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히카/NCP] 화풀이
트친님 연교
FF14 수정공+빛전 NCP 드림 연성입니다.
드림에 예민하신 분들은 뒤로가기 꾸욱!
트친님과 연교로 작업했습니다.
공백 미포함 5400자 내외.
5.0 스포일러 극소량 함유
연교 리퀘스트 내용 : 드림주가 수정공을 환술봉으로 패는걸 보고싶다고 요청 주신 글입니다. 수정공 죽을 것 같으면 회복시켜서 개팬다음에 참담마까지 쓰는 드림주를 달라고 하시어 요청주신대로 말아드렸습니다.
(수정공 미안해…)
화풀이
copyright by. Mer
“……그걸로 그대가 속이 풀린다면, 때려도 좋네.”
그래, 말 잘했다. 난 때리라고 하면 정말로 때리는 사람이다. 쌓인 울분이 많으니 풀릴 때까지 때려야겠다고 생각하며, E는 환술봉을 높게 치켜들었다가 내리쳤다. 퍼억! 누가 봐도 아픔이 느껴질 것 같은 묵직한 타격음이 성견의 방을 울렸다. 수정공은 말 한 번 잘못 꺼낸 벌로 비오는 날 먼지가 날 정도로 맞아야만 했다. 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그는 그리도 맞을 수밖에 없었을까?
* * *
E는 눈앞에서 무력하게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고만 있기 싫어한다. 그녀가 환술사를 직업으로 고른 이유는 그 탓이었다. 수정공의 소환 술식에 휘말려 모두가 차례차례 쓰러졌을 때, 그녀의 정신은 제 상태를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오죽하면 이 사태의 원인을 만나게 되면 꼭 두들겨 패고 말리라는 경건(?)한 마음을 품고 날카롭게 벼려진 환술봉을 들고 다닐 정도였다. 실제로 막 1세계로 넘어가게 되었을 때, 수정공을 마주한 그녀는 진심으로 그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화를 내다가 환술봉을 치켜들고 그를 두들겨 패려고 했었다. ‘팼다’가 아닌 ‘패려고 했었다’인 이유는, 소란을 듣고 온 라이나에 의해 폭력사태가 미수로 끝났기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로도 그녀는 마음속에 언젠가 수정공을 두들겨 패고 말리라는 생각을 품고 1세계에서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대죄식자를 해치우고 빛이 그녀를 좀먹어가고 있음에도 그 생각은 그녀의 뇌리에서 떠나갈 줄을 몰랐다. 그녀의 마지막 일과로 언젠가는 휘두르게 될 환술봉을 반짝반짝하게 닦는 것으로 끝나는 때도 간헐적으로 있었다. 그녀의 트라우마를, 수정공이 또 자극하기 전까지는 그냥 적당히 패고 끝내려고 했던 때도 있었다. 그래, 그녀의 트라우마만 연속해서 자극하지 않았더라면 ‘그럴 마음’도 아주 조금은 있었다.
*
처음에는 굴그 화산에서의 결전 이후, 빛을 토하던 그녀를 두고 악담을 퍼부으며 되도 않는 연기를 하다가 총에 맞아 쓰러졌을 때였다.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사정이 좋지 못했지만, 눈앞에서 사람이 쓰러진 꼴을 보고도 무력하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며 트리거를 눌린 것이 그 첫 번째였다. 그녀가 참지 못하고 아 정말로 이 사람을 패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라는 결심을 하계 된 계기가 있다. 그녀의 트리거를 두 번째로 누르게 만든 사건으로, 대화를 하던 중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새벽의 귀환을 위하여 여차하면 자신의 목숨을 버리겠다는 뉘앙스의 말을 꺼내는 수정공의 태도가 바로 그것이었다. 곧바로 알리제가 그에게 딱밤을 먹이긴 했으나 E에게는 그걸로는 부족했다. 무력하게 사람이 죽는 것이 보기 싫어 환술사가 된 그녀의 앞에서 여차하면 자신의 목숨을 버리게 해달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곱게 보이겠는가? 남들 모르게 주먹을 꾹 쥐며 두들겨 패기로 굳게 다짐하는 그녀는 대화를 모두 끝낸 새벽이 나갈 때까지도 오도카니 서서 그저 수정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새벽의 모두가 나가고 난 뒤에도 오도카니 남아있는 영웅을, 수정공은 의아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나에게 할 말이 있나?”
- 때려도 되겠습니까?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러네만, 내가 그대에게 무슨 잘못이라도……. 아니, 많이 했군.”
그러니까 때려도 되겠습니까?
너무나도 갑작스럽다는 듯,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던 수정공은 이내 담담하게 눈을 감았다가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그대가 속이 풀린다면, 때려도 좋네.”
* * *
그리고 지금 현재로 돌아와 E는 정말로 신들린 사람처럼 환술봉을 휘둘렀다. 오로지 머리를 제외하고는 환술봉이 휘둘러지지 않은 부위가 없었다. 한 대, 두 대, 세 대……. 생각보다 진심으로 힘을 실어 휘두르는 움직임에 당혹스러워하던 수정공은 간헐적으로 큭, 읏! 거리며 억누른 신음을 뱉을 뿐 비명 한번 지르지 않았다. 날카로운 환술봉이 휘둘러지며 옷이 찢어지고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음에도 그는 비명 한마디 없이 자신이 죄인이라는 얼굴로 그저 맞고만 있을 따름이었다. 이정도 소란이면 밖에서 라이나나 다른 위병들이 들어올 법도 한데, 어째서인지 아무도 들어오지 않으니 제지할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어둠의 전사가 나오지 않았으니 두 사람이 무언가 중요한 대화라도 나누나보다 싶어 방해하지 않으려고 부러 배려를 해준 듯 싶었다. 뭐, 지금 상황에서는 사실 무의미한 배려였지만……. 사실 환술봉이 아닌 주먹으로 때린다는 선택지도 얼마든지 있었지만, 그녀는 저가 아픈 것은 또 싫었다. 그래서 환술봉을 휘둘렀다. 에스미 얀이나 다른 환술사들이 봤다간 기함을 할 모습이었겠지만, 그들은 현재 여기 1세계에 없었다. 이걸 휘두르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야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주먹을 휘두를 수 없다면 손에 집히는 것으로라도 휘둘러야 하지 않겠는가? 때마침 손에 있었던 것이 환술봉이었을 뿐이라는 자기합리화를 할 뿐이었다.
“읏, 그대, 아직, 도…….”
수정으로 이루어진 팔에서 금이 가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자 당황한 수정공이 입을 열었지만, E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그간의 울분을 다 토해내기라도 하듯, 휘두르는 팔은 여전히 감정이 잔뜩 실려 있었다. 수정공만 매를 번 것이 아닐 텐데도 수정공이 타겟이 된 이유는 아무래도 때마침 좋은 화풀이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녀는 정말로 열심히, 팬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환술봉을 휘둘렀다. 용케 얼굴을 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섭다고 한다면 무섭다고 할 수 있겠지만, 추후 너덜너덜해지고 피가 묻은 수정공의 옷을 보게 될 주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팬다.’에 집중했다. 어차피 주민들이 이 너덜해진 옷을 볼 기회는 없을 터였다. 수정공이 알아서 처분할 테니까. 그는 그런 사람이기에. 쩌적 소리와 함께 결국 금이 가던 팔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수정으로 이루어진 부분이 부서진다고 해서 고통이 느껴지는 것 같이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일그러진 얼굴은 다른 곳을 맞았을 때의 아픔과 기어이 수정으로 이루어진 부분이 갈라질 정도로 맞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느라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한탄? 정말로 한탄하고 싶은 사람은 본인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어쩌다 저에게 이리도 잘못 걸려서 이토록 매를 맞고 있는지, 참으로 불쌍한 사람이라고 한탄했다. 안 때렸으면 그럴 일도 없었지만, 아쉽게도 그녀에게 ‘안 때린다.’라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부서진 수정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챙그랑 소리와 같은 맑은(?) 소리가 성견의 방 안을 울렸다. 여전히 밖에서는 소란을 모르는 듯 사람이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정말이지 쓸모없는 배려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덕분에 이렇게 원 없이 환술봉을 휘두르고 있으니 고맙지 않은 마음도 없지는 않으리라.
*
얼마나 한참 얻어맞았을까……. 털썩 소리와 함께 수정공이 무너지듯 쓰러졌다. 팔은 더 이상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이 난 채 바닥에 흩어져있었다. 다른 팔도 뼈가 부러진 모양인지 상체를 지탱해주지 못하고 힘없이 꺾이며 무너질 뿐이었다. 그럼에도 E의 매질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하는 것이 더 옳았다. 멈출 수 있었다면 그가 피를 흘리는 시점에서 진작 멈췄으리라. 지나치게 많이 흘린 피 탓인지 그의 옷은 피로 흠뻑 젖어있었다. 크리스탈 타워 탓에 바로 죽지는 않겠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로 죽어서 강제로 새벽을 귀환시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져 있던 것도 잠시, 수정공은 지독하게 맞아서 아프다 못해 감각이 없었던 상처들이 나아가는 것을 느꼈다. 머리카락에 가려진 시야 사이로 E가, 그의 영웅이 그에게 회복마법을 시전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치유사였지……. 그런데 왜 갑자기 회복마법을 쓰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렇게 수정으로 이루어진 팔이 부서지도록, 피칠갑을 하도록 사람을 패던 그녀가, 갑자기 무슨 자비로운 마음이 들어서 회복마법을? 싶은 생각이 들 즈음, 그녀가 다시금 환술봉을 들고 내리치는 모습을 보며 수정공은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죽기 직전까지는 패지만 죽도록 두지는 않겠다는 의중이 너무나도 잘 느껴진 탓이었다.
“그대, 읏! 잠깐,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셈이냐고, 도대체 언제까지 휘두를 작정이냐고, 묻고 싶은데 차마 이어지지 않는 말. 까닥 잘못했다가는 혀를 물거나 저도 모르게 비명 섞인 신음이 터져 나올까 두려웠던 탓에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입술을 깨무는 그였다. 그마저도 참으로 본인다운 모습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래서 더더욱 화를 부르는 거라는 사실을 왜 모를까. 알려줄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평범한 인간이라면 저항을 해야 마땅했다.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로 인해 죽을지라도 어쩔 수 없다고, 오히려 새벽을 귀환시킬 수 있으니 다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더 열이 받는 부분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E는 제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고만 있기 싫어한다. 특히 자신이 무력하게 보고만 있어야 할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기에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고통마저 참아가며 맞고 있는 수정공의 태도는 이제 그만할 때가 되지 되었나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어림없지 하며 다시금 환술봉을 치켜들게 만드는, 마음속의 무언가를 자극하는 것이었다. E는 정말로 열심히 땀이 날 정도로 환술봉을 휘둘렀다.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전심전력으로 휘두르는 몸짓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힘이 빠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휘두르는 것을 멈추는 것은 아니었다. 수정공이 죽을 것 같다고 느껴질 때는 회복마법을 시전해서 회복시켰다. 탑의 단말과도 같은 그의 몸은 회복마법을 써주면 정말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엄청난 회복속도를 보이고는 했다. 그렇게 사람이 어느 정도 살아난 듯 싶다 싶으면, 그녀는 다시 환술봉을 휘둘렀다. 팔이 후들후들 떨려왔어도 멈출 수 없었다. 아니, 멈춰지지 않는 다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이리라.
*
얼마나 더 환술봉을 휘둘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점차 자신의 팔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낀 E는, 젖먹던 힘까지 끌어 모아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붉은 빛을 띠는 백합이 수정공의 몸에서 피어났다가 깨지듯 사라지며 그의 몸에 데미지를 입힌다. ‘참담한 마음’, 치유마법을 반복해서 쓰다보면 시전 할 수 있게 되는 공격마법. 치유사의 참담함이 너무나도 잘 표현된 것과 같은 이 기술을 끝으로 그녀는 힘이 빠진 듯 털썩 주저앉았다. 최후의 일격을 마지막으로 멈춘 매질. 그러나 수정공은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참던 탓에 너덜해진 입술로 헐떡일 뿐, 말을 뱉지 못하고 반쯤 혼절직전인 상태로 눈만 희미하게 뜨고 있을 따름이었다. 조금은 허무한 듯한, 그러나 후련한 것 같은 얼굴로 숨을 몰아쉬며 주저앉아있는 제 영웅을 희미하게 뜬 눈으로 바라보며, 수정공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제, 속이, 좀……, 풀렸, 나, 그대……?”
아, 그 지경이 되고 나서도 저를 걱정하는 모습. 이 얼마나 다정하면서 잔혹하고 열이 받는 모습인지…….
힘이 빠져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더 맞고 싶으신 겁니까?
“……더, 소란이, 일었, 다가는…… 라이나가, 들어올, 지도……, 모르네…….”
이 광경을 보여줄 수는 없지 않나. 한 마디로 그만 하라는 뜻이었다. 부서져서 흩어진 한 때 수정으로 이루어졌던 팔, 잔뜩 얻어맞아 부러지고 멍이 졌을 옷 아래의 피칠갑이 된 몸을 하고도 그는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다. E는 미간을 와락 찌푸렸다. 다시 환술봉을 휘두르고 싶지만, 그의 말대로 더 이상의 소란은 그나 그녀에게도 곤란할 터. 무엇보다 지금은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양피지에 적어내리는 글씨도 평소 그녀가 적어 내리던 글씨체에 비해 상당히 흔들린 모양새라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부들거리던 수정공이 이를 악물고 부러진 팔로 어떻게든 상체를 지탱하며 몸을 일으켰다. 바닥 곳곳에 피가 튀긴 흔적이 난자했지만 그는 애써 그곳을 무시한 채,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주저앉아있는 제 영웅에게 시선을 주었다. 씩씩거리는 모습이 정말로 힘만 더 남아있었어도 더 휘둘렀을 모습이라서, 그는 허탈한 웃음과 함께 깊게 한숨을 쉬었다.
“……쉬었다, 가게.”
그대가 나가면 정리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뺨에 튄 피는 좀 닦고. 스스로의 입으로도 자신은 인간이 아니라 탑의 단말일 뿐이라고 말해왔던 것처럼 그는 그새 어느 정도 기운을 회복한 듯 보였다. 그래봤자 다 부서진 팔다리로 무슨 정리를 하겠다고……. 그렇게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그것은 그녀가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듯 희미하게 웃는 모습이 보인다. 아, 정말 열받는 사람. E는 겨우겨우 몸을 일으켰다. 후들대는 팔다리의 떨림을 겨우 감출 수 있을 즈음이 되었을 때, 그녀는 펜을 다시금 들었다.
당신 진짜 사람 열 받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는 거, 아십니까?
“……글쎄. 적어도, 그런 말을 하는 이는 주변에 없었네만…….”
그렇게 말하는 이는 그대가 처음이야. 난처한 듯 웃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E는 이내 휙 고개를 돌렸다. 언젠가 저 낯짝을 후려치리라고 생각하던 일은 이미 이루었다. 낯짝이 아니라 몸을 두드려 팼지만……. 그럼에도 후련하지 못한 얼굴을 하던 그녀는 이내 더 이상의 볼일은 남아있지 않다는 듯 발길을 돌렸다. 애초에 처음부터 정리를 도와줄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그가 알아서 치우겠다고 했으니 더더욱 도울 필요는 없을 터였다. 그라면 도시에 소문나지 않게 조용히 일을 처리할 터, 오늘의 일은 그저 그와 그녀만의 비밀로 남을 터였다. 그 사실마저 열이 받지만, 그렇다고 쉬이 떠벌리고 다닐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에…….
진짜로 갈 겁니다.
“그래. 뒷정리는 생각하지 말게.”
그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그대로 성견의 방을 나섰다. 꽤나 오래 독대를 하신 모양이라는 라이나의 말에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양피지로 휘갈긴 그녀는 그대로 거주관으로 향했다. 그렇게 환술봉을 원 없이 휘둘렀는데 후련하지 못하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더욱 짜증나게 했지만 별 수 없는 일이었다.
* * *
며칠 후. 다시금 마주한 수정공은 그날의 일은 꿈이었던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멀끔한 모습을 한 채, 성견의 방에서 그녀를 맞이했다. 그렇게 얻어맞았음에도 변함없는 시선을 주는 저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뒤이어 들어오는 새벽의 멤버들과 함께 추후의 일에 대하여 논의했다. 모두가 나간 뒤에 다시금 마주한 두 사람 사이에서는 한참동안 침묵만이 흘렀다.
“……그날, 잘 쉬었나?”
아, 난 영원히 당신을 곱게 좋아할 수 없으리라고,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홱 고개를 돌렸다. 할 말이 많았지만 하고 싶지 않았다. 괜히 더 마주하고 있다가는 또 환술봉을 그에게 휘두를 것 같아서, 그녀는 제 손을 꾹 말아 쥐었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입 안이 굉장히 썼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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