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글백업

국제 송달 우편이 1개 도착하였습니다

파트너 캐릭터 생일축하글로 썼던 것을 백업합니다.

―전략. 테오도로 데 루카, 「진실된 거짓의 전령자」님께.

생일 축하드립니다. 늘 따스한 지도 감사드립니다.

당신에게 남은 1년이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이 되기를…

거기까지 쓰고, 하이도 노리유키는 간만에 들었던 붓펜을 내려놓았다. 쓰면 쓸수록 현실과 멀어지는 감각이 기묘하기 그지없었다. 이번 생의 그는 이 날을 서류상의 생일로 치지도 않았고, 따스한 지도 같은 것은 받아본 적도 없었다. 아니, 애초에 지도랄 것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건강과 행복은 뭐, 어디에나 들어가는 관용구라 쳐도 말이지.

…허무하다. 이런 속알맹이는 하나도 담기지 않은 템플릿 같은 카드를 보내느니, 붓으로 Happy Birthday 한 마디만 써서 보내는 쪽이 훨씬 나으리라.

"애초에 이거, 보내도 되는 거긴 한가?"

하이도는 종이에 얹힌 먹이 마르기를 기다리곤 그대로 구겨서 쓰레기통에 넣었다. 쓰레기통 위, 커다란 달력 중 한 날짜에 색연필로 삐뚤빼뚤한 표시가 되어 있었다.

Theo's Birthday. 정확히 내일 날짜였다.

그러니까, 그것은 약 11개월 전에 있던 쌍둥이 아이들의 생일잔치 즈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잘생기고 재주 많은 아버지의 직장 선배에 좋아서 껌뻑 죽는 두 꼬맹이는, 자기들의 생일 파티를 잊지 않고 와서 선물을 건네주는 그에게 '테오의 생일은 언제야?!'라고 물었다. 그는 여상하게 '9월 28일이네요. 얼마 전에 지났네.' 라고 말했다. 그게 비극의 시작이었다.

아이들은 제 생일잔치에 와준 친구의 생일 잔치-그것도 바로 얼마 전에!-에 자신들은 가지 못했다는 사실에 하늘이 무너진 듯 빽 울어대기 시작했으며, 반델가르데 가가-정확히는 프랑켄슈타인의 분파가-집성촌을 이루지 않는다는 사실을 하이도는 새삼 하늘에 감사했다. 다른 애들까지 이끌려 울기라도 했으면 상상도 못할 참사가 일어날 뻔했다. 빽빽 우는 아이들에 놀라 달려온 아버지에게 테오도로는 상황 설명을 염화로 하며 미안하게 되었다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 상황에서 그래서 지금, 생일이 지났다고 말씀하셨지요? 라고 물을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

"파파!!"

아니나다를까, 작은 재앙 1/2가 오늘도 또 폭풍을 몰고 온 모양이었다.

"...이리스, 꽤 멋진 드레스를 입었는데, 오늘 뭔가 파티라도 있었나요?"

"지금부터 로마에 갈 거야!! 테오 생일 축하하러!"

왜 말 안 하나 했다. 그 등 뒤에는 덩달아 꾸미고서 저도 로마에 가겠다고 주먹을 쥐는 아들 즉 재앙 1/2와.

"-나는 분명히 말렸어."

해탈한 듯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대는 아내가 있었다.

암요. 왜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겨X왕국 드레스 풀 착장은 역시 이 시기에는 좀 아니지 않았을까요. 아무리 파란색을 좋아한다지만 말이에요.

아니, 그 이전에…

"...이리스, 노아."

"응, 파파."

"테오도로는 생일 잔치같은 건 안 할 겁니다."

청천에 벽력. 그 말이 딱 어울리는 표정으로 두 아이들은 서로를 바라보고선.

"어째서?!"

라고 비명처럼 외마디소리를 질렀다.

그야, 서류상의 생일과 그의 실제 생일이 같지 않을 거라거나, 300년은 넘게 살았을 이에게 우자였을 때의 생일은 그리 중요하지 않달까 어쩌면 성가신 일이었을 수도 있다거나, 그런 이야기를 하려다가 마지막 순간에 자제했다. 다섯 살도 안 된 아이들에게 그런, 불사자 특유의 무언가는 이해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이기에.

"...바쁜가 봐요."

"...남자들이란!!" "...어른들이란!!"

…그러게 말이에요. 남자 어른들이 잘못했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함께 지내는 시간이 리얼로 줄어들고 있는 파파로서는, 귀가 따가울 법한 이야기였다…


[…라는 일이 있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생일에 맞춰 로마에 가 당신에게 서프라이즈로 생일선물을 투하한다, 는 건 어떻게든 막았습니다만, 날짜에 맞추어 좋은 걸 보내주어야 한다고 성화여서요. 그 꼬맹이들은 당신 곁에 가면 좀 디즈니 영화 같은 마법들이 막 흘러나올 거라고 믿는 모양입니다. 제 아버지도 마법사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 저한테는 부탁하지 않고요. 분위기의 차이일까요. 아니면 보여주는 것의 차이일까요. 수플레 오믈렛에 근사하게 플람베를 넣는 것이 마법과 다르다는 걸 알 나이는 되었는데도 말입니다.

사실, 정식으로 듣지 않은 생일에 대해 축하의 선물을 보내도 괜찮을지는 여전히 걱정이 됩니다만, 그래도 역시 보내는 쪽이 나을 것 같아, 제 선물도 동봉합니다.

그럼, 즐거운 하루 보내셨기를 바라며.

Happy Birthday.

「재는 유구의 때를 그리고」, 하이도 노리유키로부터.]


동봉 물품 목록

토끼풀 화관(수제) 1개

손으로 그린 카드(말린 네잎클로버 동봉) 2장

가족 전체로부터의 롤링 페이퍼식 메시지 1장

일식 주방용구(식칼) 1세트

네덜란드산 담배 1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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