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눈에 떨어지는 선홍빛의 핏방울은 탐욕스레 순백색을 먹어 치우고 피어난 꽃과도 같았다. 눈밭에 흩뿌려진 꽃들은 지독하게 화려해서 자꾸만 시선을 끌었다.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절 종종 그 선홍빛에 저까지 먹혀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히면서도 끝까지 시선을 떼지 못하던 유비는 점점 고개를 돌리는 것이 쉬워지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