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동현은 당직근무를 서느라 혼자 행정반에 있었다. 창 밖에서 풀벌레 우는 소리가 들렸다. 감상적이군. 동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물컵을 홀짝였다. 그리고 이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때에 당직 부사관이라도 있었으면 괜한 눈치를 주면서 시간을 버릴 수라도 있겠는데…. 10분이 넘도록 오지 않는 것을 보면, 근무 인솔하러 나가서는 동기와 노닥대며
수근이 가만히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늘 똑같은 공관 침실의 천장. 벽지 구석에는 곰팡이가 슬어있었고, 조금 찢어져 있긴 했지만, 뭐 요즘 같은 서울에서 이 정도면 괜찮았다. 벽이 무너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물론 기관지에는 안 좋겠지만, 너나모두 배곯는 요즈음에 그런 걸 신경쓸 때가 있던가. 물론 언젠가 공관을 다시 지을 수 없냐고 물어본
동현의 떨리는 숨소리가 총성에 묻혔다. 지하의 온도가 매섭도록 찼다. 실내인데도 불구하고 숨결에 맞춰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이런 씨발... 그렇다고 진짜로 상관을 쏴? 이제 아주 막 나가겠다 이거군..." 피로 흥건한 제 손을 내려다보던 동현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수근이 쓰러진 채 숨을 몰아쉬며 비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자넨 뭘 또 그리 놀란 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