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솔 / 위안
잭 모리슨이 무방비하게 소파에 누워 자고 있다.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고 임시 숙소로 돌아온 콜 캐서디는 그 풍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옛날의 잭 모리슨이라면 이럴 수 있고, 실제 사령관실에서 졸던 모습을 본 적도 있지만, 지금의 모리슨을 생각하면 대단히 놀라운 일이었다. 는 조용히 그가 누워있는 소파로 다가갔다. 새근거리는 소리가 좀 더 선명하게 들렸다. 소파 앞에 서서 잠든 그의 모습을 위에서 바라보았다. 이제는 하얗게 바래버린 머리카락, 마주할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는 긴 흉터, 그래서 이제는 잭 모리슨이 아니라고 했지만, 아직도 선한 모습은 그대로 남아서 캐서디에겐 영원히 잭 모리슨인.
캐서디는 저도 모르게 그에게 손을 뻗다가 멈췄다. 하필이면 깨울 뻔했다. 손을 거두고 이번엔 소파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손이 닿을 거리에 잭 모리슨이 곤히 잠들어있다.
지금의 모리슨이 불면에 시달리는 건 캐서디도 알고 있다. 자다가 악몽에 시달리거나,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혀 잠들지 못하는 걸 여러 번 봤다. 죽음을 경험한 사람이다. 잊는 것은 고사하고 머릿속에 계속 맴돌겠지. 내가 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나는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내가 그렇게 해줄 수 없더라도. ……내가 해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정말 그러면 좋겠다.
뭘 말이지?
갑자기 말하는 모리슨에 놀라 캐서디는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모리슨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 찰나가 너무 길게 느껴져서 캐서디는 환상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콜 캐서디. 관음하는 취미가 있는 줄 몰랐는데.
아……. 뭐. 자는 영감님이 너무 잘생겨서 그만.
살짝 당황했지만,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넘겨버리는 캐서디를 빤히 보다가 모리슨은 고개를 돌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캐서디.
콜이라고 부르기로 했잖아요.
……콜.
네.
피곤해 보인다. 너도 그만 가서 쉬어.
무리하지 말고. 한 마디 덧붙인 말까지 캐서디는 가슴이 뛰었다.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그대로 모리슨이 누워있는 소파에 몸을 밀고 옆에 누웠다. 소파 등받이에 밀려나던 모리슨이 뭐하는 짓이냐며 일어나려고 했지만, 캐서디는 그를 끌어안았다. 소파는 두 사람으로 꽉 찼다.
콜-.
네. 잭도 잘 자요.
캐서디는 모리슨을 더 꽉 끌어안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모리슨이 조금 아래에 있는 자세라 고개를 살짝 위로 들어서 캐서디를 봤다. 눈을 감고 입가엔 미소가 번져있었다. 하아. 한숨 한 번 쉬고 어떻게 빠져나올지 고민하고 있는데, 금세 캐서디의 숨이 머리카락에 닿았다. 여러 불편과 불만과 안쓰러움이 한데 섞였지만, 싫진 않아서 모리슨도 다시 조용히 눈을 감았다.
201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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