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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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INLESS STEEL

제 1회 잿밥창작원고 교류전

AGAPEWRITING by 지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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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병원에 알 수 없는 병명의 환자들이 급증했다. 그들은 특정 부분의 기억을 통째로 잃었고 심한 이들은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지만, 생활하는 데에는 이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었다. 병원에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환자들의 기억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고, 실생활에 문제가 없으니 더 손쓸 방법이 없다, 치료를 진전시킬 수 없다 주장했다. 이들에게 내려진 것은 정기적인 내원 정도였으며, 그마저도 의무감에 하는 것이었으므로 의미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이상한 환자 집단엔 삼공사도 있었다. ‘그’는 이름 없이 활동하는 뒷세계에서 유명한 행동대장이었다. 첨단 기술의 발전을 모두가 동등하게 누릴 수 없는 것처럼 여전히 빛이 닿지 않는 곳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세상은 무지막지하게 발전했고, 그만큼 뒷골목 산업 또한 성행했다. 그 중심에 삼공사가 있었다. 삼공사는 문명과 비문명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그랬는데…

삼공사 역시 자신의 본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심한 환자에 속했다. 단지 이름이 뭐냐는 질문에 녹음된 테이프 마냥 삼공사라고 대답하기에 ‘그’를 삼공사라고 칭할 뿐이었다. 삼공사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상식적인 것들—언어 등—을 제외하면 백지와도 같은 상태였다. 신원도 불분명했고, 가지고 있는 소지품도 전무했다. 삼공사가 나타났다는 사실에 국제 연방수사국에선 삼공사를 소환했다. 삼공사는 아무 반항도 없이 연행되었다고 했다. 얌전히 앉아 취조를 받는다는 소식은 몇 년째 삼공사를 쫓고 있었던 수사관인 호라의 귀까지 들어갔다. 호라는 단걸음에 취조실로 향했다. 취조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니, 특유의 서슬 퍼런 눈빛이 아닌 공허한 눈빛으로 호라를 바라보는, 삼공사가 앉아있었다.

“너…”

“날, 알아?”

“지금 뭐, 연기하는 건가? 뭐 하자는 거야.”

“날, 알면…”

‘억울하다는’표정. 이질적인 모습에 잠시 멈칫했다. 호라가 알고 있는 ‘그’는 쉬이 감정을 내비치는 사람이 아니었으나, 지금 호라 앞에 얌전히 앉아있는 사람은 동일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감정이 마구잡이로 나오고 있었다. 그 옆에 붙어있는 거짓말 탐지기엔 어떠한 이상 신호도 보이지 않았다. 항상 ‘그’ 앞에선 긴장해야 했는데 저런 표정을 보고 있자니 맥이 탁 풀리는 기분이었다. 발로 잡혀 들어와 있는 걸 좋아해야 할지, 기억을 잃었다는 황당한 주장에 당황해야 할지 호라는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알려줘.”

“뭐?”

“내가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뭘 했는지… 알려달라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호라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론적으로 삼공사는 풀려났다. ‘증거불충분’으로. 그 특유한 방식 덕에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분하지만, 증거가 없다면 아무런 성립이 되지 않는다. 세상이 이렇게 발전했는데, 이젠 A.D.(Anno Domine)로 햇수를 세지 않는데 어떻게. 호라는 내리 생각하다 관뒀다, 이 긴 시간 동안 대치하면서도 쉬이 잡히지 않았던 이유를 가장 잘 아는 것도 호라였다.

대신, 삼공사를 이대로 그냥 사회에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비공식적으로 보호 감찰을 하기로 했다.

“내가?”

담당자는 호라였다.

호라는 왜 나 같은 인간을, 굳이 인력을 써야 하냐 따졌지만 통하지 않았다.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변수의 가능성이 너무나 넘쳐나는 상황에서 로봇으로 보호 감찰을 하는 건 알맞지 않다, 삼공사를 가장 잘 아는 건 지금 상황에선 몇 년간 그를 쫓은 너밖에 없다. 수사국은 호라의 주장을 가볍게 무시하곤 얼렁뚱땅 잘 부탁한다며 삼공사를 떠넘겼다. 그거로도 모자라-어쩌면 당연한 얘기겠지만-수사국에서 준비한 건물에서 지내라는 통보도 받았다. 아직 삼공사에 대한 생각 정리도 채 되지 않았는데 국제 연방수사국의 감시 아래 삼공사와 함께 지내야 하는 운명에 처한 호라는 머리가 지끈 아파져 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호라는 이내 수긍하곤 짐을 챙겼다. 물론 짐을 챙기면서 몇 번 소리를 지르긴 했지만.

 

◆ ◆ ◆

“안녕.”

안녕 좋아하시네. 호라는 손을 대충 휘적이곤 삼공사를 지나쳐 자신의 이름이 쓰인 방에 짐을 놓곤 그대로 침대에 몸을 엎었다. 막막한 기분에 앓는 소리가 절로 났다. 몸을 뒤집어 푸다닥 마른세수를 했다. 계속 방에만 있을 순 없단 생각에 벌떡 몸을 일으켰다.

! 그러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삼공사의 모습에 흠칫 놀랐다. 무심코 나올 뻔한 비명을 삼키며 몸을 바로 했다.

“호라라고 했지?”

“그런데?”

“너도 여기 오래 있기 싫잖아.”

그러니까, 효율적으로 움직이자고. 일순, 이전에 알고 있던 익숙한 삼공사의 얼굴이 스쳤다.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낯선 느낌을 풍기는 ‘그’.

“그 말에 동의해.”

호라는 말을 하며 거실로 발걸음을 향했다. 소파에 털썩 앉아, 잠시 크게 호흡한 후 삼공사를 바라보았다. 그래, 이런 건 시간 낭비야.

“잠시.”

호라는 삼공사의 팔을 잡아 올리곤 소매를 내렸다. 그의 손목에 흐릿하게 쓰여있는 STS 304.

스테인리스 스틸. 특히 그 중 304는 몇십 년 전, 경량화를 통해 단점이었던 비중을 크게 줄여 로봇 산업에도 활발하게 이용되었던 소재였다. ‘그’는 자신의 소재를 자신의 이름인 냥 하염없이 대답했다.

‘그’는 국가 소속 요원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알 수 없는 알고리즘 오류로 인해 국가를 버리고 뒷세계에 뛰어든 안드로이드였다.

 


최근 병원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정보를 유실한 안드로이드와 사이보그들이 증가했다. 그들은 본인들이 온전한 인간이라 여기며 기억 소멸을 주장했다. 그 수가 적지 않아 의사들은 그 개체들에게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렸을 때의 사회적 혼란을 고려하고, 개체들의 동향을 감시하고자 내원을 핑계 삼았다.

아래는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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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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