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도 글 재업(그에 따른 완결 시점 설정과의 차이 有) 언젠가 죽게 될 거라면 그 방법 정도는 고르고 싶다. 천천히, 그래서 두렵지 않게. 말끔하게, 그래서 추하지 않게. 신재현은 제가 생각하는 대상이 마치 하나의 유기체라도 되는 것처럼 그리 생각했다. 어쩌면 그런 바람에는 몇 번인가 실패와 추락이 뒤섞인 경험이 그림자처럼 들러붙은 탓이기도 했
06. 순간 사고회로가 현실감각에 제대로 따라붙지 않는 느낌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얼굴은 청려임이 틀림 없었다. 그러나 달랐다. 말간 얼굴로 언제나 은은하게 웃는 청려는 그 낯에 거슬릴만한 부분이라곤 존재하지 않았지만 동시에 그렇기에 안드로이드라는 실감이 들곤 했다. 반면 눈앞의 얼굴은 불쾌감을 담아 미간을 찌푸린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이건…. 류건우의
01. 재해가 휩쓸고 지나간 풍경은 늘 비슷했다. 풀벌레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살풍경한 적막은 영화 속에나 나오는 멸망한 행성들을 떠올리게 한다. 있는 것이라곤 무너진 것, 부서진 것, 부식된 것 뿐인 곳에서 아직 덜 망가진 남자가 폐허를 불성실하게 뒤적이고 있었다. 무너진 잔해 틈을 뒤지는 이들은 절반으로 나뉘었는데, 낮에 잔해를 뒤지는 이들은 대개 절
멤버들과 숙소에서 발렌타인 특집의 라이브챗을 끝내고 난 다음이었다. 각양각색의 하트마크가 어지러울정도로 날아다니던 화면이 아직까지도 익어있는 눈에 문득, 휴대폰 맨 윗줄의 부재중 메신저 마크가 깜빡이고 있었다. - 라이브 수고했다. 상태 표시줄을 내리고 그 메시지의 주인을 확인하며 놀란건, 그가 완전 예외의 인물이라서기보다는, 전혀 기대하고 있던 인물이
이세진은 문대가 돌봐주는 대상이 되고 싶지 않았다. 대등하게 옆에 서서 등을 맡길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자신을 신뢰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이 너에게 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네가 없어도 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그 믿음. 그 바람은 이루어져서, 문대는 이세진을 동등한 친구로써 대했다.
무덤이 어떤 곳인가. 부조리에 직면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도, 생전 분에 겨운 행복을 누리다 미련 없이 떠난 자도 백골로 변태하는 공평한 곳. 세상에 태어나 여행을 마치고 다시 잠에 들기 위한 요람. 이런 의미에서 셰이퍼 음악학교는 천재의 요람인 곳이다. 전국 제일, 혹은 세계 제일 가는 음악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안은 채 정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