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글백업

Once upon a time

"걔 학원 앵커한테 운명 변전 떨어졌다며?"

22.09.29.

이전 계정의 후세터에 썼던 글 백업합니다.

요정이 벼린 어떤 검과, 그가 아끼는 앵커와, 불행한 운명만 예언하는 마녀의 이야기


Once upon a time

그는 탑을 올려다보았다. 오늘 들어 몇 번째인지 자각하지도 못한 채였다.

속주로의 전이가 막혀 있다. 기실, 마력을 그대로 돌린다면 맨몸으로 결계를 돌파하는 것 정도는 못할 것도 없었지만, 거기에 손을 대는 순간 아마도 연결된 마법구로 경보가 울릴 테고, 대법전과 한 계약은 그 순간 반쯤 없던 것이 될 것이며―무엇보다, 안에 있는 아이가 곤란해진다. 앞의 모든 것은 사실 아무래도 좋았지만 마지막 하나가 걸렸다.

"…그냥 실천자가 된 기념으로 선물을 주고 싶을 뿐인데."

이제는 '착하지만 조금 모자란 친구'라는 말로는 정의할 수 없게 된 그 아이는, 어쨌든 선물이라는 것을 꽤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기억하고 싶은 날이 왔음을 알 수 있으니까, 랬던가.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그는 중요한 날에 선물을 받는 것을 기쁜 일로 생각한다. 그것만은 정확히 학습하고 있었다.

두 자리 수에 들어간 지도 한참 동안, 거의 우자의 수명 대부분을 소비했던 수련 그 마지막에, 「선정의 묘표」의 학원 앵커는 터무니없는 마법 재액에 휘말려들어 한번 사망했고, 그 충격으로 인해 유령이 되었다 3계제가 되었고….
대체 어쩌다 그게 그렇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계에서의 자기 삶을 한 번, 완전히 지우고 왔다고 했다.

사정은 들었고, 그대로 그 아이의 스승이라는 마법사와 합류해 그 원흉으로 지목된 서적경이란 놈을 그 아이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만들어주―려고 했지만, 저지당했고.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덮은 게 아니라 한 번 완벽하게 지우고 만 것을 돌릴 방법은 없다고 했다.

"…나는 너를 기억하지만. 네 스승도 너를 기억하겠지만."

검으로서의 이름 외에 마법계에서 불릴 이름에 '묘표'를 붙인 이는 제 손 안에 든 선물 상자를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니 정말 네 삶이 없어지지는 않을 테지만―"

아마 그러니 괜찮아, 라고 말하는 건 여기서 틀린 말일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과 함께해왔던 사람들은 내가 기억할 테니, 옆에 있을 테니 괜찮다는 말에 한 번도 정말로 '괜찮아진' 적이 없었다. 그러니, 이 외의 대답을 찾을 때까지는 만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일이겠지만, 어째서일까. 역시 내 것에 손댄 자를 똑같이 찢어주지 못해서 분이 풀리지 않은 탓일까. ―가슴이 답답했다.

가호하는 것에 손대는 자에게는 가장 처참한 응보를, 그리고 가호하는 것에게는 행복과 번성을. 꽤 심플한 원칙인데, 이게 이상하게 잘 안지켜진단 말이지. 어째서일까.

호수 깊은 곳으로 가라앉듯, 점액질의 사고에 계속해서 가라앉아가기만 하던 그 의식을 건져올린 것은 선득할 정도로 차가운 말이었다.

"그건 무력 시위인가? 「칼리번」."
"…「마녀」."
"여전히 남의 마법명을 줄여 부르기 좋아하는군, 그것도 딱 싫어하는 부분을."
"하지만 그건 네 본질이잖아."

「선정의 묘표」는 어두운 숲 저 편에서 다가온 시커먼 옷차림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얼마 전에 이경에서 스카우트되어 이쪽으로 왔댔던가. 아마도―예언자. 그런 주제에 왜 크레도의 탑으로 안 가고 아카데미로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만날 때마다 죽은 듯 안 죽은 듯 알 수 없는 눈으로 이쪽을 봐 와서 어쩐지 기분이 나쁜 놈이었다.

"시그리드가 계속해서 이 탑 쪽을 주시하고 있다. 그 앞에서 얼쩡대면 언제 네 앵커를 데리고 탈주하려 들지 알 수 없다는 거겠지."
"탈주라니."

요정향의 검은 그 같잖은 걱정에 저도 모르게 하, 하는 소리를 내 버리고 말았다. 얼마 전에 협박을 위해 배운, 비웃음의 제스처였다. …기실 조금 전까지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아주 근거 없는 걱정은 아니긴 했다. 하여간 바지런하기도 하지. 그 파수꾼 씨는. 그 바지런함과 날카로움을 높이 사, 요정향의 검은 아주 조금쯤 긴장 상태를 완화해주기로 했다. 그는 그대로 두어 걸음, 탑의 입구 앞에서 물러섰다.

"안 해, 탈주. 그런 짓을 해도 그 애는 별로 기뻐하지 않을 것 같고."

그리고 그는 제 말에 무언가 깨달은 듯 눈을 깜박였다.

"…그렇구나. 아까부터 속이 답답한 이유, 알 것 같네."
"속이 답답했었나? 하도 표정이 없으니 알 수가 있어야지."
"…당신이 할 말이야?"

요정향의 검은 제 조금 뒤에 선 시커먼 남자가 딱 시선에 닿지 않을 법한 위치의 허공에 누웠다. 마치 거기에 제 침대가 와 있을 것이라고 믿는 듯한 오만함이었고―기실, 그 뜻대로 되었다. 날 때부터 왕의 검이며, 받들어 모셔지는 성물의 위치에 선 것의 특권으로, 그 등 뒤에는 제 저택에서 쓰던 것과 똑같은 요정의 침상이 받쳐져 있었다.

허공을 보면서 누우니, 안개가 없어 깨끗하게 마지막까지 보이는 숲의 밤하늘과, 가호하고 싶은 아이가 갇혀 있는 탑의 꼭대기가 시야의 끝에 닿았다. 필요한 건 지금 탑의 껍데기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아이의 안위인데도, 통찰은 하되 미래를 보는 성능만은 없는 제 눈으로는 아무래도 저 안까지는 닿지가 않았다.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눈을 감아 닫아놓고, 「선정의 묘표」는 중얼거렸다.

"이봐, 「마녀」."
"사람 이름을 제대로 부를 생각은 없는 거냐, 이 오만불손한 아티팩트야. …그래서 뭐냐."
"웃는 얼굴을 보고 싶은데 내가 해주는 걸론 웃어주지 않을 것 같다면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
"……."

머리 위에서 숨을 삼키는 소리가 났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제 말이 그의 속에 있는 부드러운 어떤 부분을 깊이 찔러버린 것 같았다. 어차피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찔러버릴 생각도 없었는데. 사과하는 편이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뜬 순간이었다.

달빛을 등지고 있는데도, 새파란 눈이 이쪽을 똑바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미래라도 보고 있는 듯, 그 몸에서 그것만이 살아있는 듯 저를 똑바로 들여다보는 눈에 요정향의 검은 불쾌함에 눈살을 찌푸렸다. 확 저 눈을 파내 버릴까.

"…뭔데."

그 말과 동시에 「마녀」의 표정 없는 얼굴에 빙긋, 미소가 떠올랐고, 그와 동시에 새파란 눈에서 빛이 가셨다.

―미래시다. 미래는 보지 못하지만 통찰만은 허락받았기에, 요정이 만든 검은 그렇게 직감했다.

"충고하지, 그만둬라."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네가 뭘 해서 상대가 웃어줄 거라는 기대 같은 걸 품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제정신으로 못 살 테니 그만두란 소리다."

「마녀」라는 마법명을 달고 있는 주제에 훌쩍 마르게 키만 큰 남자는 그대로 탑의 꼭대기를 바라보았다.

"…나한테 저주라도 걸려고? 안 통할 텐데."
"저주? 저주라고? 다른 것도 아닌 칼리번, 네게?"

그는 그 말에 이상한 소리라도 들었다는 듯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참고로, 하나도 기분 좋아보이지 않았다.

"요정이 만든 것에 싸움 걸 만큼 제대로 된 내력을 지니진 않았어. 지금까지 백전 백패였군. 나는 사랑의 일반론을 말한 것 뿐이다."
"미쳤어?"
"슬플 정도로 제정신이야. 아아, 하지만―지금 이 말은 일종의 저주가 맞으려나. 단어의 명명과 정의는 마법이라고 하잖나."

이제는 침상에 누워 가만히 있지도 못하고 몸을 일으킨 요정향의 검을, 「마녀」는 잔잔하게 웃음 띤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담긴 것이 일종의 동정과 같은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음에도, 요정향의 검이 바로 그 목을 찔러 죽이지 않은 것은….

"너도 차였어?"
"…역시 요정이 만든 것들은 하나같이 재수없어."

거기에, 인간의 감정을 읽는 데 둔한 요정향의 검조차 바로 알아챌 수 있을 정도의 고통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말은 전했다. 학원장이 와서 직접 물어 끄집어가기 전에 적당히 그 아슬아슬한 짓을 그만두도록."
"아슬아슬한 짓이라니, 나는 그냥―"

웃는 얼굴이 보고 싶었을 뿐인데.

"…나는, 그냥."

약간의 짜증이 섞인 몸짓으로 요정향의 검은 머리를 헤집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풀숲 너머로 사라졌다. 선물 상자는 여전히 손에 든 채였다.

「선정의 묘표」가 이제는 「진실된 거짓의 전령자」가 된 이와의 면회를 다시금 허가받은 것은,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뒤의 이야기.

그리고, 그가 요정향으로 돌아가는 대신 대법전에 남아 서경 코스를 밟기 시작한 것은 또 그로부터 며칠 뒤의 일이었다―


이걸 쓸 때까지는 테오도로 데 루카가 얘랑 사귈 거라고는 정말 1도 생각을 못하고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지금 다시 보니까 엄청 웃기네요 공식 짝사랑 설정을 던지면서 이게 고록이 아니었댄다…근데 아니었습니다 진짜로…

여튼 자캐 과거+자캐 과거+관계캐 과거가 나오는 진짜 이건 누구한테 이득이냐 싶은 로그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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