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Halloween Date?
Type: Americano
- 수위가 없는 일반적인 소설형태의 글타입 Type: Americano 신청글입니다.
- 1차 자관 / ㅇㄱ님 신청글
- 캐릭터 이름 제외 전문 공개합니다.
- 신청 글자수는 공미포 5천자. 총 공미포 6,000자로 마무리 했습니다.
Happy Halloween Date?
copyright by. Mer
“……할로윈 코스튬?”
T의 미간이 묘하게 찌푸려졌다. 코스튬을 입고 길거리 데이트를 하자는 L의 제안이 영 마음에 들지 않은 탓이었다. 천상 집에 박혀있기를 좋아하고 할로윈이란 건 그저 지나가는 행사일 뿐으로 취급하는 T에게 L의 제안이 달갑게 느껴질 리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기왕 데이트를 하는 김에 할로윈 분위기도 느낄 겸 코스튬을 입고 데이트를 즐기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나온 것은 할로윈 데이를 맞아 길거리 곳곳에 잭 오 랜턴이 놓이고 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Trick or Treat’을 외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천진난만하게 울려 퍼지는 것이 환기를 위해 열린 창을 통하여 흘러들어온 직후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할로윈이었던가? T가 문득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훅 치고 들어온 달갑지 못한 데이트 신청. 그냥 길거리 데이트였다면 이렇게까지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을 터, 그도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할로윈 코스튬이라니? 전부터 생각해왔던 모양인지, L은 코스튬을 빌려주는 가게가 근방에 생겼음을 알렸다. 그 말에 T가 질색하는 표정을 짓는다. 굳이 해야 해? 해보고 싶었는데, 같이 안 해줄 거야? ……정말 해야 해? 네가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하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난 해줬으면 좋겠는데. 죽고 싶을 정도까지는 아닌데……. 그럼 해준다는 거지? ……. 아, 말려들어갔다. T는 그렇게 생각했다. 대신에 내가 뭘 하든지 불평하지 마. 그건 너 하는걸 봐서. 그럼 바로 코스튬을 빌리러 갈까? L의 말에 T는 미간을 찌푸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L이 하자고 하니 일단은 코스튬을 입긴 입어볼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얼굴을 다 드러내는 코스튬은 입고 싶지 않았던 그는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냈다. 유령 차림을 한다면 얼굴을 내보이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떠올린 것이 고스트 스토리의 유령이었다. 코스프레는 딱히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건 스스로 생각해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그는 L의 손을 잡은 채 집을 나섰다.
*
작정하고 준비한 모양인지, 가게에는 다양한 종류의 코스튬이 많았고, 그만큼 빌리러 온 사람도 많았다. 한쪽에는 펍과 같이 바가 마련되어 있어 일행을 기다리며 맥주를 마시는 이들도 여럿 볼 수 있었다.
“뭐 입을지 너는 정했어?”
“13일의 금요일.”
“제이슨?”
“금방 알아차리네.”
“……그건 유명하니까.”
“그럼 T, 너는?”
L의 물음에 T는 고스트 스토리의 코스튬을 입을 거야. 라고 답했다. 오, 기대해도 좋지?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텐데. 네가 코스프레를 해준다는데 당연히 기대할 수밖에 없잖아, T. 그러니 얼른 코스튬을 골라서 갈아입고 나와. 먼저 다 갈아입는다면 맥주라도 한잔 마시면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L은 그 말을 끝으로 제이슨 의상을 집어든 채 탈의실로 향했다. 한참 코스튬을 뒤적이며 자신이 원하던 것을 찾던 T는 길쭉한 흰 천 하나를 집어 들고는 만족스럽게 탈의실로 향했다. 먼저 나온 것은 역시나 먼저 들어갔던 L이었다.
“T, 준비는 다 됐어?”
“……금방 끝나. 맥주라도 마시고 있어.”
T의 대꾸에 L은 바에 앉아 맥주를 주문했다. 맥주를 받아 마시고 있노라면 이웃에 사는 주민이 아는 체를 하며 다가온다.
“여, 멋진 제이슨이네.”
“그쪽도 코스튬을 빌리러 왔어?”
“우리는 아이들만 하기로 했어. 애들 엄마가 갈아 입히러 함께 들어간 상황이라 기다리는 중. 너는?”
“동거인을 기다리고 있지.”
“오, 무슨 분장을 하기로 했는지 알아?”
이웃의 물음에 L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 중에서 가장 끝내줄걸? 장담해. 긴장하는 것이 좋을 거야. 무려 ‘고스트 스토리’ 코스튬이라고. 잘 알려지지 않은 유명하지 않은 영화인지라 본적이 없는 모양인지 이웃주민은 헤에, 그거 기대되는걸. 하고 대꾸한 뒤 맥주를 주문하는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고 생각하며 맥주를 원샷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L은 탈의실로 향했다.
“T, 멀었어?”
“곧 나가.”
대꾸를 마친 T는 찾아낸 천을 뒤집어쓰고 제 딴에는 나름 만족한 얼굴로 탈의실을 나섰다. 천을 뒤집어 쓴 T를 보며 L이 입을 열었다.
“이렇게 입을 거면 그냥 나가지를 마.”
“……네가 코스튬을 입고 데이트 하자고 했잖아.”
아무리 그래도 천만 뒤집어쓰고 있으면 좀 그렇지 않아? 이렇게 보여도 고스트 스토리에 나오는 유령을 모티브로 한 거라고. 이게 뭐 어때서? 아니, 나쁘다는 건 아니고, 고스트 스토리에 나오는 것들 중 하필 유령이라니 단조롭잖아? 네가 제일 끝내줄 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L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타협했다. 그가 이렇게 자신의 요청을 들어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 상황이었으니까. 더 이상 불평은 뱉지 않고 L은 조용히 T의 손을 잡았다. 잡힌 손을 가만히 보던 T가 문득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그보다 이렇게 있으니까 내가 제이슨에게 죽은 유령처럼 보일 것 같은데.”
꼭 만나는 사람에게 고스트 스토리 코스튬이라고 설명해라. 스스로가 그 영화의 유령 코스튬을 하긴 했지만, 해당 영화가 유명하지 않다는 자각은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T는 가게를 나서기 전부터 L에게 누차 자신의 코스튬이 고스트 스토리에 나오는 유령 코스튬임을 설명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본인이 설명할 생각은 추호도 없는 모양이었다. 가게를 나서기 전, 역시 영 내키지 않는지 T가 잡고 있던 L의 손을 놓으며 말을 꺼냈다.
“……역시 이 차림으로는 안 나가는 것이…….”
“기껏 다 준비해놓고?”
망설이는 T를 L은 그저 가만히 기다릴 뿐이었다. 이름을 부르는 것 외에 추가로 한 것은 의외로 너도 즐길지도 모른다는 말 한마디 정도. 그 외는 맥주를 한잔 더 주문해서 마신 정도랄까? ……정말 그럴까? 내가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여전히 망설이는 T를 보며 L은 다시금 T. 하고 이름을 부를 뿐이었다. 길다면 길었고, 짧다면 짧을, 그런 30분이 흐른 뒤에야 마음을 다잡은 듯 T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 코스튬이 고스트 스토리에 나오는 유령이라고 꼭 설명해라.”
“알겠어.”
그보다 그 조잡한 호박바구니는 어디서 난 거야? 요 앞 마트에서 팔길래 사왔지. 분위기 정도는 내도 좋잖아? ……줘. 그렇게 한 손에는 조잡한 플라스틱의 호박바구니, 다른 손에는 L의 손을 쥔 채 T가 가게를 나섰다. T의 변덕을 가만히 기다려주던 L의 입가에는 그렇게 나가기 싫어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그의 말에 따라주는 T의 모습을 사랑스럽다고 여긴 듯 옅은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 * *
평소라면 한산할 거리는 사탕을 받으러 돌아다니는 아이들과 할로윈 코스튬을 입고 두 사람처럼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들로 인해 북적였다. 할로윈 코스튬으로 한껏 치장한 사람들이 잔뜩 보이는 것과 더불어 거리에 놓인 잭 오 랜턴과 장식품들은 할로윈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야시장이 열렸어. 구경하러 갈까?”
“나쁘지 않네.”
사람이 많아서 놓칠 수 있으니 손 놓지 말고. 그렇게 말하면서 L은 T의 손을 좀 더 단단히 붙들었다. 오, 멋진 제이슨 코스튬이네! 잘 어울려. 고마워! 당신도 꽤나 멋드러진 코스튬을 하고 있네. 뱀파이어야? 야시장을 향해 걷던 중 만난 또 다른 이웃 주민과 L이 유쾌하게 인사를 나누는 동안 T는 그저 그 모습을 곁에서 멀뚱히 보며 간간히 제 호박바구니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이웃 주민은 그런 T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어떤 코스프레를 한 것인지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그보다 옆은?”
“…….”
“고스트 스토리에 나오는 유령의 코스프레야.”
“오, 그렇구나.”
그 영화는 보지 않아서 바로 연상하지 못했어. 멋지네. 그럼 즐거운 시간되길 바라. 침묵하는 T 대신, L이 그를 대변하듯 설명했다. 짧은 대화를 마치고 좋은 시간을 보내라며 작별인사를 한 뒤, L은 어깨를 으쓱하며 T를 돌아봤다. 결국 설명은 나에게 다 떠넘기기로 한 거야? 네가 설명하라고 나오기 전부터 말 했잖아. Okay. 알았어. T, 내가 억지로 데리고 나온 것 아니지? ……그건 아니야. 그렇다면 다행이야. 야시장으로 가자. 두 사람은 나란히 손을 잡고 환하게 불이 켜진 야시장으로 향했다.
*
할로윈을 맞아 열린 야시장도 할로윈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곳곳에 걸린 잭 오 랜턴과 조잡한 호박바구니, 눈알사탕이나 할로윈 한정 과자 등을 판매하는 노점이 줄지어 서있었다.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노점상도 있었는데, 하나 그려달라고 할까? 하고 묻는 L에게 T는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내가 그려줄게. 진짜지? 등 뒤로 리트리버의 귀와 꼬리가 보인다고 하면 너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T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홱 돌렸다. 천을 뒤집어쓰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괜히 붉어진 얼굴을 상대에게 다 들킬 뻔 하지 않았나.
“저쪽에 눈깔사탕이 있어. 바구니가 휑한 것도 아쉬우니, 몇 개 사서 채워 넣자.”
“그래, 좋은 생각이야.”
대놓고 말을 돌리는 T를 보고 L은 흐뭇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대체 왜 그런 표정으로 웃는 거야? 내가? 무슨 표정인데? ……무슨 귀여운 아이를 보는 듯한 얼굴이잖아, 지금. 아이를 보고 있지는 않고 T를 보고 있었지만, 귀여운 사람을 보고 있는 얼굴은 맞지. 아, 정말! 부끄러워하면서도 절대로 손을 놓지 않는 T를 보며 L은 다시금 웃음을 흘렸다. 아, 정말이지 귀여운 사람. 내 귀여운 아기 고양이가 따로 없다.
“오, 멋진 제이슨과 유령 손님이잖아? 할로윈 기념으로 싸게 팔고 있다고? 한 번 둘러봐.”
그 빈 호박바구니를 채우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거야. 매대 앞을 찾아온 두 사람을 보며 반기는 노점상의 주인은 호쾌하게 영업멘트를 날리며 마음껏 보고 고르라며 손짓했다. 눈깔사탕, 개구리나 박쥐의 형상을 닮은 초콜릿과 잭 오 랜턴의 모양을 하고 있는 쿠키까지. 할로윈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과자들과 함께 여러 불량식품들이 가득했다. T는 신중하게 과자를 골라 담기 시작했다. 이건 초콜릿인가? 모양이 엄청 징그럽게 생겼네. 박쥐랑 개구리라니. 해리포터를 연상하게 한다고 생각하며 망설이다가, 그것들을 가장 우선적으로 담았다. 그 다음으로 손을 뻗은 것은 잭 오 랜턴 모양의 쿠키였다. 맛별로 준비를 한 모양인지 모양은 같아도 색이 다른 쿠키들이 낱개로 포장되어 줄줄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진중히 바라보던 T는 초콜렛 칩이 박힌 쿠키 몇 개와 당근이나 호박 등으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정말로 잭 오 랜턴의 색을 하고 있는 쿠키를 바구니에 담았다. 맛은 예상가지 않았지만 일단 색이 할로윈을 연상하는 색이니 담아보자는 생각에서였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L은 가끔씩 이것도 좋지 않아? 하고 눈깔사탕을 건넸다. 징그러운데. 이미 개구리와 박쥐모양 초콜릿도 담아놓고? 이거 꽤나 맛있어. 그럼 몇 개 담을래. T는 L의 손에 들려있던 눈깔사탕 몇 개도 바구니에 담았다. 바구니는 금방 수북하게 군것질 거리로 가득 찼다.
“고마워, 형씨들! 즐거운 할로윈 보내라고~”
호박바구니를 과자와 사탕으로 가득 채우고 돌아서는 길, 어쩐지 처음보다 묵직해진 바구니를 바라보던 T가 L에게 바구니를 말없이 슥 건넸다. 무거워. 팔이 떨어질 것 같아. 사실 자잘한 과자와 사탕이 몇 개 들어있다고 해서 팔이 떨어질 정도로 무게가 늘어날 리 없지만, 저것은 그거다. T 나름의 어리광. L은 웃으며 바구니를 받아들었다. 확실히 무겁네. 그렇지? 농담을 주고받으며 두 사람은 야시장을 마저 둘러보기 시작했다.
“Trick or Treat!”
“사탕 주세요!”
“과자 안 주면 장난 칠 거에요.”
야시장을 둘러보던 중 두 사람은 잠시 한적한 나무 아래에서 쉬던 중에 한 무리의 아이들에게 둘러 싸였다. 한창 데이트를 즐기던 도중 난데없이 들어온 방해와도 같아서 난처하게 웃던 L이었지만, 예상외로 T가 먼저 나섰다. 많이는 못 줘. 까칠하게 대꾸하며 L에게서 호박바구니를 건네받은 뒤, 사탕을 꺼내 아이들의 바구니에 하나씩 넣어주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L은, 만족한 아이들이 유령 형아 고마워요! 라는 말과 함께 손을 흔들며 자리를 벗어나는 것을 보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의외네.”
“뭐가?”
“순순히 사탕을 나눠줄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
“저 녀석들이 어떤 질 나쁜 장난을 칠 줄 알고?”
“그래봤자 어린애들인데?”
“……괜히 방해받기도 싫었고.”
빨리 사탕 나눠주고 쫓아내는 게 더 나아. 천을 뒤집어쓰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L은 어쩐지 T의 얼굴이 붉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굉장히 부끄럼타고 있는 모습에 가까웠으니까. 지금 상태의 모습을 직접 본다면 무척이나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겠지만, 보고 싶다고 천을 들췄다가는 그의 아기 고양이는 하악질을 할 터였다. 아쉽지만 상상으로 만족하기로 한 그는 야시장을 마저 둘러보자는 말로 주제를 변경했다. T가 다시 L의 손을 쥐는 것을 확인 한 뒤, 두 사람은 번잡한 야시장 속으로 다시금 발을 들였다. 어느덧 호박바구니는 T의 손에 다시금 들려있었다. 그렇기에 L은 알지 못했다. 호박 바구니 속 내용물이 텅 비지 않았다는 사실을.
*
야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야식을 즐기고, 깜짝 사람을 놀래키는 장난감을 작동시켜 보며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고, 기괴한 몬스터의 장식을 보며 감탄을 하는 등 두 사람은 누구보다도 즐겁게 야시장을 누볐다. 아마 T가 하품을 하지 않았더라면 야시장이 문을 닫을 때까지, 동이 터오를 때까지 즐겁게 누볐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T의 작은 하품소리를 캐치한 L이 입을 열었다.
“슬슬 우리 집으로 돌아갈까?”
“……그래.”
두 사람은 여전히 손을 잡은 채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T의 얼굴에 어쩐지 아쉬움이 감돌고 있었다는 것은 착각일까? 착각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잠깐 감돌다가 사라진 탓에 L은 확신을 얻지 못했다.
* * *
그렇게 나름대로의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두 사람. 묘하게 들뜬 상태로 소파 위에 널브러지는 T에게 L이 물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지?”
그렇지 않았다고 말하기에는 생각보다 즐기다 들어와 버린 탓에 차마 거짓말은 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순순히 인정하고 싶지는 않아서 한참 후에나 ……그러네. 하고 대답하는 그를 보며, L은 괜히 뿌듯함을 느끼고 마는 것이었다.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뿌듯함을 담은 채 쳐다보고 있노라면 징그럽게 그만 쳐다보라는 말이 돌아왔지만 L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거둘 수가 없었다. 아, 이 어찌나 사랑스러운 사람인지……. 역시 답답했었는지 천을 벗어 던지고 코스튬의 반납은 내일 하자며 바구니를 탁자위에 올려놓은 T를 보던 L은 문득 바구니로 시선을 향했다. 분명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누어 주느라 텅 비어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바구니는 소소하게나마 몇 가지 간식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너, 이거 너 먹으려고 남겨둔 거지?”
“…….”
그렇지만 기껏 먹으려고 샀는데 애들 다 줘버리면 아깝잖아…….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힌 채 조금은 투정을 부리는 듯한 말투에 L은 푸슬푸슬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눈치 못 챘으면 너 혼자만 먹을 생각이었어? 너무한데? 나눠먹을 거지? ……당연한 걸 묻지 마. T의 말에 L은 다시금 웃음을 터트리며 바구니로 손을 뻗었다. 자, 이거 네가 좋아할 것 같은 초콜릿 칩 쿠키. 용케도 이걸 남겨뒀네. ……좋아하니까. 커피라도 마실래? 이 시간에? 간식만 먹기에는 뭔가 아깝지 않아? 하다못해 차나 코코아로 해. 그래, 준비할게. 두 사람은 나란히 거실에 앉았다. 탁자 위에는 코코아 두 잔과 쿠키 몇 개. 거실 TV로 때마침 방영하는 할로윈 특선 영화를 시청하며 두 사람은 그렇게 나란히 앉아 하루의 마무리를 맞이했다. T는 생각했다. 올해의 할로윈은 초콜릿 칩 쿠키맛이라고…….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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