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솔 / Dance in room

CatSol by 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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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액. 멀었어요?”

콜 캐서디는 모리슨의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며 투정하듯 말했다. 잭 모리슨은 그런 캐서디의 말을 듣고 살짝 인상을 쓰며 누워있는 그를 흘겨봤다가 다시 서류들을 추리면서 대답했다.

“내가 놀아줄 시간 없다고 말했을 텐데.”

자신의 휴일에 캐서디는 모리슨의 집에 놀러 왔다. 전화로 먼저 놀러 간다고 했을 때, 모리슨은 놀 시간 없다며 칼같이 잘랐지만 캐서디는 상관없다며 오전부터 집에 들이닥쳤고, 몇 시간은 거실에서 영화를 보다가 점심엔 제멋대로 주방에서 이것저것 만들더니 2인분을 만들었다며 안 먹으면 버려야 한다고 닦달해서 같이 간단히 식사하고 오후에는 아예 방으로 쳐들어와 침대에 누워서 저렇게 계속 칭얼대고 있었다.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었다. 캐서디에게도 분명 가까스로 받은 휴가일 테고, 애인이라는 사람이 얼굴 한 번 제대로 마주치지 않고 종이와 모니터에만 코를 박고 있으니 싫겠지. 그래도 일은 일이었다. 캐서디가 일하지 말라고 하지 않는 것도 그런 애인에 대한 예의였다. 캐서디는 또 텀을 두고 물어볼 작정으로 누워서 고개만 돌리며 방 구석구석을 구경했다. 단조로운 패턴의 벽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창문, 침대 옆 심플한 서랍장, 그 위에 부채꼴의 갓을 쓴 스탠드, 붙박이장이 보이고 그 옆에.

“…어?”

캐서디는 눈에 보이는 물건에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상한 기척에 모리슨의 시선이 서류에서 다시 캐서디에게로 향했다. 그는 후다닥 자신이 발견한 물건 앞에 섰다. 캐서디가 신기하게 바라보는 물건을 보고 모리슨은 한숨을 쉬었다.

“이게 뭐예요?”

물어볼 줄 알았다. 한동안 계속 질문할 텐데. 일은 아직 산더미처럼 남았다. 대답을 어떻게 해줘야 짧게 끝낼 것인가 고민하는 동안 캐서디가 또 물었다.

“레나가 말했던 그건가요? 음악 듣는.”

“그래. 턴테이블.”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모양이군. 그렇게 생각하며 모리슨은 바로 대답했다. 보기 힘든 물건에 캐서디의 눈이 반짝였다. 이럴 때마다 어리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 턴테이블을 처음 봤을 때, 모리슨도 살짝 가슴이 뛰던 게 기억났다. 발견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사고 조심스럽게 들고 왔던 것도 같이 떠올라 살짝 부끄러웠다. 모리슨이 지난 일을 떠올리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놓칠 정도로 턴테이블에 빠져 있는 캐서디가 다시 물었다.

“노래 듣는 그 검고 둥글고 납작한 판도 있어요?”

“당연히 있지.”

“뭐라고 그래요?”

“레코드.”

“뻔한 이름이네. …저 하나만 들어봐도 돼요?”

모리슨은 캐서디의 얼굴을 빤히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책장에 꽂아둔 레코드판을 하나 빼서 캐서디에게 다가왔다.

“조용히 듣는다고 약속하면.”

“음…들어보고요.”

넌 부탁하는 자세가 틀렸어. 그러면서도 턴테이블의 뚜껑을 열고 레코드판을 올려놓은 후 톤암을 들어서 판 위에 올리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지직거리는 소리가 살짝 들리자 캐서디의 눈이 다시 커졌다. 아날로그 소리에 반응하는 어린 애인을 보며 모리슨은 피식 웃었다.

“왜, 왜요?”

“비웃은 거 아니야. 나도 그랬거든. 괜히 혼자 설렜지.”

웃으며 그런 말을 하는 모리슨을 보며 캐서디의 심장이 레코드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보다 더 크게 뛰었다. 손이라도 잡아서 손등에 입을 맞추고 싶었는데, 바쁜 애인에게는 뭘 할 수가 없었다. 그저 헛기침하고 노래가 흐르는 턴테이블에 다시 시선을 돌리며 다른 질문을 했다.

“노래 제목이 뭐에요?”

“Non, Je Ne Regrette Rien.”

“뭔 말이에요?”

“프랑스 샹송이야.”

“아니요. 제목 뜻이요.”

“……[아뇨. 전 후회하지 않아요]”

모리슨은 잠시 뜸을 들이고 대답했고, 대답을 들은 캐서디는 순간 움찔했지만,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여러 과거가 한꺼번에 떠올랐다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아무튼, 좋은 노래야.”

“…네. 그런 것 같네요.”

넘기려는 모리슨의 말에 맞장구 쳐주며 캐서디는 모리슨을 봤다. 시선이 심상치 않아서 모리슨은 살짝 인상을 썼다. 때마침 새 노래로 넘어갔고, 캐서디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모리슨의 손을 잡고서 방 가운데로 향했다. 그러더니 마주 서서 잡고 있는 모리슨의 손을 제 허리에 갖다 놓고 자신도 모리슨의 허리에 팔을 감은 뒤 다른 손을 맞잡았다.

“뭐하는 거-.”

모리슨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캐서디는 그대로 휙 한 바퀴 돌았다. 갑자기 휘둘려 똑같이 한 바퀴 돌게 된 모리슨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더니 노래에 맞춰 발을 조금씩 움직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 노래는 알아요. La Vie En Rose 맞죠? 지난번에 본 영화에서 들었어요.”

“……네가 카우보이 영화 말고도 보는 게 있다니.”

“제일 좋아하는 거지 그것만 보는 건 아니거든요?”

가볍게 웃으며 말하는 캐서디를 보며 모리슨도 피식 웃고 같이 몸을 움직였다. 캐서디는 아는 부분에서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가 나를 안을 때마다

속삭이며 말하곤 해요

장밋빛 인생이 보인다고

“…뭔 뜻인지는 알아?”

노래를 듣고 있는 모리슨의 얼굴이 살짝 붉어져서 물어보자 캐서디는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고는 대답했다.

“잭이 나한테 고백한 거랑 비슷한 거죠?”

“……아니거든.”

“제목이 장밋빛 인생인데 그럴 리가.”

캐서디는 춤을 멈추고 두르고 있는 모리슨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너무 가깝게 붙으려고 하자 모리슨의 상체가 뒤로 살짝 물러났지만, 캐서디는 놓치지 않고 그대로 다가가서 그의 입에 제 입을 맞췄다. 모리슨이 넘어지지 않게 캐서디가 받쳐 주고 있었으나 허리가 조금 휘었다. 넘어지기 전에 입술을 떼고 이마를 맞댔다.

“한 곡 더 출까요?”

침대에서. 밀어낼까 고민하며 손에 힘을 줬다가 그냥 한숨을 쉬고 수긍하기로 했다. 그러기엔 젊은 애인을 휴일에 혼자 놀게 한 시간이 너무 길었다.

2017.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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