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우주사리
다시금 생각해보면 그는 지독히도 정면을 보여주지 않는 사람이었다. 앞머리에 얼굴이 가리는 것은 물론이고, 나란히 걷는 때에도 시선이 마주치면 저도 모르게 슬쩍 고개를 돌려버리곤 했던 것이다. 순순해서 좋다고 넘어가는 것도 초반의 잠시 정도. 어째서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지 불만을 가졌던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연정이라는 것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전략. 테오도로 데 루카, 「진실된 거짓의 전령자」님께. 생일 축하드립니다. 늘 따스한 지도 감사드립니다. 당신에게 남은 1년이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이 되기를… 거기까지 쓰고, 하이도 노리유키는 간만에 들었던 붓펜을 내려놓았다. 쓰면 쓸수록 현실과 멀어지는 감각이 기묘하기 그지없었다. 이번 생의 그는 이 날을 서류상의 생일로 치지도 않았고, 따스한 지도
누군가가 인생은 무대이며 모든 인간은 배우라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그보다 더한 개소리는 없었다.무대라면 적어도 다 끝난 다음에 막은 내려줘야 할 게 아닌가. 이야기는 진작에 끝났는데 막은 내려가지 않고, 나를 둔 채 빙글빙글 새로운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프로메테우스의 창염, 대법전에 끌려 되돌아오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자신이 정하시오.당신에게는
은세공 장인 토머스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술을 마시면 그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야기는 언제나 거대한 저택이 무너지고 나서 일주일 뒤의, 비내리는 날의 한밤중에서 시작된다.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새카만 옷을 입은 여자였지. 5피트 반쯤 되는 키였던가. 정말이지 유령처럼 발소리가 없었다고. 봐, 저쪽 문 앞에서 여기 내 모루 앞까지, 장정이 걸어도 서
친애하는 쿠-쨩 삼촌에게 어느 쪽으로 적을지 조금 고민했지만, 역시 정식으로 남는 문서에는 조금 격식있게 쓰는 편이 낫다는 조언을 얻어, 그대로 실천해 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메일로 보내도 될 텐데 왜 이렇게 적고 있냐고 하면, 집에 돌아오는 길에 완전 귀여운 연하장 카드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 현대국어에서 격식있는 "비즈니스" 말투의 중요
흔한 옛날이야기를 하나 하자. 어떤 풋내기 마법사들이 있었다. 마법사가 된 경위는 아무래도 좋지만, 어쨌든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곳에 마법사로서 존재했다. 우리들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생각까지는 안 했지만, 적어도 배움의 끝에 갖게 된 힘이 조금 더 스스로와, 나아가 세상을 위해 유용하리라고 생각했다. 봄 꽃처럼, 혹은 씨앗의 깍지처럼 시간이 지나면
22.09.29. 이전 계정의 후세터에 썼던 글 백업합니다. 요정이 벼린 어떤 검과, 그가 아끼는 앵커와, 불행한 운명만 예언하는 마녀의 이야기 Once upon a time 그는 탑을 올려다보았다. 오늘 들어 몇 번째인지 자각하지도 못한 채였다. 속주로의 전이가 막혀 있다. 기실, 마력을 그대로 돌린다면 맨몸으로 결계를 돌파하는 것 정도는 못할 것도 없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