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難破

난파

주요 레퍼런스 : 김우진 - 『난파』, 『죽엄의 일홈』 외


어디에서 왔습니까?

당신 어머니 속에서, 또는 당신 속에서. 혈맥 아래에 나의 보금자리가 있고 심장 소리가 나를 흔들어 깨우니 나는 영원한 꿈 속에서 살고 잇소. 그것이 싫다면 어떤 늙은 이양인 머리 속에서 나왔다고 해 둘까. 혹은 과거를 숭상하고 그것에서 로-망스를 찾는 자들의 망상 속에서 왔다고도 말할 수 잇소. 하나 내가 어디서 왔는지가 상관이 잇겟소.

무엇을 위해 왔습니까?

더럽혀진 강물에서 헤엄치지 위하여, 맑은 바다 위를 표류하기 위하여, 웅덩이에 고여 썩은 술에 취하기 위하여.

나는 나의 육신을 살핀다, 스스로를 살피는 나의 육신 - 눈, 손가락, 손바닥, 거칠은 피부와 코와 귀. 먹을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씹어 삼키는 비루한 육신. 양분을 먹고 자라 정신은 타인을 보고 자라왔겠다. 육신에 잘게 저며진 정신이 스며 있으니, 자의란 단지 개념이 나누어둔 부자의의 대칭에 불과하다. 정신이라는 것이 자연을 분해하고 해부해 왔음에, 우리는 감히 우리를 나라 칭하여 무의식만이 의식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것을 알지 못하여 얼마나 긴 시간을 헤매었는가. 얼마나 긴 시간동안 사람들은 자기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무지 속에서 죽어갔던가. 얼마나 소수의 사람이 그것을 묵인하고, 가치를 저울질하며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는가. 아해들은 언제까지고 아해일 수 없는데 우리는 언제까지고 나일 수 있는가.

잊지 못할 네 이름, 내 가슴 속 깊이 드리운. 나는 죽어갈 적에도 네 이름을 부르리라, 나는 어떠한 희열의 끝에서도 네 이름 부르리라, 아롱아롱 흔들리는 촛불과도 같이 나는 단 한 순간도 강에게 환영받지 못하리, 내 어머니에게 돌아가지 못하리, 그러나 끝내 그곳에 다다를 적에 나는 네 이름을 부르리, 잊지 못할 네 이름 부르리.

육신은 누군가의 자손으로서 이 대지에 서 있으니, 하여 우리는 모두 기억하지 못하는 고대의 자손, 기억하지 못하는 大海를 고향으로 가진 자손이오. 나는 어머니께 묻소, 존재치 않는 나의 신에게 답을 구하오, 나의 육신 이루는 모든 것을 엇찌 만드시었나요, 나의 정신은 엇찌 이리도 불완전하게 만드시었나요. 불평은 관두고 하늘을 보련, 더러운 것을 비추나 어엿븐 것도 비추는 하늘을 보련, 불평만 말고 내 뺨에 입맞추어 다오.

아, 주저呪咀받을 나의 신이여. 진실로 저주받을 이 입맞춤, 나는 일견 처음으로 대지와 숨을 맞댄 순간을 기억하오, 일생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뵌 순간을 기억하오. 껑충대는 강생이 마냥 강물에다 놀 때 강변가로 어머니의 상여차가 지나가는 것을 구경하였을 때를, 강변에 앉은 내 앞을 따라 나의 모든 운명의 첫 길이 열렸을 때를. 나도 나의 신도 용서를 바라지 않으니 결단코 성사聖事가 될 수 없는 고해告解가 강을 따라 이어지오.

무신론자의 별명은 못 믿는 자로다.

정신이 육신을 지배할 수 있을런지 혹은 육신이 정신을 지배할런지 그 끝없는 투쟁 속에서 끝내 죽음의 끝으로 몰고가는 속절없는 중력이라는 것에 한탄하고 저주하고 심지어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송가를 외친 적도 있엇소. 아니! 나는 나의 신을 내버리고 나의 대지를 부정하며 다정을 흠모하며 산 일도 있엇소. — 그는 자신을 生이라 소개하더이다. — 헛된 것, 헛된 꿈, 헛된 고향, 헛된 신, 그 무엇도 진정 내가 아니요 다만 극한의 이기주의를 다정으로 속삭이던 그의 이름을 나는 잊을 수 없소. 영광의 주류라고, 나는 그네 이름만을 부른다만 이 가슴 속을 그네가 알어 줄 수 있을까. 하나 엇찌하여 피어나지도 못한 꽃을 꺾는 것이오? 이파리도 나지 않은 꽃이 스러지니 봄에 오리라는 말은 내게 환멸 뿐이요, 이지理智로의 환멸 뿐이오. 육신이 쪼개어지니 정신은 존재치 못하오, 대지가 쪼개어지니 강이 존재치 못하오, 이파리가 꺾이니 꽃이 나지 못하오, 나는 강변을 따라 달리기 시작하오, 어둔 밤에도 점점이 노랗고 붉은 빛이 피어올라 사람들이 더는 죽음이라 이해치 못하는 저 고요한 강을 따라.

저것이 무엇이오?

암초요.

그 옆에는?

난파難破한 조각나무.

사람과 재물과, 사랑과 희망과, 정인과 구수仇讐와…

불이 더는 들어오지 않는 등대가 서 있다. 이지와 원리와 이성과 사랑이 지도한 삶이 사실에 의하여 이끌린다. 거친 살같으로 느껴지는 끝없는 바람, 수평선 너머로부터 시작을 알 수 없는 파도 우에서 — 태양을 등지고 별빛에 어두운 눈과, 잉크 한 방울에 개의치 않는 바다, 그 바다를 헤칠 수 없는 야윈 팔, 저 물새에게는 닿을 수 없는 목소리, 노랫소리. 바다는 고향이더냐? 내 끝내 돌아갈 곳이기는 하더이다. 바다는 그리움이더냐? 고독이기는 하더이다. 바다에게는 생이 있더냐? 그 이름, 부등켜 쥐고서 터져라 울어 보기도 하였소만, 죽엄의 일홈은 나를 구원할 수 있을 것만 같기에.

난파란 것이 이리도 행복이 되덥니까? 난파란 것이 이렇게 행복이 되덥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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