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제야 서랍에서 오랫동안 보관되었던 짙은 검정색의 새틴으로 포장된 상자를 조심스레 연다. 새틴에 먼지가 쌓이긴 했지만 크게 긁힌 자국이나 흠집이 없는 걸 보아 제법 소중히 간직한 물건일 게 분명하다. 누군가에게 선물 받았을 만년필이 드디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정성스레 금박으로 새겨진 이름Edgar Allan Poe이 불빛을 받아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