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구

붉은 행성을 등지고

극히 오염된 지구는 제 기능을 못한 채, 푸름을 잃었다.

멍청한 인류는 뒤늦은 반성을 했지만 붉은 공기를 정화할 수는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돈이 많던 사람들은 잘 살았다.

가난한 사람들이 내는 세금으로 그들의 배를 불렸고, 정화시설을 독점함으로써 더욱이 양극화되었다.

과학자들은 마침내 새로운 지구를 발견했다.

지구의 푸름과 바꾼 과학의 눈부신 발전은 로켓을 타고 당장이라도 새로운 지구에 도달할 수 있게 했다.

부자들은 과거의 푸르름을 그리워하며 자신들이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들에 감사할 줄 모른 채 거금을 들여 이주 준비를 했다.

인류의 20%를 차지하는 부자들과 고위 계층, 그리고 알음알음 연줄이 닿아 있는 중산층과 자신의 남은 생을 저당잡아 노예로라도 가고 싶은 하층민들 여럿이 로켓에 올랐다.

그렇게 인류의 70%는 붉게 변한 고향별을 등지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향해 떠났다.

그들이 떠난 12시간 후 과학자들은 발표했다.

사실 새로운 지구는 존재하지 않음을,

앞으로 12시간이 더 지나면 로켓은 자동으로 폭파됨을.

붉은 별에 남은 30%의 사람들은 인류의 70%가 빠진 자리를 빠르게 채워나갔다.

남은 모두가 손에 쥐고 있는 것 없이 살았기 때문에, 가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알기 때문에 남의 것을 탐내지 않았다.

70%의 인류가 빠진 지구는 서서히 회복하기 시작했다.

서로를 공격하지도, 집단을 나누어 착취하지도 않는 사람들은 남아있는 자원을 아끼며 잡초 하나라도 키워내려 애썼다.

머리와 능력은 있지만 돈과 연줄이 없었던 사람들은 남아있는 과학을 익혔고, 나머지 사람들에게 제 적성에 맞는 기술을 익히도록 했다.

그렇게 지구는 멈췄던 숨을 쉬었다.

붉은 공기를 걷어가고 푸르름을 회복한 지구는 그토록 원하던 새로운 지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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