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장막과 흰 무대장치 아래에서
―J論.
생각나는 대로 마구잡이로 지껄인 글이니 부디 가볍게 봐주시길...
회녹빛 여름, 무수한 시간은 다만 유한한 시간에 한정되이고 ―깨어진 조각마냥― 그것의 무한성은 어디에서 온답니까. 이상理想의 여름은 머리 위에 있습니까, 혹은 땅 아래에 있습니까. 나의 여름과 그들의 여름은 같답니까, 여름의 색은 뉘가 정했답니까. 지하의 여신입니까, 하늘에서 쏟아지는 뙤약볕의 주인입니까. 풍요의 감사는 여름에 오질 아니하고 다만 긴긴 비와 바람이 전보를 부칩니다, 여름은 가을에 의하여 쫓겨나고 희기보다야 서먹하고 검은 겨울만이 새빨간 낯으로 도망을 치더랍니다, 무엇을 피하여? 모든 낭만을 피하여, 그러나 그를 낭만으로 부를 무수한 붉은 낯을 피하야.
밤이 낮에 의하여 정의됩니까, 낮이 밤에 의하여 정의됩니까? 생명이 있어야만 죽음이 정의되듯 밤만이 가득한 우주에서 오로지 항성만이 영원한 낮을 소유합니다. 허면 무한한 다정은 무정에 의하야 영원성을 잃지 아니합니까, 단 하나의 생은 무수하나 유한한 생에 의하여 잊혀지지 아니한다 하여도 우리는 유한하나 잊혀진 생에 의하야 알 수 없는 질량의 피를 머금고 있지 아니합니까. 그러나 무수한 외벽은, 길고 긴 명단은 이러한 질문을 허용치 아니합니다.
다정한 밤이여, 내 숨을 가져가다오.
아득한 밤하늘 아래 점멸하는 도시가 ― 무수한 산과 들과 계곡, 그러나 그들을 등지고 선 도시가 있나니.
큰 방, 작은 방, 수 십 명이 빙글빙글 춤을 추는 거대한 연회장, 몸을 작게 구겨넣어 잠을 청하는 방, 그 틈의 각진 정사각형, 직사각형, 개별로 칸칸이 들이차는 육면의 방. 고개를 치어들면 타원으로 된 구름과 원으로 된 항성과 위성― 언제나 존재하여도 보지 아니하는 빛과 그림자. 광활한 대지를 밟고 별의 바다를 삼키며 바다로 돌아가기를 고대하며.
이성적인 칼날이 자연의 배를 해부합니다.
시신의 영혼은 어디로 갔습니까?
세계는 어디에 있습니까.
비틀비틀 무대 뒤를 배회하는 그림자, 은색의 거울 뒤에서 깨어져나가는 한 쌍의 영혼. 그들을 위한 노래를 불러주오, 조명과 음악, 소품과 대사만이 남은 무대는 거들떠도 보지 않은 채, 그러나 색 없는 조명이 회갈빛 산을 어루만집니다, 겨울이 허리를 숙여 바람을 이끄니, 검게 문드러진 폐에 찬 숨의 주인을 찾습니다. 사례금을 드리지요.
깨어졌드냐, 그 꿈에서 깨어날 수 있었드냐.
바다를 헤엄하는 기나긴 행렬― 꼬리는 희고 눈은 검으니 금일의 비는 검겠소, 구름은 별의 시선을 가리고 모든 날개를 무겁게 만들 테요, 하늘을 딛고 선 것들에게 매달려 목숨을 연명할 테요. 날개달린 모든 것들이 땅에서 기고 땅 위를 날으니 저 하늘 위의 비틀대는 그림자를 누구도 볼 수 없더래요. 대지 위 모든 그림자는 사라지고 인공 태양만이 검은 아스팔트를 비추니, 그것이 닿는 모든 곳은 관객 없는 무대이요, 누구도 기억치 아니하는 희극이 반복된다.
삼백육십오개의 번호는 유일하나 그것에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열 일곱과 백스물다섯에는 차이가 없고 이백하나도 둘이 될 수 있는 것이 그들이 쳐놓은 작난입니다. 나는 그 작난에 회유되어 둘은 알지 못하는 천치가 된 지 오랩니다. ― 그러니 오늘은 보통이요 내일또한 기대할 것 없이 같으니 오로지 알 수 있는 것은 삼백육십여섯이겠지요.
그대 내어뱉은 숨은 어느 색으로 칠하였습니까?
어디에 서 있습니까.
질문에는 색이 없어 그저 한가로이 흘러가다 부서집니다.
저 짙은 안개가 무엇을 보여줄까요, 거울 안의 그림자가 무대 위로 오릅니다.
안녕히, 모두 안녕히.
🎵https://youtu.be/3rcBjwGjl9k?si=-p4r5A10C0ip5ApQ
참고한 글들
https://poemmakesfailedperson.postype.com/post/1571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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