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음>

<수포음> 03

Coming Storm by 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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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어들이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신체적인 표식 따위 없다. 눈물도 땀도 없는 건조한 물고기들이 완전한 인간(우는 인간)이 되는 방법은 없다. 그러니 열심히 인간을 흉내내시길. 아무리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 앞이더라도 섣불리 아가미를 드러내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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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양쪽 귓바퀴 뒤, 은밀하게 갈라진 절개선. 물 안에 들어가면 그것들이 빠끔 벌어지며 선득한 느낌을 준다. 평소 물 밖에서는 다물린 채지만, 만약 억지로 젖혀 당신의 시뻘건 속살을 보여주고 싶다면, 코와 입을 막은 채 힘껏 숨을 내쉬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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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얼어붙은 겨울, 해변에 곱게 누워있던 그 아이가 내 귓바퀴 뒤를 열어주었다. 조심스럽게 자신의 칼을 가져와서는 나를 제 무릎에 모로 누였다. 한겨울이었음에도 곁시야로 들이치는 햇빛에 눈을 감았다. 얇은 눈꺼풀에 혈관이 비쳐 눈앞이 온통 붉은색이었다. “아프진 않을 거야. 피는 좀 나겠지만.” 그의 축축한 손이 내 마른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손바닥에 달라붙어 엉키는 털들은 더이상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귀 뒤편으로 무언가 찌르는 듯한 감각과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지더니, 곧 머리가 시원해졌다.

“숨통이 트인 거야. 이제야 첫 숨을 들이쉬는구나.”​

이상해. 평생 눈물 흘린 적 없건만, 어쩐지 울고 싶었다.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울어야 할 것만 같았다.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렸으나 비명은 아가미로 나왔다. 우우우... 처음 듣는, 낮은 관악기 같은 소리가 울렸다. 두 눈은 여전히 건조했다. 내 얼굴은 분명 흉하게 일그러졌을 것임에도 그는 나를 보며 다정하게 웃어 주었다. ​

“축하해. 기다려, 내가 조금 더 도와줄게….”

​아, 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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