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가방의 무게

가방을 들고 걷는 사람들

길이 나 있다. 길고 단순한 길. 많은 사람들이 앞서 걷고, 앞다투어 달려가는 길이다. 어깨를 밀치고 지나간 사람이 가방을 갈무리하며 힘차게 달려 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가방을 품에 안았다. 그 모습이 어찌 그리 거슬렸는지 한순간에 시선이 쏠렸다.

앞을 나서려던 사람들도, 달려가던 사람들도, 뒤에서 느지막하게 걸어오던 사람들도 하나같이 이쪽을 바라본다. 그 시선에 주춤대는 사이 다시 어깨가 밀렸다. 어설프게 내디딘 걸음이 다른 누군가에게 짓밟히고 쉽게도 뭉개졌다. 아, 아까워라. 중얼거리자 바라보던 면면들이 험악하게 찌푸려졌다. 혼잣말이었는데도 생각보다 목소리가 컸나 보다. 가방을 부둥켜안고 고개를 숙였다. 머리 위에 시선이 하나, 둘 더해질수록 고개가 더욱 무겁게 떨어졌다. 

그러는 사이에도 뒤에 서 있던 사람은 제 어깨를 밀어내고 앞을 향했다. 그렇지, 걸어가야지. 가방끈을 꾹 붙잡고 무거운 발을 들었다. 쿵, 소리와 함께 걸음을 내딛자 또다시 주목이 쏠렸다. 낯빛이 창백하게 질렸다. 발을 밟은 신발은 비켜주긴커녕 그 개수가 점점 불어나고 있었다. 

“얘, 어디를 가고 있니?”

이번에는 어깨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가방을 들지 않은 사람이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서 있었다. 이런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괜찮으세요? 무심코 튀어나온 말이었다.

이상하게도 그 사람은 괜찮아 보였다. 괜찮긴커녕 나를 이상한 사람 보듯 쳐다보며 가방을 가리켰다. 아니, 그건 나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 사람은 가방을 메고 앞길을 걸어가는 모든 이들을 쏘아보고 있었다. 

그 사람이 제 품 안의 가방을 거칠게 열어젖혔다. 뭐 하시는 거예요! 하고 항의를 하기도 전에 시야 끝에 스친 광경에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가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그제야 나는 쥐고 있던 가방끈을 놓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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