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SAMPLE_003
GL / 당일 마감 타입 / 5천자
사랑의 불문율을 지키는 법
ⓒ 왕밤빵(@Big_Bam_Bread)
“우리가 사귀는 건 비밀로 하는 게 좋겠지?”
늦은 밤, 깔끔한 침대 위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석양과 비슷한 은은한 조명만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을 무렵, 아린이 파리하의 어깨에 제 머리를 기댄 채 그의 손가락을 가만히 만지작거리며 가벼운 물음을 던졌다. 이전이라면 모를까. 두 사람의 관계가 연인 사이로 발전한 이후엔 다른 이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운하진 않아?”
“괜찮습니다. 딱히 서운하지는…….”
“난 조금 서운한데.”
“…….”
아린의 말에 파리하는 별다른 대답을 전할 수가 없었다. 서운하다는 감정을 느끼기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앞섰다. 괜히 이런 사적인 관계를 밝혔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들의 연애가 화두에 오르는 건 원하지 않았으니까. 예컨대 임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연애하느라 정신이 없나 보지?’ 같은 비아냥을 듣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물론 두 사람과 친한 사람 중에선 그런 말을 할만한 인물이 없기야 하겠다만 되도록 그 비슷한 상황조차 만들고 싶지 않았다. 욕심이라고 명명한다면 욕심이라고 할 수도 있을 테니, 파리하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던 아린이 이내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도대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적힌 파리하의 표정이 꽤 재밌게 느껴지기도 했다.
“농담이야-.”
아린은 그렇게 말하고선 다시 파리하의 팔을 붙든 상태로 그의 어깨에 머리를 비볐다. 가능하다면 이대로 시간이 멈춰서 계속 둘이서만 있고 싶다는 생각도 떠올랐다. 30대가 되었는데도 왜 이렇게 어린아이 같은 생각을 곱씹는 건지.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깨닫게 된 중학생 소년이라도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오묘했다. 그만큼 이 감정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았고 또 그만큼 제 연인이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소중할 따름이었다.
“나도 이런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음- 그 대신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우리 둘만 있을 땐 좀 더 연인답게 하는 건 어떨까?”
“‘연인답게’라고 한다면?”
“예를 들면…… 이렇게 꼭 붙어 있는다거나 적극적으로 애정 표현을 하는 거지. 그리고 ‘자기야’라고 부르는 거야!”
아린이 다소 해맑은 표정으로, 혹은 기대에 가득 찬 얼굴로 입을 열었다. 자기야, 라니. 인생에서 그런 단어를 제 입에 올려본 적이 없던 파리하는 괜히 머릿속으로 그 단어를 상상만 해도 손끝이 간질간질해지는 걸 느꼈다. 정말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단어와 단어의 조합마저도 어색하게 느껴질 따름이었고, 아린이 먼저 “어때, 자기야?”라고 운을 띄우자 파리하는 잠시 눈동자를 굴리다가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자기야’는?”
“…….”
어려운 요구였다. 아니, 사실 생각해보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고작 단어 하나를 덧붙여서 말하는 것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진심이 가득 담긴 만큼 그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게 어쩐지 낯설게만 느껴졌으니, 파리하가 쉽게 대답하지 못하며 입술만 끔뻑거리듯 굴자 아린은 그런 파리하를 바라보고선 다시 미소를 보였다. 그가 무얼 하든 제 눈엔 마냥 귀엽게만 다가왔다. 파리하가 ‘자기야’라는 단어를 쉽게 말하지 못하리란 건 아린도 잘 알았던지라 굳이 억지로 요구할 마음은 없었으며 나중에 천천히 해도 된다던 아린의 말에 파리하는 괜히 제 손끝만 바라보았다. 이런 단어 하나조차 쉬이 말할 수 없는 자신이 조금은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의 비밀 연애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다른 이들과 있을 땐 평소처럼 서로를 대하다가도 둘만 있을 땐 잠깐이라도 떨어지면 죽는 사람마냥 서로의 곁에 꼭 붙어 있는 게 일상이 되었는데. 여전히 아린은 파리하를 부를 때 이름과 더불어 ‘자기야’라는 애칭을 함께 사용했으나 파리하는 차마 그 애칭을 입에 담지 못했다. 아린이 서운해할까 하여 언젠간 자신도 ‘자기야’라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평생을 군인의 마인드로 살아왔던 파리하에게 이처럼 간질간질한 대사를 읊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자신도 입에 담은 채 부르고 싶었으나 그게 마냥 쉽지 않았기에 파리하는 꽤 아쉬워했다. 이따금 스스로가 한심하게 여겨지기도 했는데, 와중에 아린은 파리하의 표정이 심각해지는 걸 보고선 무언가 문제가 있나 곱씹게 됐다. 적어도 자신이 생각했을 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여겼던지라 제대로 된 원인 파악이 불가능했고, 무엇이 파리하의 얼굴에 근심을 불러왔을까 생각하던 아린은 그날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오늘 낮에는 파리하와 더불어 다른 이들의 상처를 치료할 일이 있었다. 가벼운 상처에 불과했기에 그리 호들갑 떨 일은 아니긴 했어도 파리하의 몸에 생기는 생채기 하나마저 아린의 마음을 아릿하게 만들었다. 마음 같아선 “다치지 마!”라고 소리치곤 파리하를 꼭 끌어안은 채 그 얼굴에 연신 입이라도 맞추고 싶었으나 다른 이들이 모두 지켜보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린은 끙끙거리며 평소와 다름없이 파리하를 대하고자 했고, 그럼에도 제 행동에서 금방 드러날까 봐 조금은 사무적으로 말을 건네기도 했다. 그 말이 어찌나 차갑던지, 곁에서 듣고 있던 캐서디가 “두 사람은 싸우기라도 한 거야?”라며 가볍게 웃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혹시 그때 자신의 행동이 파리하에게 서운한 감정을 불러온 게 아닐까. 아린은 그렇게 생각하고선 내일부턴 좀 더 다르게 행동해야겠다고 곱씹었다. 사실 한국에서 있을 땐 여자인 친구들과도 곧잘 손을 잡고 팔짱을 꼈던 아린이었다. 친구들에게 이렇다 할 연애 감정이 없었으니 오히려 그런 행동에도 거리낌이 없었던 것이었으며,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히려 자신이 남들 앞에서 파리하에게 더 친근하게 구는 게 도움이 될지 몰랐다. 발상의 전환이라고 해야 할까. 아린은 ‘이거다!’라고 곱씹고는 어째 표정이 안 좋아 보이던 파리하의 품에 꼭 안겼다. 내일부턴 절대 그렇게 대하지 않겠다고, 속으로 생각하던 아린은 파리하가 연신 입 모양으로 ‘자…… 자……’ 하고 읊던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날, 계획했던 대로 아린은 파리하의 곁에 꼭 붙어 다니기 시작했다. 멀리에서부터 파리하! 라고 부르고는 팔짱을 끼는가 하면, 마치 단짝 친구인 것처럼 어딜 가든 함께 가려고 했다. 파리하는 그런 아린의 행동에 조금은 의아함을 느끼기도 했으니 ‘모르는 척하는 게 아니었나?’라고 생각하던 그가 도무지 알 수 없단 표정을 지어 보이면 아린은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가볍게 윙크해 보였다. 걱정하지 마, 네가 서운해할 만한 일은 하지 않을게! 꼭 그렇게 전하는 것 같았으나 당연히 말로 내뱉지 않는 이상 파리하에게 전달되긴 힘들었으며 파리하는 그저 아린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간 걸까 생각할 뿐이었다.
“요즘 저 두 사람, 부쩍 친해 보이네.”
캐서디가 멀리 걸어가던 파리하와 아린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른 이들도 두 사람의 꼭 붙은 뒷모습을 눈동자에 담고선 고개를 끄덕였으며, 무언가 아는 게 있냐던 캐서디의 물음에 메르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요, 저도 자세한 건 듣지 못했어요.”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얼음장보다 차가웠는데 말이지.”
캐서디가 회상하듯 읊자 주위의 분위기는 잠시 고요해졌다. 확실히 어제 보였던 반응과는 상반된 모습이기도 했다. 고작 하루 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모두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듯 두 사람이 멀어지는 풍경을 바라보았으며 이에 윈스턴은 파리하보다 아린 쪽에 심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파리하는 어제나 오늘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데, 중요한 건 아린이 필요 이상으로 파리하에게 가까이 붙었기 때문이다.
“혹시 좋아하는 걸까요?”
“글쎄, 그럴지도 모르지.”
메르시의 물음에 캐서디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그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자 메르시는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말을 건넸으며, 알면서도 피우게 되는 게 담배라고 말하던 캐서디는 다시 파리하와 아린을 바라보았다.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손이 닿는 것. 어쩌면 저 두 사람도 그런 관계가 아닐까. 다른 이들이라면 모를까, 적어도 오래전부터 파리하를 지켜봤던 캐서디는 파리하의 표정과 반응만 봐도 바로 알 수 있었다. 분명 저건 아린의 일방적인 감정이 아닌, 두 사람이 서로에게 애정과 호감이 있기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본인이 비밀로 하길 원한다면 그렇게 해줘야지. 내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기도 하고.’
캐서디는 그리 생각하곤 걸음을 옮겼다. 굳이 다른 이들에게 저 두 사람이 사귀는 것 같다고, 혹은 못 해도 서로 좋아하는 것 같다고, 그런 이야기를 꺼낼 필요는 없었다. 자신이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지금 같은 상황이 줄곧 이어지다 보면 금방 들통날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로부터 며칠 뒤, 여전히 아린은 영웅들 앞에서도 파리하의 곁에 꼭 붙어 있었고 파리하는 ‘자기야’라는 말을 하지 못해서 나름 자괴감에 빠지던 차였다. 아린은 둘만 있을 때 그렇게 잘 부르는데 자신은 왜 도통 입 밖으로 나오질 않는 건지. 혼자서 생각에 잠긴 파리하가 가만히 허공을 응시하자 그런 파리하의 곁으로 캐서디가 다가왔다.
“생각이 많아 보이네. 무슨 고민이라도 있나?”
“괜찮습니다.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니까요.”
“그래? 그럼 내가 맞춰볼까? 아마…… 이번에 처음으로 사귀게 된 ‘여자친구’ 문제겠지?”
캐서디가 조용히 읊조리자 화들짝 놀란 파리하는 바로 고개를 돌려서 캐서디를 바라보았다. 그걸 어떻게……. 파리하가 그런 눈빛으로 캐서디를 바라보니 캐서디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라고 대답했다. 자신이 파리하를 꽤 오래 봐왔던 만큼 당연히 모를 수가 없다는 눈치였다.
“네가 성 정체성을 깨닫고 나한테 말해준 게 며칠 전인 것 같은데 벌써 여자친구까지 만들다니. 대단하잖아?”
“……비밀로 부탁드립니다.”
“그야 당연하지.”
캐서디는 고개를 끄덕이긴 했으나 사실상 대부분이 이미 눈치챈 것으로 보였다. 그걸 모르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할 정도였으며 누가 봐도 ‘우린 연인이에요-.’라는 분위기가 물씬 풍기던 저들이었는데, 캐서디는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다가 “그래서, 고민이 뭔데?”하고 물어보았다. 자신이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순 있으나 그래도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정도는 괜찮다는 눈치였으며 이에 파리하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아무리 노력해봐도 도대체 그 ‘자기야’라는 말이 입에 붙지 않는단 거였다.
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민일까. 전혀 예상치 못했던 파리하의 말에 캐서디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버리고야 말았다. 분명히 두 사람의 관계라던가 갈등에 관한 문제일 줄 알았는데 단순한 ‘호칭’이었다니. 심지어 그 호칭에 관한 문제도 ‘너무 진심이 담겨서 쉽게 말하지 못할 정도의 마음’이라는 게 퍽 귀엽게 느껴질 뿐이었다. 저렇게나 어려워하는 걸 보니 확실히 파리하가 아린에게 푹 빠져있다는 건 알 수 있었으며 그래도 제 친동생 같은 파리하였기에 캐서디는 무언가 도움을 주고자 했다.
“큽…… 큼, 큼큼! 내가 봤을 땐 네가 그 단어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냥 단어일 뿐이잖아. 단어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 ‘기’, ‘야’의 결합일 뿐이라고 생각해. 그럼 좀 더 쉽지 않겠어?”
“그래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려곤 하지만 어째선지 제대로 나오질 않아서…….”
“뭐, 연습이 중요할 수도 있지. 혼자 거울이라도 보면서 연습해보는 건 어때? 아니면 사진이라도 달라고 하고 사진 앞에서 연습하던가.”
캐서디의 말에 파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쩌면 그런 게 도움이 될지 몰랐다. 일단은 조금씩이라도 입에 담아보는 연습을 하자. 파리하는 그 생각을 곱씹은 뒤 캐서디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캐서디는 자신이 딱히 한 것도 없다고 말하곤 두 사람이 함께 걸음을 옮겨서 아린이 있는 곳으로 갔는데, 마침 연구에 몰입하던 아린은 책장 앞에 서서 책을 꺼내려 하고 있었다. 손이 잘 닿지 않는 것 같았기에 모두가 아린을 도와주려던 차, 옆에 놓인 사다리를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한 아린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선 책을 손에 쥐었다. 원하던 걸 얻었으니 모두가 안심하며 제 할 일을 마저 했으나 파리하만큼은 아린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으며, 그런 파리하의 눈빛에 캐서디는 ‘이러면서 비밀로 해달라고?’라는 생각까지 곱씹게 됐다.
“아……!”
그런데 그때, 갑작스레 아린이 올라간 사다리가 휘청거리더라니 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아린이 내뱉은 단말마의 비명이 아니었더라면 아무도 이를 눈치채지 못했을 테였고 설령 저들이 눈치챘다고 한들 아린을 구하거나 돕기엔 너무 늦은 터였다. 계속 아린을 바라보고 있던 파리하만이 미리 위험을 직감할 수 있었으니, 놀란 파리하는 빠르게 아린에게로 달려가며 저도 모르게 다급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자기야!!!”
파리하가 그 말을 읊고선 아린을 품에 안을 찰나, 사다리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주위가 잠시 고요해졌다.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건지. 파리하의 목덜미로 식은땀이 흘렀으며 그가 아린을 바라보자 아린의 표정도 미묘했다. 파리하가 처음으로 자신을 ‘자기야’라고 불러준 게 좋았으나 하필이면 모두가 들을 정도로 크게 말해버린 탓에 대놓고 좋아하기도 힘든 것이다.
“자…… 뭐라고? 혹시 내가 잘못 들은 건가?”
“…….”
“…….”
토르비온의 질문 이후, 주위는 한없이 고요해졌으며 파리하는 묵묵히 아린을 내려주고는 홀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린이 그런 파리하를 쫓아가면서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이들은 ‘역시 사귀던 거였네.’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단지 확실한 증거만 없을 뿐이었지 이미 심적으론 모두가 두 사람이 연인일 거라고 생각하던 중이었으며, 캐서디는 괜히 웃음이 나와서 끝내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이러면 연습할 필요도 없었네!”
그렇게 말하던 캐서디의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울리며 파리하에게까지 닿았으니, 귀끝이 발갛게 된 파리하의 뒤에서 아린도 함께 미소를 보였다. 한동안 아린은 이 일로 파리하를 가볍게 놀렸으며 와중에 윈스턴은 “‘자기’ 전에 꼭 해야 할 말은?” 같은 썰렁한 농담으로 파리하를 놀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파리하는 그 ‘자기야’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공교롭게도 그 이후에 파리하가 아린을 ‘자기야’라고 부를 일은 없었다. 하지만 아린은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파리하의 곁에 꼭 붙어 있었으니, 평온하고 다정한 어느 날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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