗이 파르르 떨려왔다.
‘이러면 쿠로코를 이길 학생은 없을 텐데….’
그렇다. 저렇게 자신과 시간을 보낼 생각만으로 큰 기획을 계획해서 실제로 이뤄내지 않았는가. 이대로라면 미코토는 쿠로코한테 끈질기게 당하고 말 것이라고, 그런 걸 상상하니 삐질삐질 땀이 나고 상체가 경직되던 미코토는 누가, 누구라도 좋으니까 이 기획에 이의를 제기해 줘! 도움을 구하는 눈빛으로 주위를 살폈지만, 여기에 있는 이들은 쿠로코의 흑심을 몰랐기 때문에 오히려 이렇게 큰 이벤트를 기획한 쿠로코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손뼉을 칠 뿐이었다.
자기편은 없다고, 이대로 쿠로코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건가…. 손을 느슨히 무릎 사이에 끼우던 미코토가 한숨을 처절하게 내쉬며 눈을 감던 순간이었다.
“잠깐 기다려! 나도 참가하겠어!”
객석에서 들리는 소리에 미코토는 혹시 마이카?! 밝게 빛나는 얼굴로 고개를 든다. 객석에서 나온 것은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소녀가 아닌 익숙한 삐죽 머리의 소년이었다. 잘 아는 사람이지만, 예상치 못했던 인물의 등장에 미코토는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눈길을 준다.
“네가 왜 여기에…?”
“윽, 왜 당신이 여기 있는 거죠!”
미코토도 놀란 만큼 쿠로코도 그의 등장에 놀랐다. 그것도 잠시, 그의 존재가 반갑지 않았던 쿠로코는 잔뜩 눈살을 찌푸려 이마에 주름이 잡힌다. 쿠로코가 언성을 높이며 투덜거리게 만든 그는 바로 카미조 토우마였다. 카미조는 턱을 치켜들고는 태연자약한 모습을 보이며 당당하게 쿠로코의 질문에 답했다.
“초대받았으니까.”
“그렇겠죠.. —가 아니라, 여긴 언니와의 시간을 갖기 위해 예선을 거쳐서 여기까지 올라온 후배들을 위한 이벤트라고요!”
“나도 갖고 싶다고 한다면?”
“네…?”
“나도 미사카와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어!”
꽤 부끄러운 말을 한다는 자각이 있는 것인지, 얼굴을 붉히며 외치는 카미조다. 그런 장면을 보고 관객들은 꺄아―! 하고 고조된 목소리로 소리 지르며 오히려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 곳곳에서 허~ 락해줘! 허~ 락해줘! 외치기 시작했다. 카미조는 이제 어떻게 할 거냐는 듯 기세등등한 자세로 입꼬리를 올리며 쿠로코를 응시했고, 쿠로코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씰룩씰룩하며 행복해 보이지 않는 표정으로 칫, 혀를 찬다.
“흥, 상관없어요. 당신 같은 게 와도 언니와의 시간은 제가 쟁취하게 될 테니까요!”
처음과 다른 승부의 예감에 현장의 분위기는 불타올랐다. 그들과 다르게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머리를 갸웃거리며 입술을 오므리던 미코토는 무대 근처에서 미사카~! 하고 손을 흔들며 웃는 마이카의 등장에 생각이 정리된다.
‘설마, 마이카가 데려와 준 건가?’
확인은 필요 없었다. 마이카가 분명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으니까, 분명 마이카가 데려와 준 것이겠지. 저 바보는 자신이 곤란한 것을 알고 끼어든 것일 테고. 그렇지만 미코토는 마이카가 카미조를 어떻게 알고 데려왔는지를 뒷전으로 쳤다. 그럴게 미코토의 머릿속엔 카미조가 외친 말이 울려 퍼져서 멍해져 있었으니까.
“아우아우….”
분명 그도 본심으로 외친 것은 아닐 것이다. 이 무대에 올라서려면 명분이 필요하니까, 그렇게 외쳤을 뿐이라고. 그걸 이해하고 있는데도, 얼굴을 붉히며 외치던 그의 얼굴을 떠올리면 기대해 버리고 말아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그 장면을 지우려 구부정한 자세로 있던 미코토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진정시키려 손으로 뺨을 누른다.
―그렇게 미코토가 소녀답게 사랑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대결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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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마지막으로 이 두 사람이 남았습니다!”
“꽤 하는 군요.”
“너야말로.”
이런 데서 이런 대사가 맞는 걸까 싶지만.. 관객은 분위기에 휩쓸려 상관없는 모양인지 함성을 지르며 양쪽 모두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두 사람만 남은 경기, 마지막 결투인 것이다. 무슨 종목이 나올까,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사회자를 주시하며 사회자가 다음 종목을 알려줄 때까지 귀 기울인다.
“마지막 종목은 퀴즈로 승부를 보겠습니다!”
“뭣, 퀴즈?!”
“훗, 이겼군요.”
퀴즈라는 종목에 카미조는 불안하게 흔들리는 시선을 하다가 그럴 리 없다는 투로 고개를 내저었고, 자신 없는 카미조의 태도에 쿠로코는 승리의 여신이 자신에게 왔다며 광채가 나는 얼굴로 억누를 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 물론 카미조가 충격을 받은 만큼 미코토도 퀴즈라는 주제를 듣고 순간적으로 몸이 얼어붙었다. 카미조가 공부를 잘 못하는 편인 걸 알고 있으니까, 지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목이 잔뜩 굽은 채 바닥만 내려다보던 미코토는 사회자가 말한 퀴즈의 주제를 듣고 놀라 고개를 번쩍 든다.
“마지막은 미사카 미코토의 퀴즈! 미사카님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만들어냈으므로 주관식으로 답해주면 되겠습니다.”
“그런 얘기 못 들었는데!?!?”
“말 안 했으니까요☆”
아주 상큼하게 말하는 사회자에 미코토는 기가 막혔다.
자신이 한 설문조사라면 마이카에게 받은 종이 뭉치밖에 없다. 그것이 이렇게 공공연한 곳에서 쓰일 거라고는 듣지 못했기 때문에 미코토는 이것에 대해 알고 있을 마이카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인파 속에 발견한 마이카는 미안하다는 듯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행동치고는 얼굴에 장난스러움이 묻어나 있는 것을 보아 마이카는 분명 이 이벤트의 주최 측에서 설문조사의 목적을 들었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다른 이유를 대며 설문조사를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성화제가 끝나면 마이카한테 두고 보라는 듯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주먹을 불끈 쥐는 미코토의 모습에 마이카는 어이쿠, 하고 미코토가 자신을 찾지 못하게 인파 속으로 쏙 들어가버린다.
여기서 사회자는 쿠로코가 이벤트를 주최하긴 했지만, 퀴즈의 내용이라던가 답은 전혀 모르므로 카미조와 동등하게 보는 것이라고 알리며 시작하겠다고 외쳤다. 드디어 마지막을 알리는 행사에 관객들의 분위기는 무서울 정도로 불타올랐고, 무대 위의 두 사람은 긴장을 타며 사회자가 퀴즈를 내기를 기다린다.
“이 설문조사는 미사카님의 앞으로의 장래를 참고하기 위한 자료이므로 이 점을 유의해 두고 전념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미사카 미코토의 퀴즈가 시작될 것을 안내하는 사회자에 주변은 순식간에 고요해진다. 이 분위기를 전화시켜 주려는 듯 사회자는 뚜벅뚜벅 두 사람을 향해 걸어가며 멘트를 읊는다.
“결승까지 오른 두 사람, 그것은 막상막하의 승부였습니다. 퀴즈는 총 50문제로 많은 문제를 맞히는 사람이 이기게 됩니다!”
“그 승자는 미사카 님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는데요, 여기서 이긴다면 뭘 하고 싶은지 수감을 안 들어볼 수가 없겠죠!”
“네?”
“헤?”
긴장감이 흐르던 두 사람은 사회자의 멘트에 순식간에 긴장이 풀리고 만다. 이렇게 딱딱한 분위기로 가면 재미가 없으니 긴장되는 분위기를 풀 겸 들어온 멘트라고 생각된다.
숨 막힐듯한 분위기가 풀리자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긴 한숨이 새어 나오던 카미조는 몸을 들썩이며 웃다가 순간 머릿속이 정지된다. 자신은 마이카를 통해 여기서 쿠로코가 이기면 미코토가 곤란해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올라온 것이지, 이후의 일은 생각하지 않았던 카미조는 얼어붙은 사고력에 눈썹을 문지르며 대답을 찾아내고자 다급해한다. 손가락 끝으로 이마를 톡톡 두드리며 뭐라고 얘기하면 좋을지 갈팡질팡하는 사이, 저 멀리서 쿠로코가 사회자를 향해 아직 얘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어디 가냐며 잡아내는 목소리에 카미조는 고개를 든다.
쿠로코가 대체 뭘 하고 싶다고 말한 것일까, 미코토의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다. 쿠로코가 이긴다면 그렇게 되겠지, 란 상상을 한 것인지 흐릿한 눈빛으로 멀거니 허공만 바라보며 한숨을 길게 내쉬는 미코토의 모습에 카미조는 마음을 다잡는다. 사회자는 어느새 카미조의 앞으로 왔고, 카미조를 향해 이긴다면 미코토와 어떤 시간을 가질 것이냐고 물었다. 카미조는 훗, 웃음을 흘리더니 시원하게 답변을 내놓았다.
“미사카가 좋아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줄 생각이야.”
“―~~…!?”
그 말인즉슨, 제 욕심이나 목적만으로 데리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미코토가 원하는 쪽으로 배려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말이었다.
카미조의 말이 닿았던 것일까, 움찔하던 미코토는 몸을 웅크리고서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낸다. 남자다운 카미조의 모습에 관객들은 환호를 보냈고, 몇몇 사람은 질투가 나서 우우, 하고 야유를 보냈다. 사회자는 이야, 이렇게 사랑받는 미사카님을 보니 부럽네요! 그럼, 본격적으로 미사카님의 퀴즈를 시작하겠습니다! 마지막 종목이 시작된다는 사회자의 안내 멘트와 함께, 두 사람의 승부가 이어지려고 한다.
▶ ▶ ▶
“후우, 후우, 설마 여기까지 올 줄은….”
“나, 나야말로 놀랐다고….”
생각보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에 관객들은 숨 쉬는 걸 잊을 정도로 두 사람이 퀴즈를 푸는 모습에 집중했다. 지금까지 49문제를 바로 맞히는가 싶은 사람이 있으면, 막혀서 고민하던 두 사람 중 하나가 기억해 내서 정답을 외치곤 해서 긴장감이 장난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쿠로코가 25문제로 앞서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다음 문제로 승부가 결정 나게 된다. 쿠로코가 정답을 외치는 것으로 확실한 승리를 얻는지, 카미조가 정답을 외치는 것으로 동점을 얻어 무승부로 내버릴 것인지, 사회자는 흥미진진하다는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문제의 질문을 내뱉는다.
“자, 마지막 문제입니다. 제50문, 미사카 미코토가 좋아하는 사람은?!”
“…….”
“뭐..?”
“흐냐아아―!!!”
사회자를 제외한 모두가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미코토는 설문조사의 전체적인 내용만 대충 생각하고 대중에게 까발려지는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해 왔다가 잊고 있었던 마지막 문항에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키다 익숙지 않은 원피스의 밑단을 밟고 미끄러져 털썩,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해롱해롱, 잠시 미코토가 정신을 잃은 사이, 쿠로코는 그 정답을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고 싶지 않아서 부들부들 몸을 떨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카미조는 미사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그건.... 누구야–?! 정답을 몰라서 당혹스러움에 빠져있었다.
“역시 이 문제는 힌트가 없으면 알 수가 없겠죠? 그래서 힌트 부분은 미사카님이 알려주는 것으로, 저희가 질문드리면 미사카님이 힌트로 답변해 주면 되겠습니다!”
“으으, ..뭐, 뭐라고 했어?!”
잠시 정신을 잃었던 미코토는 앓는 소리를 내며 일어나 옷을 정돈하다가 사회자의 발언에 움찔하며 말아쥔 주먹을 가슴에 가져다 댄다. 사회자는 못 들은 듯한 미코토를 위해 다시 한번 설명했고, 설명을 들은 미코토는 입이 쩍 벌어지더니 뱅글뱅글 도는 눈으로 그런 건 못한다며 팔을 내저었다.
‘그런 거, 말하면 들킬 거라고―!!’
힌트를 한둘 씩 얘기하다 보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눈치챌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그 바보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런 일만은 정말 사양이라며 입술을 일자로 오므리고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무는 미코토에 사회자는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인다. 어떡하지 싶던 그때 카미조가 미코토를 향해 외친다.
“미사카! 내가 맞출 수 있게 도와줘!”
“흐에..?”
하지만 카미조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미코토가 좋아하는 상대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카미조는 아무것도 모른 채, 미코토가 이 난감한 상황에서 빨리 나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을 뿐이었고, 그것을 눈치챈 미코토는 저 둔감한 녀석이 알아차릴 리 없잖아, 슬픈 미소를 지으며 사회자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사회자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럼 좋아하는 사람은 연상인가요, 연하인가요? 하고 질문을 던졌다.
“연상이야. 하지만 항상 나한테 공부를 가르침 받는 녀석이라서, 연상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네.”
그러면서 미코토의 시선은 카미조에게 향해 있었지만, 카미조는 그 시선을 알아채지 못했다. 미코토의 주변에 자신과 같은 처지인 사람이 있구나, 생각하며 자신만 이상한 게 아니라고 안도할 뿐….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모습에 미코토는 일그러진 웃음을 보인다. 턱을 매만지며 미코토의 주변 사람이 어느 정도 있는지 떠올리는 카미조에 미코토는 사회자가 힌트를 더 달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욱해서 줄줄 힌트를 읊기 시작한다.
“그 녀석은 말이야, 불행하다, 불행하다, 하고 읊조리면서도 불의를 보면 못 참고 몸이 먼저 나가버리는 놈이야. 그렇게 다쳐오면서도 웃는 게 바보 같지!”
“어, 저기… 미사카님?”
“그러면서도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믿음직해서, 나 외의 여자들한테도 사랑받고 있어. 그래서 조급해지는데도, 내 솔직하지 못한 성격 때문에 이 마음을 전하지도 못하고 이 지경이야! 슬슬 알아줬으면 하는데 그 둔감한 녀석이 이런 내 마음을 알아챌 수 있을 리 만무하잖아!”
점점 갈수록 힌트의 내용이 한탄이 되어 외쳐졌고, 점점 격해진 어조에 주위 사람들은 자신에게 향한 거처럼 꽂혀오는 한탄에 눈치를 본다. 미코토의 외침이 끝나자, 주위는 속 시원하게 외친 미코토의 마음처럼 고요해졌고, 씩씩거리며 호흡하던 미코토는 거친 숨을 고르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보인다. 그리고 그 끝에는 그를 지칭한 카미조에게로 향했고,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미코토의 시선에 저 녀석이군, 저 녀석이네, 저놈이구먼, 수군거리며 미코토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눈치챌 수 있었다. 그 외침을 들은 카미조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 표정을 볼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의 외침을 알아차린 것일까? 정답을 외쳐줄까? 사람들이 기대하는 시선 끝에 카미조는 고개를 들어서 입을 열었다.
“그… 외형에 대한 힌트는 없을까?”
콰당!
자신을 가리키고 있는 것을 모르는 카미조의 반응에 모두 자리에서 자빠진다. 주변에서 이걸 모르냐며 야유를 던지자, 카미조는 뭔데? 뭐야?! 하고 나만 모르는 거냐며 당황스러워했다. 미코토는 자신이 뭘 바라겠냐며 이마를 짚었고, 미코토의 마음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쿠로코는 그렇게 알아달라는 듯 외쳤는데도 몰라주는 카미조에 어처구니가 없어 자신이 여기서 끝내주겠다는 듯 답을 알리려 입을 연다.
“더는 못 봐주겠군요. 정답은 카미―!”
“아– 안 돼!!!!!!!”
알아달라고 외치긴 했으나 정작 이름이 쿠로코의 입에서 나오려고 하자 미코토는 그렇게 해서 카미조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부끄러움에 전류를 방출하고 만다. 생각보다 큰 전격에 놀란 관객들은 자리에서 대피했고, 그것을 예상치 못한 쿠로코와 카미조만이 전격을 맞으며 대회는 승자를 내놓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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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미코토는 성하제의 마지막 날 폐를 끼쳤다는 의미로 사감에게 벌 청소를 받고 나서야 학교에서 풀려나 찌뿌둥한 몸을 풀며 하굣길을 가던 길이었다. 그리고 보충수업을 듣고 가는 길인지 교복 차림으로 미코토를 불러세우며 인사를 나눈 카미조에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하굣길을 나란히 걸어가게 되었다.
“결국 미사카가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였어?”
“윽.”
성하제의 마지막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끝내고 헤어지는 건가 싶었는데, 카미조가 생뚱맞게 물어온 질문에 미코토는 가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카미조는 여전히 그게 자신을 가리키는지 몰라 의문이 가득한 얼굴이었고, 아무래도 지금까지 그것에 관해 생각에 잠겼던 모양인지 골을 앓는 모양새에 미코토는 슬 웃음을 흘린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카미조가 자신을 생각해 왔다는 사실이 좋아서….
“당신, 잘 들어.”
“어, 말해주는 거야?”
카미조는 생각지도 못하게 답변을 쉽게 듣는 건가 싶어 조용히 미코토가 이어 답을 말하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미코토의 입에선 그 이상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 미코토는 분명 알리긴 했으나 둔감한 카미조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왜 말하지 않는 거냐는 시선을 내보내고 있었다.
“난 말했으니까!!!”
“엣, 미사카!?”
자신은 들은 게 없는데 자신은 말했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미코토에 카미조는 덩그러니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디서 말했다는 거야, 하고 여전히 알 수 없어 괜히 머리를 긁적이다 기숙사로 발걸음을 돌리는 카미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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