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이게 얼마 만에 듣는 이야기인가. 저도 모르게 실소를 터트렸다가 곧이어 몸속 깊은 곳, 꺼진지 오래라 여겼던 이름 모를 감정에 불이 붙었음을 깨달았다. 그리운 향수를 느끼는 동시에 진절머리가 났다. 오버워치는 언제나 자신의 이중성을 엿보게 하는 곳이었다. 인생의 가장 찬란한 순간이라 장담할 수 있는 만큼 동시에 가장 큰 추락이기도 했다.
“재-액. 멀었어요?” 콜 캐서디는 모리슨의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며 투정하듯 말했다. 잭 모리슨은 그런 캐서디의 말을 듣고 살짝 인상을 쓰며 누워있는 그를 흘겨봤다가 다시 서류들을 추리면서 대답했다. “내가 놀아줄 시간 없다고 말했을 텐데.” 자신의 휴일에 캐서디는 모리슨의 집에 놀러 왔다. 전화로 먼저 놀러 간다고 했을 때, 모리슨은 놀 시간 없
현대 요원 au 콜 캐서디에겐 첫 휴가였다. 왜 이렇게까지 쉬는 날이 없었는지 생각을 해봤지만, 일이 바빴다는 것 외엔 특별한 일이 없었다. 쉼 없이 일할 이유가 있었나? 처음엔 타당한 이유가 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변명으로 변했고, 이제 그에게 일은 생존의 문제일 뿐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휴가를 보낼 곳으로 캐서디가 선택한 건 타국이었다. 그
잭 모리슨은 눈에 보이는 걸 믿지 못했다. 그는 수많은 믿을 수 없는 일을 겪었지만, 이번엔 특히 더 그랬다. 쿨럭.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내가 피를 토했다. 잘생겼다고 하는 그 얼굴이 한없이 일그러져있고, 깨진 바이저로 보이는 입가의 붉은 피는 현실이었다. “오버워치가 왜 무너졌는지 알아요?”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아니 무슨 뜻인지 알았으나 그도
suspicion “아저씨가 그 배신자의 제자 맞죠?” 오버워치 기념관에 걸려있는 사진에서 봤어요. 어느새 다가온 꼬마는 콜 캐서디에게 그렇게 거리낌 없이 말하더니 웃었다. 그건 캐서디가 본 그 어떤 웃음보다 잔인하고 영악했다. 심지어 리퍼라 불리는 존재보다 더. 꼬마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지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항상 상기하고 있는 과거였는데, 누
잭 모리슨이 무방비하게 소파에 누워 자고 있다.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고 임시 숙소로 돌아온 콜 캐서디는 그 풍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옛날의 잭 모리슨이라면 이럴 수 있고, 실제 사령관실에서 졸던 모습을 본 적도 있지만, 지금의 모리슨을 생각하면 대단히 놀라운 일이었다. 는 조용히 그가 누워있는 소파로 다가갔다. 새근거리는 소리가 좀 더 선명
미안하다. 우울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미안하다. 캣. 그것도 두 번이나. 눈을 떴을 때, 콜 캐서디는 마른 짚단 위에 너저분한 담요를 덮고 누워있었다. 끝까지 애 취급이지. 그렇게 이를 갈며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서 짚단 위에 내려왔다. 두 발을 땅에 딛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만 주저앉을 뻔했다. 오른쪽 어깨와 왼쪽 허벅지에 통증
1. 콜 캐서디는 잭 모리슨을 처음 만났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66번 국도에서 도둑질이나 하며 살 줄 알았던 인생이 한순간에 변했던 순간이기도 했다. 가브리엘 레예스에게 잡혀서 꼼짝없이 남은 평생을 감옥에서 썩겠다고 했는데. “운 좋은 줄 알아라. 애송아.” “…그게 뭔 소리야?” “넌 이제부터 우리 팀이다.” 그 말을 들은 이후로 캐서디는 오
부러웠지. 누군가를 가르치고 그와 공감하는 것. 솔저76이라고 불리는 사내는 콜 캐서디 앞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건 어쩌다 나온 과거 이야기에 캐서디가 이것저것 주절거리면서 흐른 주제 중 하나였다. 하. 잭 지금. 캐서디는 거기까지 말하다가 솔저가 매섭게 노려보기에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그 배신자가 부러웠다고 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