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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야x호타루] 자각 없는 질투

Type: Americano / 트친님 연교

  • 수위 없는 중단문 타입인 Type: Americano 타입으로 연성교환 신청 주셔서 진행한 글입니다.

  • 오란고교 호스트부 장르 쿄우야x드림주 HL 연인드림 신청글

  • 드림주 이름 공개되어 있습니다. 네임리스 아닙니다.

  • 신청내용: 겨울방학 중. 제3 음악실에서 호스트부가 영업을 재개. 소란스러운 사이 속으로 쿄우야 또한 여성들을 상대한다. 그리고 소란에서 좀 떨어진 장소에서 드림주(호타루) 는 같은 학년의 D반 학생을 가르치는데… 관련하여 과외 시간이 오버되자 핀잔을 주는 쿄우야(약간의 질투) 가 보고 싶습니다. / 건조한 로맨스 분위기 지향

  • 신청 글자수는 공미포 1만자. 총 공미포 11,322자로 마무리했습니다.

  • Warning: 학교 내 집단 괴롭힘

자각 없는 질투

copyright by. Mer

 

 

“쿠로카와? 이름만 남았지 거의 서민 아냐?”

“고작 서민 주제에 누구를 가르치려 드는 거야?”

“A반이면 다야?”

“그래봤자 서민이잖아.”

“서민에게 과외라니 D반은 자존심도 없니?”

“성적과 함께 자존심도 없어진지 오래인가 보지.”

 

깔깔거리는 여학생들의 웃음소리와 말투가 묘하게 날이 서있다. D반은 아니고, C나 B반의 학생인가? 여학생들 사이에 둘러싸인, 쿠로카와라고 불린 밀발의 한 여학생은 멍하니 상대의 비꼬는 소리를 흘려 넘기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가 듣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는지, 괜히 열이 더 오른 듯 여학생들 무리가 정말이지 이래서 서민은 상대할 가치조차도 못 느낀다는 말과 함께 화를 내며 돌아갔다. 오늘은 손찌검이 날아오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 * *

 

쿠로카와 호타루. 후지오카 하루히에 이어 그 다음해 특대생으로 오란고교에 입학한 수재. 그녀가 사실 오란고교에 입학한 것은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쿠로카와 가문이 한 때 명문이었다고는 하나, 현재는 이름만 남아있고 자산은 서민 수준이라 그녀는 서민으로 자랐기 때문이었다. 가문의 막내딸이라고는 하나 부모님은 행방불명. 그녀의 오빠들이 그녀를 키우다시피 했으나, 서민으로 자란 그녀가 오란에 입학한 이유는, 단지 그녀를 키운 오빠들이 다녔던 곳이 그곳이었기 때문 외에는 큰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막상 입학하고 보니 성적과 계급으로 나뉜 학급, 고작 교복일 뿐임에도 지나치게 비싼 교복, 그리고 사치만이 가득한 학교생활을 보며 그녀는 조금 질려버린 것이었다. 이 학교에서 생활하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은 그녀. 그녀는 한 가지 묘안을 떠올리고 학원장에게 향했다. D반의 학생들 중에서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과외를 해주고 과외비를 받으며 그들이 윗반으로 월반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녀의 계획을 들은 스오우 학원장은 그녀의 계획을 마음에 들어 하며 그녀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1명 이상의 학생의 성적을 월반할 수 있는 성적으로 올리게 되면 일종의 부 활동으로 취급해서 활동비 또한 지급해주겠다는, 어찌 보면 그녀의 입장에선 거래를 거절할 이유가 없는 큰 메리트를 가진 거래였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거래에 응했다. 스오우 학원장은 그날 부로 통지를 내렸다. 성적이 일정이상 올라가게 될 시 계급과 관계없이 다음 학년 또는 다음 학기에는 상위 반으로 월반을 할 수 있도록, 대신 상위 반에서도 지나치게 낮은 성적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경우 하위 반으로 내려가도록 하는 식의 시스템 개편을 진행한 것이었다. 반발은 있었지만 돈과 인맥의 힘이란 것은 무섭기 짝이 없었다. 자식들이 공부를 못하는 것을 바라는 부모는 많지 않았고, 조금이라도 좋은 인맥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하위계층의 입장에서는 성적만 올리면 조금이라도 상위 반으로 올라가 더 좋은 인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기에 지지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호타루는 통지가 떨어진 바로 다음 날, 학교 복도 게시판에 C, D반 학생을 상대로 과외를 진행한다는 과외생 모집 전단지를 붙였다. 자존심 강한 이들은 쉬이 서민인 호타루의 과외를 받으려 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1명이었다. D반에서 중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부모의 등쌀에 못 이겨 어거지로 공부하며 인맥을 쌓으려고 노력하다가 도저히 힘들어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믿는 둥 마는 둥 과회를 신청한 같은 1학년 학생이었다.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파악을 위해서 테스트를 진행해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멋대로 해. 하지만 이 과외를 통해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널 가만두지 않겠어.”

 

반 협박조인 말투를 구사하는 첫 과외생.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학생은 다음 학기에 C반으로 월반하는 데 성공했다.

 

“세상에! 세상에! 진짜 반신반의였는데! 부모님이 정말로 기뻐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자신의 월반을 믿지 못한다는 듯 성적표와 월반 안내 통지를 번갈아보던 첫 과외생은 자존심도 버리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그녀의 산하에서 떠나갔다. 그 뒤로는 과외를 신청하는 학생이 말도 안 되게 늘었다. 대개 1학년이었으며, 간혹 2학년생들도 조금은 간절하다는 얼굴로 찾아오고는 했다. 고작 한학기의 과외를 통해 한 학생이 월반할 수준까지 성적이 끌어올려진 것을 확인한 스오우 학원장은 그녀에게 제안했던 거래의 약속을 이행했다. 단 한 명뿐인 부서임에도 하나의 부로 인정하고 활동비를 지급한 것이었다. 과외비 외에도 활동비를 받게 된 호타루는 수전노처럼 과외일정을 빽빽하게 잡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 공부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과외준비를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공부는 뒤따라 왔기에 그녀는 여전히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서민에게 과외라니, 자존심도 없나요?”

 

모든 이가 그녀에게 호의적이진 않았다. 개편된 시스템. 실제로 그 시스템에 맞춰 월반을 하는 학생이 생겨나면서 공부를 하지 않으면 하위 반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긴장감이 학원 내에 돌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평소 공부를 하지 않고 계급만으로 상위 반에서 하하 호호 사치를 부리고 있었던 이들은 그녀를 곱지 못한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쿠로카와 호타루라는 학원의 자극제를 반가워하지 않았다. 틈만 나면 시비를 걸었으며, 애먼 공이 날아와 맞을 뻔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고, 발에 걸려 넘어지거나, 실수인척 밀쳐져 계단을 굴러 양호실에서 눈을 뜨는 일도 생겨났다. 둘러싸고 비꼬는 말만 하다가 돌아가면 그날은 천운이 함께하는 날이었다. 때로는 손찌검을 날리는 여학생도 있어서 뺨이 붉게 붓는 일도 허다했다. 그녀의 오빠들은 바빠서 그녀의 이런 상황을 몰랐고,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악착같이 과외를 진행했다.

 

*

 

쥐구멍에도 볕이 드는 날이 온다던가? 오늘도 호되게 괴롭힘을 당하고 돌아오는 호타루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하교를 하던 중 오오토리가로부터 용건이 있어 초대를 한다며 차를 보내온 것을 확인한 그녀는 그길로 차를 얻어 타고 오오토리 제약회사로 향했다.

 

“자네를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우리 가문과 약혼을 제안을 할까 해서 불렀네.”

 

최상층의 회장실 옆 접객실에서 그녀를 맞이한 이는 흔히 학원 내에서도 유명한 오오토리가의 삼남, 오오토리 쿄우야의 아버지였다. 스오우 학원장으로부터 시스템의 개편을 듣게 되었을 때부터 쿠로카와 호타루라는 특대생을 눈여겨보고 있던 그는, 그녀의 과외 실력이 정말로 학생의 성적을 한학기만에 월반할 정도로 끌어올릴 수 있을 정도로 능력 있음을 인정하고 그녀의 그 능력을 높이 샀다. 최근 학원에서 A, B반의 학우들을 중심으로 그녀를 괴롭히고 있는 무리가 있음을 정보원을 통해 알아낸 그는, 그녀가 거절할 수 없을 달콤하면서 그녀를 자신의 가문에 잡아둘 제안을 하기 위해 그녀를 불러낸 것이었다.

 

“자네에게도 손해는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네.”

 

요즘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가문의 경호인을 붙여주지. 삼남과의 약혼을 하면 삼남의 인지도 탓에 괴롭힘도 어느 정도는 그 수위가 안정될 것으로 보는데 어떠한가? 계약결혼이라고 생각해주면 되겠지. 우선은 자네가 졸업할 때까지. 그 이후에는 유지할지 말지는 자네의 선택을 존중하도록 하겠네. 호타루의 입장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는, 말 그대로 그녀에게 메리트가 충분한 계약 약혼 제안이었다. 졸업할 때까지만의 계약. 딱 그때까지만 유지하고 끝내자는 생각으로 호타루는 약혼 제안에 응했다. 어차피 그녀의 서류상 약혼자는 해외로 유학을 떠난 상태였고, 고작 서류상의 약혼을 가지고 그가 귀국하거나 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나 예상은 빗나가라고 있는 법이었다.

 

얘, 쿄우야, 너 아버지가 멋대로 약혼 체결한 것은 알고 있니?

“……금시초문이로군요.”

 

오오토리 쿄우야가 제 누나를 통해 약혼소식을 듣고 귀국했다. 예상외의 사태에 호타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약혼이 나에게 있어서 무슨 메리트가 있지?”

“어디까지나 당신의 아버지가 내 능력을 높이 사서 제안해주신 일종의 계약약혼인데요?”

“그러니까, 거기에 나에게 있어서 무슨 메리트가 있냐? 이 말이야.”

 

계약조건을 제대로 이용해보기도 전에 호타루는 쿄우야에 의해 계약 약혼이 파기될 위기에 쳐했다. 그런 그녀를 구원한 것은 오오토리 가문도, 학원장도 아닌, 오란고교 내에서 한창 유명한 호스트부였다.

 

“쿄우야가 약혼?”

“그 쿄우야 선배가?”

“이 재미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오히려 민폐 아닐까요?”

“오, 하루히는 구경만 해도 괜찮아.”

“……쿄우야 선배 화낼 것 같은데요…….”

 

쿄우야의 약혼소식을 듣고 호스트부의 전원이 단체로 귀국을 결심하고 일본에 상륙했다. 사유는 재미있는 소식을 직접 보기 위해서가 반, 그 쿄우야의 약혼녀를 보기 위해서가 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쿄우야를 무시한 채, 그의 약혼녀가 된 호타루를 마주한 스오우 타마키는 그녀가 하루히의 다음해에 들어온 특대생이며, 학교 시스템을 바꾸고 과외로 돈을 벌어가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과 그로인해 학원 내에서 수없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 어쩜 이렇게 가련한 사정이 있을 수가……!”

 

그것은 타마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고, 쿄우야와 다른 호스트부 멤버들은 곧 일이 커질 것을 깨달았다. 예상대로 타마키는 호타루의 현 생활에 깊은 탄복을 하며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호스트부를 다시금 열기로 명하는데…….

 

“쿠로카와 호타루양의 학교 생활이 원만할 수 있도록 작전 개시다!”

“……하아, 네 그 막무가내는 이제 좀 그만 휘둘리고 싶은데…….”

“저 가련한 여성의 뒤를 봐줄 생각조차 없다니 이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같으니라고.”

“어차피 계약약혼이라며?”

“그래봐야 졸업할 때까지만 약혼을 유지하면 끝 아냐?”

“그것을 유지했을 때의 나의 메리트는?”

“그거야 우리가 알 바 아니지.”

“……너희들…….”

“선배가 힘내세요. 저는 말렸어요.”

 

타마키와 쌍둥이들은 이 상황이 그저 재밌는 듯 여차하면 결혼까지 하지 그러냐며 수전노와 냉혈한 아주 잘 어울린다는 농담마저 뱉고 있었다. 사실 어차피 계약약혼관계일 뿐. 쿄우야가 얼마든지 거절하려면 거절할 수 있었지만…….

 

“난 오란에 다니는 동안 당신의 이름만 빌릴 수 있으면 아무런 상관없어요.”

“그로 인해 내가 얻을 수 있는 메리트는?”

“그것은 스스로 찾으셔야죠.”

“이 계약 약혼에서 메리트가 있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 뿐이다만?”

“그러니 스스로 찾으셔야죠.”

 

이런 상황에서 괜히 약혼을 파기하겠다고 말해봤자 더 귀찮아질만 가득해질 것을 알아차린 쿄우야는 어쩔 수 없이 이 이름뿐인 약혼관계를 유지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이 약혼이 그에게 있어 어떤 메리트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따라서 약혼녀인 호타루 조차도 그저 일반적인 호스트 부원을 대하듯 대하기로 마음을 먹은 채, 그렇게 약혼이 파기될 뻔한 위기는 일단락되는가 싶었다.

 

* * *

 

“난 오란에 다니는 동안 당신의 이름만 빌릴 수 있으면 아무런 상관없어요.”

“그로 인해 내가 얻을 수 있는 메리트는?”

“그것은 스스로 찾으셔야죠.”

“이 약혼에서 메리트가 있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 뿐이다만?”

“그러니 스스로 찾으셔야죠.”

 

다시금 재개된 호스트부. 오늘도 성실하게 장부를 작성하던 회계담당의 쿄우야는 문득 처음 호스트부를 재개하기로 한 날, 처음으로 마주했던 제 약혼녀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다른 것은 필요 없이 이름만 빌릴 수 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당당하게 말하던 그녀. 쿠로카와 호타루는 이 약혼을 계기로 자신의 안전 확보와 오오토리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그 쿄우야의 약혼녀라는 이름값까지 얻는 메리트를 손에 쥐었다. 쿄우야 자신에게는 아무런 메리트가 없는 이 약혼은 자신에 의해 얼마든지 파기될 수 있기에 자신에게 설설 기어야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약혼녀인 그녀가 맞음에도 그녀는 도리어 묘하게 덤덤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그의 신경을 거스르고 있었다. 덤덤을 떠나서 가끔은 당당하게 느껴지고는 한다는 점까지 아주 완벽하게……. 현재 그녀가 과외를 하고 있는 교실은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하고 외진 곳에 있는 빈 교실이었다. 그들이 호스트부 거점으로 쓰고 있는 음악실과는 약간의 거리가 떨어져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간혹 호타루가 과외를 하고 있을 교실 방향으로 향하고는 했다.

 

“그래도 약혼녀라서 신경은 쓰이시나 보네요?”

“……하루히.”

 

내가 신경 쓰이는 건 약혼녀라서가 아니야. 그저 나에게는 메리트가 없는 이 약혼관계에서 어떻게 하면 저렇게 당당하고 덤덤하게 굴 수 있는지가 거슬릴 따름이지. 흔히 말하면 눈에 밟힌다거나? 틀려. 눈에 거슬리는 거와 눈에 밟히는 것은 묘하게 어감이 다르지 않나? 똑똑한 특대생씨가 그 차이를 모를 리는 없을 것 같은데. 그렇지만 선배의 지금 모습은 거슬려서라기보다는 신경이 쓰이고 눈에 밟히는 사람을 보는 눈을 하고 있는 걸요? 네 눈도 많이 죽었군. 안경을 다시 쓰도록. 저 지금 렌즈 끼고 있는데요? 시력 검사를 다시 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 예. 하루히는 상대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저렇게 신경이 쓰이면 한 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아직 선배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그녀를 찾는 손님들에게로 향했다.

 

“하루히의 감은 나쁘지 않지?”

“나쁘지 않지.”

“여자의 감이란 무서우니까 말이야.“

“너희 둘, 헛소리 할 시간이 없을 텐데? 지명이다.”

“네에.”

 

히카루와 카오루가 옆에서 종알거리는 소리마저 무시한 채, 쿄우야는 장부를 작성하던 와중에도 문득 호타루가 과외를 진행하고 있을 교실 방향으로 시선을 주고는 했다. 그 무의식적인 행동을, 호스트부에서는 타마키 외에는 전부 눈치 챘지만, 그들은 말해봤자 소용없음을 깨닫고 조용히 지켜보기로 의기투합한 듯 싶었다.

 

“의외로 쿄우야도 마음 자각에 느리니까.”

“신경 쓰이면 가보던가 하면 될 텐데 말이죠.”

“에? 무슨 이야기?”

“타마키는 몰라도 되는 이야기.”

“또 나만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거지? 그런 거지?!”

 

*

 

이름뿐인 약혼관계를 유지하며 언제 파기될지 모르는 조마조마한 상황 속에서 묘하게 줄다리기를 타듯 아슬아슬한 관계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이름뿐일 약혼이라지만, 약혼녀는 약혼녀. 과외가 끝나면 재깍 호스트 부원이 있는 부실로 오도록 말을 건네기도 하고, 종종 과외가 끝나고 교실을 나오는 문 앞에서 지키고 있다가 말없이 돌아서는 등 나름 챙길 것은 챙기고 있는 쿄우야에 의해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 호타루도 마찬가지였으나, 그녀는 좋을 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경호인원이 붙은 것에 더해 쿄우야가 종종 곁에 있는 것이 목격-사실은 신경 쓰이는 것 때문에 이유를 찾기 위해서 곁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되기까지 하니 괴롭힘이 현저하게 줄은 탓이었다.

 

“그쯤 되면 약혼녀로 인정해 줄 법 한데.”

“쿄우야 선배도 참 완고하지.”

“근데 쿠로카와도 이 약혼은 자기가 졸업할 때까지만 유지할 거란 소리를 하던데?”

“걔도 수전노에 징하네.”

“히카루, 카오루, 당사자 면전 앞에서 말하기엔 너무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히카루와 카오루의 말에 하루히가 쓰게 웃으며 한마디를 뱉는다. 그렇다. 당사자인 쿄우야와 호타루가 현재 호스트부가 끝나고 부원만 남은 부실에 앉아 차를 마시거나 장부를 작성 중인 상황이었다. 쿄우야가 예리하게 눈을 빛내며 안경을 추켜올리고는 입을 열었다.

 

“하루히의 말 대로다. 예의를 차려.”

“정작 쿠로카와는 신경 안 쓰는 기색인데?”

“……사실이니까.”

 

호타루는 덤덤하게 차를 마시고는 참고서를 펴들었다. 다음날 진행할 과외를 위해 미리 준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였다.

 

“쿠로카와양, 아니 호타루 양이라고 불러도 되나?”

“편하실 대로 불러주셔도 상관없어요, 후지오카 선배.”

“그럼 나도 하루히라고 불러줘.”

“네, 하루히 선배. 근데 왜 부르셨나요?”

“아니,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

“과외생의 성적을 끌어올리려면 이 정도의 준비는 해야 해요.”

 

성적을 많이 올리면 올릴수록 돈을 더 많이 주니까. 그만큼 열심히 해야 해요. 그리고 그만큼 저도 공부가 되니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죠. 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가는 그녀를 쿄우야가 흘긋 보는가 싶더니 안경을 추켜올리며 입을 열었다.

 

“내일도 과외가 있나?”

“……그렇네요, 대부분 D반의…….”

 

확실히 그중 한 명은 야쿠자 집안 출신인 것 치고는 학구열이 높아서 나름 가르치는 보람이 있는 학생이 있기는 하네요. 일단은 그 한 명만을 상대로 하진 않고 D반의 여러 명과 과외가 예정되어 있어요. 오늘과는 또 다른 학생인거군. 아무래도 과외를 받고 싶어 하는 학생은 줄을 서있고, 나는 몸이 하나니까요. 최대한 효율적으로 내가 봐줄 수 있는 인원 수만큼 한꺼번에 진행하는 거죠. 대부분 진도가 비슷한 학생들을 묶어서 가르쳐요. 경호 인력이 있다고는 하나, 당신의 부활동이 끝날 때까지만 과외를 하는 이유는, 나도 내 공부를 하거나 따로 다른 과외준비를 하거나 시간을 투자할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애초에 더 늦게 끝나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잖아요? 무덤덤한 목소리가 묘하게 불만을 품고 있다. 이름뿐인 약혼관계인데 왜 자꾸 신경을 쓰냐는 뉘앙스를 품고 있는 말투에 쿄우야의 미간이 묘하게 구겨졌다가 도로 펴졌다.

 

“쿠로카와양은 가끔 보면 참 뻔뻔한 느낌도 없지 않아.”

“칭찬으로 듣겠어요. 수전노 소리까지 들어가며 악착같이 살려면 사람이 좀 뻔뻔해야하는 것도 없지 않거든요.”

“……뻔뻔하다기 보다는 눈치가 없는……아야!”

 

옆에서 태클을 걸려던 히카루를 하루히가 등짝을 휘갈기며 저지한다. 너, 낄끼빠빠 몰라? 그런 게 뭔데. 눈치 없이 끼지 말고 하교 준비나 해. 속삭거리는 소리를 쿄우야도 호타루도 무시했다. 호타루는 대체 왜 말을 하다 마는 거지? 라는 얼굴로 보다가 참고서로 고개를 돌렸고, 그런 그녀를 보며 쿄우야는 히카루의 말에 공감했다. 무덤덤한 이유의 근본 원인 중 하나에는 그녀의 눈치 없음도 한몫을 했으리라……. 여전히 이 약혼을 왜 유지해야하는지 쿄우야는 메리트를 찾아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약혼을 유지되고 있었다. 아슬아슬한 관계는 아직까지도 지속되고 있었다.

 

* * *

 

다음날. 제 3음악실. 오늘도 호스트부는 방학임에도 절찬리 성황 중에 운영되고 있었다. 오늘의 컨셉은 추운 겨울을 잊고자 만들어진 따뜻한 남국의 컨셉 재림이었다. 이번엔 쿄우야가 잡지를 건네지 않았음에도 타마키가 추진한 것으로 또? 라는 부원들의 반응과는 다르게 방문한 손님들 모두 즐거워하는 중이었다. 하루히가 여자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지금, 하루히는 교복이 아닌 알로하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가벼운 차림으로 손님을 접대하고 있었는데, 하루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손님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워서, 오늘은 하루히의 지명율이 역대급으로 높던 날이였다. 부활동이 끝날 무렵, 쿄우야의 시선이 교실 밖, 정확히는 호타루가 과외를 진행하고 있을 교실 방면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히카루와 카오루, 하루히는 깨달았다.

 

“선배, 정 신경 쓰이면 가보지 그래요?”

“……아니, 부활동 끝나기 전까진 자리를 비울 생각이 없어.”

 

사실 그가 신경 쓰고 있는 이유라고 한다면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 오지 않는 쿠로카와 호타루, 그의 약혼녀 탓임을 타마키를 제외한 부원들은 모를 리가 없음에도 여전히 쿄우야는 사실을 부정했다. 자신에게 이 약혼의 메리트가 없다는 이유 탓에 더 완고하게 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나? 하루히의 말에 따르면 흔히 세간에서 말하는 입덕 부정기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을 때, 히카루와 카오루는 박장대소를 했더란다.

 

“그래도 확실히 오늘은 늦긴 늦네요.”

 

부활동이 끝날 즈음이면 느즈막히 들어와서 안쪽 교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하루히의 말에 시계를 들여다본, 이제는 고등부가 아닌 대학부에 재학 중인 미츠쿠니와 타카시도 시계를 흘끔 보고는 조용히 동의를 표했다. 평소 과외를 끝내고 돌아오는 시간에 비해 호타루의 귀환 시간이 늦었다. 쿄우야가 신경 쓰일만 하다고, 타마키를 제외한 5명은 그렇게 생각하며 접객을 훌륭하게 마쳤다.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쉽지만 이만 마칠 시간이니 부디 마무리를 부탁드립니다.”

 

타마키의 우아한 부 활동 종료멘트를 기점으로 아쉬워하던 손님들이 하나둘 음악실을 떠나갔다. 간간히 교실 문으로 시선이 향하며 장부를 작성하던 쿄우야는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라? 가보시려구요?”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현장 검거를 할 필요가 있을 듯 해서.”

“요즘은 괴롭힘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들었는데…….”

“……하루히, 생각보다 쿠로카와양이랑 친한 모양이군.”

“그야 같은 여성이기도 하고…….”

 

뭐야, 쿄우야 선배 질투? 정말로 질투? 신경 쓰이면 가보지 그래요? 하루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끼어들어 한마디씩 얹고 있는 히카루와 카오루를 매섭게 쳐다본 쿄우야는 이내 교실 밖으로 나섰다. 행선지는 나가서 볼 필요도 없이 과외가 이루어지고 있는 외진 교실일 터였다.

 

“정말이지 쿄우야도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아직 자기 마음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하니 선배?”

“그 쿄우야가? 그럴 수도 있겠네…….”

 

그래도 처음에는 메리트가 없다는 식으로 금방 약혼을 깨려고 하더니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네요. 하루히가 정말로 신기하다는 듯이 말을 뱉는다. 처음에 깨려고 하긴 했지. 타마키 선배에게 휘말려서 못 깬 거잖아.

 

“그렇지만 쿄우야 선배 성격이라면 냉혈한 소리를 들으면서도 다른 방법으로라도 그녀에게 도움이 될 방법을 제시를 하고 약혼을 깼을 거에요.”

“이전 쿄우야네 형님네 약혼 맞선 자리에서의 소동처럼?”

“네. 그 쿄우야 선배니까요.”

 

무엇보다 당사자의 약혼이잖아요? 물론 이번 약혼은 선배네 아버지께서 호타루양의 실력을 높게 사서 먼저 약혼을 제시한 것처럼 보이지만요. 솔직히 경호 인력을 붙이는데 가장 확실한 명분이기도 하고, 나이도 비슷하고요. 선배의 약혼녀라는 타이틀만으로도 충분히 이 학원에서는 안전을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으니까. 오늘따라 꽤 예리하게 지적하는 하루히. 확실히 그랬다. 쿄우야는 자신에게 메리트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간혹 메리트가 없이도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한다는 사실을 하루히는 이전 백화점에서 만났을 때 보고 알 수 있었으나, 다른 사람들은 그가 냉정 침착한 성격으로만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지만 쿄우야의 이면을 알고 있는 하루히의 입장에서도 쿄우야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없지 않았다. 남을 돕는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약혼은 완전히 자신과 관계된 일인데, 메사에 메리트를 입에 담는 선배가 어째서 이 약혼은 깨지 않고 있는가?

 

“뭐, 좋아하니까 그런 거 아냐?”

“적당히 신경 쓰여서 지켜보다 보니 정이라도 들었겠지.”

“하루히 네 말대로 흔히 말하는 입덕부정기.”

“그런가……?”

 

차라리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고 그녀는 생각하며 쿄우야가 사라진 방향을 흘긋 보던 하루히는 이내 자신에게도 관심을 달라며 들러붙는 타마키를 대충 달래며 활동이 끝난 부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대체 날 두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도노(殿)는 몰라도 괜찮아.”

“오히려 알면 귀찮아지니까.”

“너희들 너무한 것 아니야?!”

 

*

 

부 활동이 이루어졌던 음악실에서 자신을 두고 무슨 대화가 오가고 소란이 일고 있는지는 꿈에도 모른 채, 쿄우야는 성큼성큼 과외가 이루어지고 있을 교실로 향했다. 이미 대부분의 과외생은 떠난 모양인지 문은 열려 있었다. 평소라면 그래도 노크라도 했을 쿄우야는 열린 문을 살짝 젖히고 안으로 들어가 문가에 기대어 한창 과외가 진행 중인 광경을 바라봤다. 상대가 낯이 익었다. 그는 자신의 머릿속에 담겨있는 학생 명부를 훑기 시작했다.

 

“확실히 그중 한 명은 야쿠자 집안 출신인 것 치고는 학구열이 높아서 나름 가르치는 보람이 있는 학생이 있기는 하네요.”

 

쿄우야는 문득 어제의 대화에서 그가 야쿠자 집안 출신의 A군임을 깨달았다. 제 약혼녀의 말에 따르면 야쿠자 집안 출신 치고 학구열이 높다고 했던가……. 확실히 본래 성적도 D반에서는 중위권에서 중하위권 사이였던 학생인 것까지 떠올린 그는 한참 과외하는 광경을 지켜보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어딘가 가깝지 않나? 고작 과외를 하는데 저렇게 가까워도 되는 건가? 아무리 무늬뿐이라지만, 자신의 약혼녀가 외간 남자와 저리도 가까이 있어도 되는 건가? 괜히 울컥하는 마음이 치밀어 올랐다. 왜인지는 몰랐다. 그냥 괜히 기분이 나빠진 쿄우야는 결국 입을 열 수 밖에 없었다.

 

“A군은 시간개념이 이리도 없어서 내년에 C반으로 월반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나?”

“오, 오오토리 선배?!”

“…당신.”

 

기분이 나빴던 터라 평소 열심히 남들을 돌려깔 때 내뱉는 핀잔의 말이 튀어나왔다. 놀란 두 사람이 쿄우야의 목소리가 들려온 방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설마하니 그가 교실 안까지 들어올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호타루는 말 그대로 정말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괜히 쿄우야는 영문도 모른 채 한 번 더 울컥하는 기분을 느꼈다.

 

“쿠로카와 양은 거리감이라는 걸 좀 익혔으면 하는군.”

 

아무리 그래도 명색에 내 약혼녀가 과외를 한답시고 외간남자와 지금 그렇게 가까이 붙어 있는 꼴은 보기가 좋지 않거든. 쿄우야가 안경을 추켜올리며 비꼬았다. 너네 지금 너무 가까이 붙어있으니 떨어져라. 라는 뜻이었다. 그제야 서로 가깝게 붙어있음을 깨달은 호타루와 A군은 황급히-정확하게는 A군만- 몸을 떨어트렸다. A군의 얼굴이 화악 붉어져 있었다. 쿄우야의 비꼬는 말투에 모멸감을 받아서 붉어진 것인지, 호타루와 가까이 붙어있었다는 사실을 의식해서 붉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더 이상 진행은 어려울 것 같으니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 둘까요?”

“어차피 더 잡고 있던 건 저였으니까요. 감사합니다.”

 

쿄우야의 난입으로 더 이상의 과외 진행은 어렵다고 판단한 호타루가 오늘자 과외 종료를 선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A군 또한 자신이 이미 끝난 수업인데 더 잡고 있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호다닥 짐을 정리해서 밖으로 나섰다. 느릿하게 짐을 정리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기엔 쿄우야의 시선이 너무 무서웠다. 뭐야, 무늬뿐인 약혼관계라더니 생각보다 약혼녀를 엄청 단속하는 거 보니까 사이 나쁘지 않은 거 아냐? 라는, 쿄우야가 들었다가는 경을 칠 생각을 하며 그는 빠르게 떠나갔다.

 

“…….”

“…….”

 

A군마저 떠나간 빈 교실. 쿄우야와 호타루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침묵했다. 자신의 짐을 챙긴 그녀가 교실을 나갈 채비를 끝내는 것을 본 쿄우야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평소에도 그렇게 가까이 붙어서 과외를 하나?”

“……? 보통은 그룹과외니까 전혀 그렇지 않죠.”

 

방금은 물어볼 것이 있다며 A군이 남아서 추가질문 요청을 한 것이라서……. 물론 그에 대한 추가금은 따로 나중에 성적표를 받게 되면 요청할 거니까요. 쿄우야는 한숨을 쉬었다. 물어본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눈앞의 제 약혼녀가 눈치가 없음을 너무 깊게 실감한 탓이었다. 그의 한숨에 물음표를 띄우며 쳐다보는 호타루를 뒤로하고, 쿄우야는 교실을 나섰다. 그 뒤를 호타루가 뒤따랐다.

 

“……근데 오늘은 어쩌다가 교실까지 들어오신 거죠?”

“돌아오는 시간이 평소보다 한참 늦었다만?”

 

시계는 보고 사는 건가? 날카롭게 묻는 질문에 호타루는 덤덤하게 답했다. 보고 살고 있죠. 그저 추가근무 시간만큼 나중에 돈을 더 청구할 수 있으니 그냥 봐줬을 뿐이에요. 청구하기 어려우면 저도 칼같이 끝냈죠. 학구열이 뛰어난 학생은 조금만 더 봐주면 금방 월반할 정도로 성적이 오르니까……. 수전노. 제 약혼녀를 그렇게 정의하며 쿄우야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기로 했다. 조금 전 자신이 아닌 다른 이와 가깝게 붙어있었으면서 어떻게 자각도 없을 수 있었냐고, 돈을 주면 자신과도 그렇게 붙어있을 수 있냐고, 그렇게 물어보려던 자신에 더 놀라서 그는 괜히 안경을 추켜올리며 호스트부 부원들이 기다리고 있을 음악실로 빠르게 걸음 했다. 뒤에서 그 걸음걸이를 쫓아 종종걸음으로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속도를 무의식적으로 늦췄지만…….

 

“어라? 같이 오시네요?”

“찾으러 간지 한참이 지났는데 오지 않아서 입술이라도 부비고 있는 줄 알았어.”

“호오, 카오루 요즘 말하는 수위가 선을 넘는 기분이다만?”

“그러는 선배야 말로 엄청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들어오던데 무슨 일이라도?”

“카오루, 보통 그런 얼굴을 하고 들어오는 사람에게 입술이라도 부비고 들어오는 줄 알았다고 말하지 않아.”

 

하루히가 한숨을 쉬며 태클을 걸었다. 그러나 카오루는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과외가 덜 끝났기에 지켜보다가 왔을 뿐이다. 그나저나 정리가 아직인데, 여태 뭘 하고 있었던 것이지? 덤덤하게 대답하고 잔소리의 시작과 함께 잔소리 대마왕 모드가 켜지려는 것을 확인한 히카루와 카오루가 냅다 줄행랑을 쳤다. 타마키를 포함한 다른 부원들도 조용히 자리를 비켰다. 하루히만이 남아서 호타루에게 말을 걸 뿐이었다.

 

“무슨 일 있었어요?”

“……별 일 없었어요.”

“그런 것 치고는 선배 표정이 별로여서.”

“그냥 과외를 하다 보니 A군과 너무 붙어있었다는 점을 지적받았을 뿐이에요.”

“아하……?”

 

하루히는 흘긋 장부를 정리하는 쿄우야를 바라보다가 이내 푸슬푸슬 웃었다. 선배, 이 약혼 아무래도 나중에는 선배가 호타루양을 붙잡게 되는 구도가 될 지도 모르겠네요. 설마하니 그 냉담한 선배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질투를 하고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그녀는 생각하며, 왜 웃냐는 호타루의 물음에는 그저 고개를 저었다. 남의 연애사에 도움을 주겠답시고 말을 얹어봤자 좋지 못한 결론이 난다는 사실은 본인이 제일 잘 알았다. 그녀는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여전히 물음표를 띄우며 바라보는 호타루를 보며 하루히는 대화주제를 돌렸다.

 

“과외 잘 되어가고 있어요?”

“……네. 학기 시작할 때 결과가 나올 테니, 그 결과가 궁금해지기는 하네요.”

 

제 수입은 거기에 달렸으니까요. 아, 이 수전노에 가까운 여성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으려면 나중에 선배도 꽤나 고생을 하겠다고, 그렇게 하루히는 생각하며 잘 해보라는 말과 함께 호타루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는 이내 부실 정리를 위해 떠나갔다.

 

“쿠로카와 양.”

“네, 오오토리 씨.”

“앞으로는 과외 할 때 사람간의 거리감을 신경 쓰도록.”

“……그래요.”

 

양 쪽 다, 왜 그런 말을 하게 되었는지, 왜 그런 말을 듣게 되었는지 모르는 상태로 그렇게 대화가 끝났다.

 

쿄우야가 자신의 마음을 자각하기까지 앞으로…….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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