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생각해보면 그는 지독히도 정면을 보여주지 않는 사람이었다. 앞머리에 얼굴이 가리는 것은 물론이고, 나란히 걷는 때에도 시선이 마주치면 저도 모르게 슬쩍 고개를 돌려버리곤 했던 것이다. 순순해서 좋다고 넘어가는 것도 초반의 잠시 정도. 어째서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지 불만을 가졌던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연정이라는 것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