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천왕성 공주였어

"엄마는 천왕성 공주였어"

작은 창문으로 달빛이 내려오는 시간이 될 때쯤 엄마가 하는 말이었다.

남들 보다 조금 모자란 엄마.

그건 어린 나도 알 수 있었다.

다른 엄마들과는 달랐다.

남들과 다른 엄마 밑에서 자라는 나는, 내 나이가 열 손가락을 채우기 전부터 평범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몸을 파는 게 고작이었다.

그럼에도 엄마를 미워할 수 없을 만큼 나는 일찍이 철이 들었다.

"엄마가 살던 천왕성에서 이런 건 바다에 떠다녔단다."

엄마는 아저씨가 준 반지에 박힌 조그마한 다이아몬드를 보며 천왕성을 떠올리곤 했다.

어린 나조차 우리 형편엔 과분한 물건인 걸 알 수 있었지만, 엄마에겐 그저 추억을 회상하는 계기일 뿐이었다.

"그이를 만나면 천왕성으로 돌아간 것만 같아."

엄마는 내가 귀를 틀어막고 자는 척하고 있던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저씨를 만난 다음 날이면 자는 척을 하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런 얘기를 해댔다.

"너희 엄마는 우리 아빠한테 기생할 뿐이잖아?"

단짝이라고 생각했던 그 아이는 엄마와 아저씨의 관계를 알게 된 후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무시하는 것으로 끝났다면 나는 견딜 수 있었다.

다른 애들이 보는 앞에서 뺨을 때리면서도, 그 이유는 큰 소리로 설명하지 않았다.

억울했지만만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엄마에게서 아빠를 빼앗은 여자의 딸을 용서할 수 있을까?

나는 그저 묵묵히 욕을 하면 듣고, 때리면 맞을 뿐이었다.

아빠를 빼앗은 여자의 딸로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속죄였다.

"얼굴이 왜 이런 거야..."

한 날은 그 애가 던진 필통에서 내용물이 쏟아져 연필에 한 쪽 뺨이 긁혔었다.

하얀 피부에 붉은 선이 생긴 것을 보고 엄마는 속상해하며 울었다.

엄마의 눈에서 흐르는 물 때문에 나는 또다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바보 같고 멍청한 엄마,

그럼에도 내가 정말 미치도록 사랑하는 엄마.

"다음 주가 되면 천왕성으로 돌아가는 거야, 우리 함께."

엄마가 기쁜 결심을 했다는 듯이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나는 각오할 수 있었다.

아, 나는 이제 죽는 거구나.

더 이상 버틸 필요가 없는구나.

그 생각에 도달하니 미치도록 기뻤다.

"너희 아빠는 우리 엄마의 연인이 아니야, 너희 아빠는 우리 엄마의 종일뿐이야."

나의 각오는 그간 하지 못했던 말을 그 애에게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넌 착각하고 있는 거야.

우리 엄마는 너희 아빠를 사랑하는 게 아니야.

우리 엄마를 향한 너희 아빠의 마음도 사랑이 아니야.

그 애는 미친 소리 좀 그만하라며 울부짖었다.

"이제 가자."

어느 날 밤 엄마는 이제 때가 되었다며 나를 깊은 산으로 데려갔다.

캄캄한 밤이었지만 유난히 밝은 달빛 덕에 우거진 나무들 사이를 다치지 않고 지나갈 수 있었다.

나무숲 사이를 지나 도착한 곳에는 철로 된 커다란 냉장고 같은 상자와 아저씨가 있었다.

아, 아저씨가 우릴 죽여주는구나.

"부탁해, 오베론."

아저씨는 냉장고 같은 것의 문을 열어주었고 엄마는 내 손을 잡고 그 속으로 들어갔다.

그 속은 의외로 넓었고, 뒷면은 밖을 볼 수 있는 유리로 되어있었다.

"아빠! 안돼!!"

아저씨가 닫고 있는 문틈으로 그 애의 목소리가 들였다.

기어코 닫힌 문 때문에 그 애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엄마는 괜찮다며 천왕성으로 돌아가면 다 해결될 거라고 말해주었다.

콰앙-

조금의 정적이 지나고 상자는 굉음을 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떠올랐다.

유리창으로 내려다 본 밑은 아저씨가 누워있었다.

그 애는 누워있는 아저씨를 안고 울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점점 작아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나는 살아있다.

우린 죽는 게 아니었다.

엄마는 정말로 천왕성 공주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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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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