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솔 / 진언
부러웠지. 누군가를 가르치고 그와 공감하는 것.
솔저76이라고 불리는 사내는 콜 캐서디 앞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건 어쩌다 나온 과거 이야기에 캐서디가 이것저것 주절거리면서 흐른 주제 중 하나였다. 하. 잭 지금. 캐서디는 거기까지 말하다가 솔저가 매섭게 노려보기에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그 배신자가 부러웠다고 하는 거예요?
그때의 레예스는 본받을만한 인간이었어.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표정이 사뭇 진지해져서 말하는 캐서디를 보며 그는 픽 웃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짓지? 듣기 싫었나? 솔저는 입에 술잔을 갖다 대며 말하고는 잔 속의 술을 입속에 털어 넣었다. 캐서디는 대답 없이 그 모습을 빤히 바라만 봤다. 나이를 먹어도 어떻게 이렇게 서로 한결같을 수 있을까. 잭 모리슨이 봤던 가브리엘 레예스. 그 빌어먹을 자식. 가브리엘 레예스와는 언제나 마음에 들지 않던 것과 마음에 드는 것이 비슷했다. 그래. 잭 모리슨을 바라보는 마음조차 비슷했지. 조용해진 캐서디를 곁눈으로 살짝 보고는 분위기가 이상해서 자세를 틀고 고개를 돌려서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콜.
네. 왜요.
골이 난 대답에 솔져는 잠시 당황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한숨 한 번 쉬더니 말을 이었다.
잭 모리슨은 콜 캐서디가 제자로 있는 가브리엘 레예스를 부러워한 거야.
솔저의 말에 캐서디는 잠시 멍해졌다.
지금 뭐라고-.
그 외엔 부러워한 적 없어.
솔저는 한 마디 덧붙이고는 자세를 고쳐 앉아서 다시 술잔을 잡았다. 술잔을 잡은 솔져의 손을 캐서디가 덥석 잡았다.
진지하니까 제대로 대답해요.
뭘 말이지?
잭 모리슨은 날 좋아했어요?
솔저는 고개를 돌려 캐서디를 봤고, 정말 진지한 표정에 할 말을 잃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기에 너무 낯간지러운 말이라 인상이 저절로 써졌다. 여전하구나. 콜 캐서디. 마치 겨울잠을 자고 일어난 것처럼 너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어려.
대답해야 하나?
네. 반드시요.
어이가 없군.
잭.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진지하다고 했잖아요.
하.
솔저는 잡혀있는 손을 쳐내고 술잔을 내려둔 후 다시 몸을 돌려서 정면으로 그를 마주했다.
그래. 잭 모리슨은 널 좋아했어.
왜요?
왜? 자꾸 없는 사람 이야기를 왜-.
없긴 왜 없어?
무슨 말이 듣고 싶은 건가!
소리치는 캐서디에게 솔저도 큰 소리를 냈다. 그러자 캐서디가 의수로 테이블을 치고 일어서더니 솔저에게 가까이 붙었다. 코가 닿을 것만 같았다.
왜 좋아했는지 말해요. 그럼 알려줄 테니까.
알 필요 없어. 알려주지 않아도 돼.
솔저는 캐서디의 어깨를 밀며 똑같이 일어서더니 그 자리를 떠나려 했다. 멀어지려는 그를 캐서디가 붙잡았다. 의수에 붙잡힌 손목에 싸늘한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잭.
옛날이야기는 잭 모리슨의 무덤 앞에서 해.
그 순간. 캐서디는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그를 끌어당겨서 억지로 입을 맞췄다. 솔저는 그를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캐서디는 밀려나지 않았다. 제대로 숨 쉴 수 없어서 힘이 빠질 때 즈음 입술을 떼고 말했다.
당신 무덤에 서서 혼자 지껄이는 짓. 이제 질렸어.
솔저는 대꾸할 말을 잃어버렸다. 쓸쓸한 그의 표정에 모진 말을 할 수 없었다.
좋아합니다.
캐서디의 고백에 놀란 솔져의 눈이 커졌다. 캐서디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콜 캐서디가 잭 모리슨, 당신을 좋아한다고요.
201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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