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첫눈 내렸다며?” “어. 사진 봤어? 세상이 하얀 게 예쁘긴 예쁘더라.” 변두리에서 시내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출근길에 오른 두 사람의 이야기 소리가 두런두런 들려왔다. 그곳은 여기서 얼마나 멀리 떨어진 지도 모르는 지구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청사진을 만들며 적었을 이름은 마모되어 사라진 지 오래인 이 콜로니와는 동떨어진 일. 사람들이 살아
※ 아직은 캐해가 얄팍한 시절 쓴 연성 “하여튼… 이 정도는 자기가 하면 될 텐데.” 방금 막 귀가한 사람에게 다짜고짜 부탁이라니 귀찮게도 군다. 욕조로부터 피어오른 수증기를 머금어 부드러워진 손가락 사이로 굴리는 유리잔은 챙겨가 놓고 가장 중요한 와인을 빠뜨렸단다. 앞뒤가 맞는 핑계를 대야지, 나 참. 어찌됐든 그의 부탁을 거절할 이유도 딱히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