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원소방서 화재진압대, 봉도진 대원. 출동 완료하고 영원히 복귀합니다." 10월 17일. 네가 타오르는 불 속에서 죽은 날. 그 뜨거운 열기 속에서 양초를 우득우득 씹어삼키던 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먼 발치에서 오열하는 사람들을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다 결국 고개를 돌렸다. 도진이 이 세상을 살다 간 시간도 짧았지만, 한 줌의 재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
당신은 한여름 붉은 벽돌 담장 위의 흐드러진 능소화를 닮았습니다. 달콤한 향에 이끌린 여느 개미들처럼 나 역시 당신의 곁을 맴돌고 또 맴돌았었습니다. 그대는 알까요, 수없이 망설이던 나의 손길을. 향하다가도 돌아서던 나의 발길을. 당신이 떠난 후에도 그 담장 위의 능소화는 따스한 햇살에 흐드러지게 피어올랐습니다. 명예, 영광, 그리움, 기다림. 능소화의
더 이상 돌아갈 품을 잊은 몸뚱이가 새카맣게 타버린 심장을 품은 채 하얀 승용차로 향했다. 차디 찬 공기가 바깥에서 안으로 이동할 필요도 없었다. 힘 없는 손길은 그 잠깐 동안에도 꽝꽝얼어붙은 차 내부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이렇게 차가운 계절인데도 뜨거운 화마는 속절없이 모든 걸 집어삼켰다. 폭발은 결국 일어났으며 들여다보기도 싫은 비통한 건물을 눈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