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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영

시노비가미 "죽을 때까지의 이야기" 세션 후일담. 세션 네타 및 과거날조 있습니다.

다시금 생각해보면 그는 지독히도 정면을 보여주지 않는 사람이었다.

앞머리에 얼굴이 가리는 것은 물론이고, 나란히 걷는 때에도 시선이 마주치면 저도 모르게 슬쩍 고개를 돌려버리곤 했던 것이다. 순순해서 좋다고 넘어가는 것도 초반의 잠시 정도. 어째서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지 불만을 가졌던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연정이라는 것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당시의 나는 그런 것 따위는 모르고 그 기묘한 초조함을 기분나쁘게 오기가 든다고만 해석했지만.

언젠가 지나가는 말로 이유를 물었더니-마안의 저주라도 있나? 양 눈을 한번에 못 보는 건 별로인데-그는 한참을 우물대다 양 볼을 붉히며 “어쩐지 부끄러워서…” 라고 답했다. 가기서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는 별개의 것으로 하고, 왜 지금 그런 시답잖은 추억담을 떠올리고 있었는가 하면.

“너무 그렇게 정면에서 바라보면 눈둘 곳이 없어 곤란해진다만.”

지금 바로, 지근거리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이의 시선 때문이었다.

시로, 라고 그 이름을 밝힌 이 덩치만 큰 어린애는 내가 조금만 고개를 잘못 들면 이마라도 들이받고 말 정도의 지근거리에서 빤히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은 깜박이고 있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직사광선으로 내리던 시선은, 아주 조금 뒤로 물러나긴 했지만 여전히 지근거리에서 나를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치히로가 안 일어나니까.”

“요구하고 싶은 게 있다면 깨워도 돼. 아니면 근처의 로봇 중 뭐라도 잡고 이야기하면 음성인식으로 대부분의 부탁은 들어줄 테고.”

“아니, 그냥 보고 싶어서.”

보호자에 대한 호기심일까. 얼마 전에 꽤 이상한 선언을 하긴 했으나 어쨌든 그 본질은 세상이 신기한 사회화 초기의 실험체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라, 나는 그것을 밀어내지도 제지하지도 않은 채 안경 너머로 마주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저 무심한 시선이 서로 오갔을 뿐임에도, 그것은 어찌 되었건 관찰이라.

‘…… 아.’

머리 한구석에 묘하게 남은 얼룩같은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다, 생각지도 못한 것과 마주쳤다.

검은색과 흰색. 똑바로 바라보는 시선과 저도 모르게 피해버리고 마는 시선.

그리고 그럼에도.

이제는 없는 그와 지독히도 닮은 얼굴이라고.

나는 천천히 시선을 밑으로 내리깔았다. 가운 자락 아래, 이제는 없는 한쪽 팔의 빈 부분이 시선 끄트머리에 들어왔다.

“치히로?”

쏟아지는 시선에 의문이 담긴다. 어째서 시선을 피하는지, 말은 날아오지 않았지만 시선이 그리 묻고 있었다. 제 시선이 얼마나 질량을 가지는지 알지 못하는 이의 천진한 의문이다. 나는 쓰게 웃으며 이제는 얼룩처럼 희미하게 남은 흉터 자국에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 그래서 너는 그때 시선을 돌렸구나.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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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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